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일보 인터뷰] 이라크 재외국민 이송 작전 참가 국방부 국제평화협력과 이승훈 해병중령
이라크 재외국민 이송 작전에 정부 합동 신속대응팀으로 참가한 국방부 국방정책실 국제평화협력과 이승훈 해병중령이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당시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임채무 기자
정부는 지난달 23일 이라크 코로나19 확진자 급증으로 한국인 근로자들의 불안감이 커지자 근로자와 교민들을 귀국시키기 위해 정부 합동 신속대응팀을 급파했다. 신속대응팀은 국방부·외교부 관계자와 군의관 2명, 간호장교 2명, 검역관 4명 등 우리 군이 주축이 돼 구성됐다. 이들은 이라크 정부에 방역마스크 5만 장을 전달한 뒤 바그다드에서 귀국을 희망하는 우리 국민 290여 명을 태우고 무사히 우리나라로 복귀했다. 당시의 상황을 합동 신속대응팀에서 임무를 수행한 국방부 국방정책실 국제평화협력과 이승훈 해병중령에게 들어봤다.
정부 합동 신속대응팀과 정부 및 군 관계자들이 이라크 바그다드 공항으로 떠나기 전 성공적 임무수행을 다짐하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한 치 망설임 없이 임무수행
“7월 23일 오전 7시부터 다음 날 오전 10시25분까지, 임무를 시작한 지 27시간여 만에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하고서야 안도의 한숨을 쉴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갑자기 호흡곤란을 일으킨 근로자가 발생하면서 현장에 있던 군의관이 응급처치를 하고 검역관을 통해 신속하게 환자를 이송하는 등 마지막까지 긴장의 끈을 놓으려야 놓을 수가 없었습니다.”
이 중령은 임무가 종료되는 마지막 순간까지 긴장의 연속이었다며 당시 상황을 이렇게 설명했다. 그의 직책은 재외국민보호 등의 업무를 수행하는 다국적 파병정책 담당. 공중급유기(KC-330)까지 투입되는 이번 임무는 그에게 매우 중요한 임무였다.
“지난해 말 군에 공중급유기 4대가 도입된 이래 공중급유기가 재외국민 이송에 활용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들었습니다. 해외 수송임무 수행은 지난 6월 국군 유해송환과 아크부대 교대에 이어 3번째이고요. 공중급유기의 활용을 통해 군의 역량을 강화할 뿐만 아니라 재외국민 구호나 국제평화유지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느꼈습니다. 또 우리 군의 공중급유기를 활용한 최초의 재외국민 이송 작전에 정부신속대응팀의 일원으로 참가한다는 점에서 군인으로서 막중한 책임감도 생겼고요. 특히나 출국 전 이라크 현지의 심각한 코로나19 상황을 전해 들었고, 그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계신 우리 교민과 근로자들을 생각할 때 신속히 고국으로 모셔와야 한다는 마음에 한 치의 망설임 없이 임무를 수행하게 됐습니다.”
우리 교민들 반갑게 맞이해 줘
이 중령을 비롯한 합동 신속대응팀이 탑승한 공중급유기는 김해공항에서 이륙해 11시간여 만에 바그다드 공항에 도착했다. 합동 신속대응팀의 본격적인 임무가 시작된 것.
“레벨-D 방호복을 착용하고 비행기에서 내렸습니다. 섭씨 47도의 현지 기온에 숨이 턱 막히고 땀이 비 오듯 쏟아지더군요. 그러나 그런 부분에 신경 쓸 여력이 없었습니다. 오랜 시간 우리 합동 신속대응팀을 기다리셨을 교민과 근로자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분들이 대기하고 있는 대합실로 지체 없이 이동했습니다. 대합실에는 주이라크 한국대사관 직원들과 회사 관계자들의 통제에 따라 마스크 착용과 거리두기를 하고 있는 교민과 근로자들이 있었습니다. 그분들은 기다림에 지치셨는지 다소 피곤한 모습이었지만, 우리 합동 신속대응팀을 반갑게 맞이해 주셨습니다. 레벨-D 방호복의 갑갑함과 무더운 현지 날씨에서 오는 불쾌감이 순식간에 사라지는 순간이었죠.”
이 중령은 이라크 상황이 그리 좋은 편은 아닌 것 같다고 했다. 공항 직원이 합동 신속대응팀에 다가와 “혹시 마스크를 좀 줄 수 없느냐”고 물을 정도였다고. 그렇기에 공중급유기로 이송해 이라크 정부에 지원한 마스크 5만 장(국방부 2만 장, 현지 국내기업 기부 3만 장)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이 중령을 비롯한 합동 신속대응팀은 최대한 이른 시간 내 교민과 근로자들을 이송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특히 국방부에서 지원한 4명의 군의관과 간호장교들은 원활하게 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돕는 동시에 현지 상황을 국내 관계자들과 실시간으로 공유해 발생 가능한 우발 상황 및 긴급 사항에 대비했다.
“먼저 합동 신속대응팀은 군의관과 간호장교, 검역관을 총 4개 조로 편성해 교민과 근로자 290여 명의 문진표를 작성하고 발열 여부를 확인하는 등 유·무증상자를 구분하는 임무를 수행했습니다. 감염 방지를 위한 거리두기에 필요한 장소가 다소 협소해 화장실을 이용한다거나 수화물을 맡기기 위해 이동하는 교민·근로자들을 통제하는 것에 다소 어려움이 있었지만, 대사관 직원과 회사 관계자들의 도움으로 잘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또 이송용 공항버스와 지상 작업을 위한 특수차량 지원이 다소 지연돼 예상보다 대기시간이 길어지는 상황도 생겼는데, 우리 교민과 근로자들이 차분히 기다리며 질서 있게 행동해 무사히 이륙할 수 있었습니다.”
레벨-D 방호복을 착용한 이승훈 해병중령 모습.
15시간 경험, 의료진에게 고마움 느껴
인터뷰 말미 이 중령은 이번 재외국민 이송작전에 참가한 소감과 함께 코로나19 방역현장에서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의료진과 관계자들에게 존경의 마음을 표했다.
“우선 나라와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군인의 한 사람으로 공중급유기를 활용한 최초의 재외국민 이송작전에 참여할 기회를 주신 국가와 국방부에 감사드립니다. 이번 임무는 제 21년 남짓한 군 생활 중 가장 보람되고 뜻깊은 경험이 된 것 같습니다. 그동안 뉴스에서만 보아오던 두꺼운 방호복을 무더위 속에 15시간 이상 착용한 채 음식을 섭취하고 화장실을 이용하는 등의 어려움을 체험할 수 있었던 소중한 경험이었습니다. 이런 경험을 통해 저보다 훨씬 더 긴 시간 코로나19 방역 현장의 최전선에서 묵묵히 임무를 수행하고 계신 우리나라 의료진과 관계자분들에게 새삼 존경의 마음이 더해지게 됐습니다.” 글=임채무 기자/사진 제공=이승훈 해병중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