해병대2사단 장병들이 8일 경기도 김포시 하성면 일대 논에서 모내기 대민지원(위·아래 사진)을 하고 있다. 국방일보 이경원 기자
“해병대 장병들 덕분에 농사 짓지. 장병들이 안 도와주면 농사 못 지어요. 우리는 해병대 덕분에 먹고사는 거야.”
따사로운 햇볕이 내리쬐는 8일 오전 10시 경기도 김포시 하성면 후평리에서는 모내기가 한창이었다. 밀짚모자를 쓰고 긴 장화를 신은 농부들이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고, 빨간색 체육복 차림의 해병대 장병들은 고령의 농부들 사이에서 일손을 돕고 있었다.
주민 성충모(67) 씨는 모내기 작업을 하다 잠시 휴식 중인 장병들의 손을 꼭 움켜잡으며 연신 ‘고맙다’는 말을 건넸다. 성씨는 집에서 손수 준비해온 떡을 아들·손자 같은 장병들 입에 넣어주며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이날 해병대2사단 12대대는 농번기 일손 부족으로 시름에 빠진 농가를 돕기 위해 하성면 일대에 장병들을 투입, 대민지원 활동을 펼쳤다. 훈련으로 다져진 다부진 몸매의 장병들은 무거운 모판을 번쩍 들어 올리는 등 능숙한 솜씨로 농부들에게 힘을 보탰다.
장병들은 못자리에서 모판을 떼어내 논으로 옮기는 작업을 했다. 주민들은 장병들이 나른 모판을 받아 논에 모를 심었다. 상쾌한 봄바람이 불어오는 덥지 않은 날씨였지만 장병들의 이마에는 굵은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혀 있었다. 장병들의 노력으로 모내기 작업이 빠르게 진행되면서 텅 비었던 논에 금세 모가 차기 시작했다.
자신의 마을에서 세 번째로 젊다는 석탄리 주민 이경재(59) 씨는 “요즘 농기계가 발달하고 (농사일이) 많이 자동화됐어도 결국 농사는 사람 손으로 짓는 것”이라며 “모내기 철에 일손이 부족해 걱정이었는데 해병대 장병들 덕분에 근심을 덜었다”고 말했다.
이날 대민지원이 진행된 하성면은 젊은이들이 많이 빠져나가 농번기마다 일손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역이다. 하성면사무소 김종원 주무관은 “하성면에는 50대 이상 고령 거주자가 80% 이상”이라며 “농사짓는 데 해병대 장병들의 도움이 절실한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거주자 대부분이 노인… 품앗이론 역부족
후평리에서 약 2㎞ 떨어진 마곡리에 거주하는 성충모 씨는 품앗이를 위해 이곳을 찾았다. 성씨는 “이 지역 거주자들은 대부분 노인이라 후평리·마곡리·전류리·석탄리 지역 농부들이 품앗이를 하며 힘을 모아 작업하는데도 일손이 턱없이 부족하다”며 “해병대 장병들의 도움은 우리 생계와 직결된다”고 털어놨다.
서투른 모내기 작업이 힘들 법도 한데 장병들 얼굴에는 미소가 끊이지 않았다. 모판을 나르던 이태규 하사는 “대민지원을 하는 동안 시골에서 농사를 지으셨던 할아버지 생각이 났다”며 “고된 농사일을 혼자 하셨을 것을 생각하니 가슴이 아프다. 지역 어르신들께 작은 도움이라도 드려야겠다는 마음으로 대민지원에 나섰다”고 말했다.
대대는 대민지원에 나선 장병들의 안전 관리에도 심혈을 기울이는 모습이었다. 김현두(대위) 1연대군수주임장교는 대민지원이 이뤄지는 현장 곳곳을 찾아다니며 장병 안전교육을 했다. 김 대위는 “농기계 운전 금지, 민간 트럭 적재함 탑승 금지, 음주 금지 등을 철저히 교육해 안전사고를 예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동시다발 농가 지원 ‘국민의 군대’ 역할 톡톡
해병대2사단은 봄철 농번기를 맞아 농가 대민지원 활동을 대대적으로 펼치며 국민의 군대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김포 지역은 물론 교동도·석모도·말도 등 서측 도서를 포함한 사단 책임 지역 전역에서 장병들의 농가 지원 활동이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지난 3월 말부터 이날까지 투입된 장병은 2748명에 달한다. 섬 전체가 민간인통제선(민통선) 이북에 있는 교동도는 물론 9가구밖에 살지 않는 말도에도 대민지원을 위해 장병들을 투입하고 있다는 게 사단 측 설명이다.
사단 관계자는 “사단 작전지역 대부분이 민통선 이북에 위치해 있는데, 이곳에 거주하는 고령의 주민들은 만성적인 일손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며 “사단은 지역 주민들을 돕기 위해 시·읍·면과 협조해 현행 작전에 지장을 주지 않는 범위에서 적극적으로 대민지원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동욱(소령) 사단 군수계획과장은 “우리 사단은 김포·강화 지역에 주둔한 이후 지역 주민들과 끈끈한 유대관계를 유지해오고 있다”며 “지역 주민들이 도움의 손길을 원할 때면 언제든지 달려가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국방일보 안승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