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년의 시차를 두고 강화도 최전방의 같은 지역에서 근무한 부자 해병 박형호(왼쪽) 씨와 해병대2사단 박동석 대위가 강화평화전망대 제적봉 비석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부대 제공
가정의 달을 맞아 44년의 시차를 두고 강화도의 최전방에서 근무하며 대를 이어 서부전선을 지키는 아버지와 아들의 사연이 눈길을 끈다.
특별한 인연의 주인공은 박형호(64) 씨와 해병대2사단에서 근무하는 박동석 대위.
경북 포항에서 태어난 아버지 박 씨는 어린 시절부터 해병대를 지켜보며 성장했다. ‘누구나 해병이 될 수 있다면, 나는 결코 해병대를 선택하지 않았을 것이다’라는 문구에 매료돼 해병대를 선택했다는 박 씨는 1976년 6월 수색대원을 꿈꾸며 해병대 병 313기로 입대했다. 박 씨는 수색대원으로 선발돼 신병교육을 수료했으나 강화도 최전방을 지키는 해병대2여단 15대대에 배치됐다. 당시 베트남 파병을 마치고 서부전선에 주둔한 해병대2여단이 부대를 증편하면서 갑작스럽게 더 많은 병력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박 씨는 지금의 강화평화전망대가 있는 북성리에서 근무하다가 1978년 12월 병장으로 전역했다.
아들 박 대위는 해병대전우회에서 꾸준히 활동해온 아버지와 그 전우들을 통해 자연스럽게 해병대를 알게 됐고 2012년 해병대 소위로 임관했다. 2018년 해병대2사단으로 전입한 박 대위는 지난해 11월부터 북성리에서 중대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박 씨가 복무했던 그 자리에서 아버지의 뒤를 이어 서부전선을 지키게 된 것.
강화평화전망대를 찾아 박 대위의 근무지를 둘러본 박 씨는 “44년이 지나 주변 환경이 많이 달라졌지만, 북성리에서 서부전선 절대사수를 위해 경계작전을 수행하고 있는 해병대의 존재는 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박 대위는 “아버지와 특별한 인연 덕분에 부자의 정이 더욱 돈독해졌다”며 “아버지가 청춘을 바쳐 지켜낸 서부전선을 반드시 사수해 자랑스러운 아들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국방일보 안승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