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에서 뱃길로 137㎞ 떨어진 서해 북단에 위치한 연평도는 천혜의 자연경관과 더불어 풍부한 수산자원을 갖춘 국내의 대표적 꽃게어장이다. 동시에 서해 북방한계선(NLL)에서 불과 1.5㎞ 떨어진 지리적 특성상 다양한 우발 상황이 일어날 수 있어 언제나 팽팽한 긴장감이 흐르는 곳이기도 하다. 이처럼 수도권 해역의 군사·전략적 요충지에서 ‘서북도서 절대사수’의 임무를 수행하는 부대가 있다. 해병대 연평부대가 그 주인공이다. 연평부대는 특히 지난 2010년 11월 23일 연평도 포격전 당시 북한의 기습적인 포격 도발에 맞서 한 치의 두려움 없이 신속하게 대응 사격하며 대한민국을 지켜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서북도서 절대사수’의 임무를 완수하고 있는 해병대 연평부대의 모든 것을 소개한다. <국방일보 글=노성수/사진=이경원 기자>
해병대 연평부대 함지환(왼쪽) 일병과 정세현 병장이 전방초소에서 전방을 주시하며 경계근무를 하고 있다.
연평부대 장병들이 ‘The SSEN 해병 프로젝트’ 중 환자 메고 달리기를 하고 있다
연평부대 장병들이 인근 연평초·중·고등학교를 찾아 벽화그리기로 환경을 단장하고 있다.
장병들이 ‘The SSEN 해병 프로젝트’ 중 탄통 들고 지그재그 달리기를 하고 있다.
2010년 연평도 포격전 승리로 이끌어
연평부대로 가는 길은 험난했다. 인천과 연평도를 오가는 배편은 하루에 단 두 편뿐. 그나마 기상악화로 오전에 예정됐던 여객선이 결항 돼 오후 배편에 몸을 실었다. 인천항 연안부두를 출발한 지 2시간여 동안 파도를 뚫고 호된 멀미를 겪고 나서야 연평도에 발을 내디딜 수 있었다.
눈부신 해안을 따라 걸으며 꽃게철을 맞은 어민들의 분주한 손놀림을 바라보고 있노라니 이곳이 정말 연평도 포격전이 발발했던 그곳인가 싶을 정도로 평화로운 풍경이 펼쳐졌다. 하지만 이 같은 연평도의 평화 뒤에는 지난 70여 년간 해병대 장병들이 흘린 피와 땀이 있었다.
지난 1951년 2월, 해병대 1개 소대가 ‘서해 전략도서 확보작전’을 목표로 최초로 상륙·주둔을 시작한 이래, 부대 증·개편 과정을 거치며 최고도의 작전능력과 대비태세 유지를 통해 서해5도 방어 임무를 수행해 왔다.
이어 1974년에는 해병대6여단 예하 연평부대 명칭으로 창설됐으며 이후 서북도서 전력 증강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1996년 11월 1일 해병대사령부 예하 직할부대로 임무를 시작했다.
특히 지난 2010년 11월 23일 북한의 기습적인 포격 도발에 맞서 즉각적인 대응으로 연평도 포격전을 승리로 이끌며 대한민국을 지켜냈다. 최근에는 연평도 포격전 당시 대응사격을 실시한 포7중대 구3포상에 안보전시관을 조성해 그날의 승리를 재조명하고 있다.
‘The SSEN 해병 프로젝트’로 전문가 육성
연평도는 연평도 포격전을 비롯해 지난 1999년 이후 10여 차례의 해상 교전과 화력 도발이 발생할 정도로 긴장감이 흐르는 곳이다. 이에 연평부대는 연평도 포격전 승리의 역사를 이어가기 위해 최고도의 정신적 대비태세와 작전 기강 유지로 지역 주민의 안전을 보장하고 있다. 이를 위해 불시 전투배치, 번개통신 훈련, 지휘관 주관 정신교육 등을 통해 장병들의 전술적 행동을 체질화하고 전투감각을 유지하고 있다.
또한 다양한 우발적 상황에 즉각적인 대응태세가 구축될 수 있도록 상황별 조치 및 행동화 과제를 집중적으로 숙달하고, K9 등 화력장비 일일 단위 비사격 훈련을 통해 전투수행능력 배양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이와 연계해 사령부가 추진하는 ‘The SSEN 해병 프로젝트’ 4대 핵심과제를 집중 숙달해 어디서든 주어진 임무를 완수할 수 있는 전투전문가를 육성하고 있다. 또한 도서지역에서 전투 장비 상시 가동률 100%를 지속적으로 유지함으로써 항시 전투가 가능하도록 선제적인 작전지속지원 태세도 확립하고 있다.
