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 중 바다에 빠진 시민을 구조한 해병대2사단 백호연대 임현준 상병이 파이팅 포즈를 취하고 있다. 부대 제공
“으악!”
지난 20일 오후 4시쯤 제주 월정리해수욕장에 비명이 울려 퍼졌다. 해수욕을 즐기던 김모(30) 씨가 물에 빠진 채 허우적대고 있었다. 바다에 들어간 그는 갑자기 빨라진 조류와 거친 파도 탓에 육지 먼 곳으로 휩쓸려 갔다.
당시 태풍 ‘다나스’ 북상에 따른 강한 파도와 조류로 인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위급한 상황이었다. “헤엄치려고 했지만 조류 때문에 빠져나갈 수가 없었습니다. 당황해서 살려달라는 말도 안 나왔고 그저 소리를 지르는 수밖에 없었죠. 순간 ‘이대로 죽을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스쳤습니다.” 김모 씨는 당시를 이렇게 회상했다.
그는 수영에 자신 있었지만, 물에 들어간 순간 강력한 조류에 몸이 빨려 들어가는 듯했고 몸을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었다고 했다. 발은 땅에 닿지 않았고 아무리 헤엄쳐도 몸은 육지와 멀어져 갔다. 비명을 질렀지만 주위 사람들은 발만 동동 구르고 아무도 나서는 이가 없었다.
그때 검은색 반바지 차림의 한 청년이 거침없이 바다로 뛰어들었다. 20m가량을 수영해 순식간에 그에게 다가간 청년은 자신의 등을 대면서 “제 목을 안고 숨을 쉬세요”라고 외쳤다. 김모 씨는 청년의 목을 끌어안고서야 숨을 쉴 수 있었고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여기까지 걸린 시간은 불과 3분.
청년은 김모 씨를 끌어안고 파도와 사투를 벌이며 안간힘을 다해 헤엄친 끝에 발이 땅에 닿는 지점으로 이동할 수 있었다. 이후 한 시민이 서핑보드를 타고 두 사람에게 접근했고, 시민과 청년은 체력이 고갈된 김모 씨를 보드에 태워 구조했다.
해변에서 이 광경을 지켜보던 시민들이 환호했다. 사람들은 “큰일 날 뻔했는데 정말 빨리 구했다”고 입을 모으며 박수를 보냈다. 당시 신고를 받고 출동한 한 119 구조대원은 청년에게 “당신이 시민의 목숨을 살렸다”고 했다.
바다에 빠진 시민을 구하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내건 영웅(英雄)은 해병대2사단 백호연대에서 복무 중인 임현준 상병이었다. 제주도가 고향인 임 상병은 휴가 중 친구들과 해수욕장을 찾았다. 해변에서 족구를 하던 임 상병은 비명을 듣자마자 친구들에게 “물살이 거세니 들어오지 말고 119에 신고를 해달라”는 말을 남기고 홀로 바다에 들어갔다.
“해병대교육훈련단에서 배운 생존법이 생각났습니다. 먼저 (김모 씨가) 숨을 쉴 수 있도록 했고, 차분히 몸을 맡기라고 했습니다. 물살이 거셌지만 얼마 전 청룡전사 선발대회에 나가기 위해 수영 연습을 많이 한 터라 구조할 수 있다는 자신이 있었죠.”
내년 2월 8일 전역하는 임 상병은 해병대에서 배운 전투수영과 응급처치법을 활용해 위기에 빠진 사람을 구하는 해양경찰이 되고 싶다고 했다. 그는 입대 4개월 전 제주도 이호해수욕장에서 물에 빠진 5살짜리 여자아이를 구해낸 적도 있다.
임 상병은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는 것은 해병대의 일원으로서 당연한 일”이라며 “같은 상황에 처했다면 모든 해병대 장병이 나처럼 행동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장에 출동했던 제주 동부소방서 구좌 김녕119지역센터 구급대원은 “해난구조 현장에서는 신속한 구조가 무엇보다 중요한데, 출동했을 당시는 이미 구조가 완료된 상황이었다”며 “위급한 상황에서 목숨을 걸고 익수자를 구조해준 해병대 대원에게 감사한다”고 전했다. <국방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