환자 진료·방역 등 ‘국민의 해병대’ 역할 톡톡
서울 여의도 면적의 불과 2배 정도 크기인 연평도에서 지역주민의 절반 이상은 꽃게잡이 등 어업으로 생계를 유지한다. 연평부대는 확고한 대비태세를 유지한 가운데 어민들의 안전한 조업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감시 장비 및 해상전력을 활용한 지원 임무를 중점적으로 수행한다.
또한 고령의 농민들을 위해 찾아가는 대민지원으로 일손을 돕고, 태풍·장마철에는 해안가에서 환경정화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아울러 대형 병원이 없는 도서지역 환경상 지역 보건소와 부대 의무실이 연계해 응급환자 진료 및 코로나19 백신 후송, 방역활동 등 ‘국민의 해병대’로서 역할을 해내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연평도 유일의 학교인 연평초·중·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의 방과 후 학습지도와 노후된 환경을 단장하는 벽화그리기에도 나서 도서지역 어린이와 청소년들의 든든한 형·오빠 역할도 자처한다. 연평초·중·고등학교 박혜숙 교감은 “도서지역 학생들에게 연평부대원들은 지역을 지키는 군인이자 친구”라며 “든든한 해병대 장병들의 모습을 보고 부사관과 군무원을 꿈꾸는 학생들도 많다”고 말했다.
심리적 안정·자기계발 위해 독서카페 설치
부대는 도서지역에서 단절감과 고립감 없이 임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장병 생활여건 보장에도 힘을 기울이고 있다. 장병들이 책을 통한 심리적 안정과 자기계발을 할 수 있도록 독립 숙영지에 독서카페를 설치해 신간·베스트 셀러를 비치했다. 동시에 국방부 주관 독서코칭 프로그램에도 참가해 전문 강사로부터 독서법을 교육받고, 독서 감상문 발표 등 책 읽는 병영을 실천하고 있다.
또한 어려운 여건에서 복무하는 장병들을 위한 급식개선에도 힘쓰고 있다. 24시간 경계작전 임무를 수행하는 장병들에게 다과류 등 증식(1인당 1000원·연간 약 300일)을 제공하고, 현지 물가보조비(1인당 1500원·연간 약 350일)를 통해 꽃게, 해산물 등 우수한 식재료를 공급해 장병들의 양질의 급식을 책임진다. 이 밖에도 ‘청년 Dream, 해병대 드림’을 통해 장병들의 학업단절 및 자기계발 활동을 확대해 나갈 뿐 아니라 선·후임 간 학습멘토링, 재능기부 형식의 학습동아리 운영도 지속하고 있다.
●인터뷰- 이종문 (대령) 해병대 연평부대장
“오늘 밤 당장 싸워도 승리할 수 있는 ‘파이트 투나잇(Fight Tonight)’ 작전대비태세 구축으로 서북도서 절대 사수 임무를 완수하겠습니다!”
이종문(대령) 해병대 연평부대장은 ‘작지만 강한 연평부대’를 이끌기 위해 ‘아침이 설레는 병영문화 조성’이라는 지휘철학을 강조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부대장은 “연평부대는 ‘서북도서 절대 사수’라는 중요한 임무를 수행하는 부대”라며 “부대의 전투력은 곧 해병 한 사람, 한사람에게서 나온다는 신념으로 소통·공감·배려를 통해 부대원 모두가 행복한 내일을 꿈꾸도록 부대를 이끌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확고한 작전대비가 선행된 가운데, 부대원들이 설레는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한다면 교육훈련, 부대관리의 효과도 더욱 극대화될 수 있다”며 “이는 선진병영으로 가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이 부대장은 지난 3월 31일 연평도 포격전 용어가 ‘포격 도발’에서 ‘포격전’으로 정식 변경된 것에 대해 벅찬 감정을 감추지 않았다.
그는 “연평도 포격전 당시 연평부대원들은 생사를 넘나드는 일촉즉발의 위기상황에서도 그 누구도 물러서지 않고 단호히 대응해 북한의 추가도발 의지를 꺾고 승리했다”며 “연평도 포격전으로 용어가 정식 변경되면서 연평부대원들 역시 포격전 승리부대라는 자긍심과 사기가 고취돼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용어 변경을 계기로 죽음을 무릅쓰고 연평도를 지켰던 부대원들의 위상과 성과를 제고하고, 국민들의 안보 공감대가 확산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 부대장은 “포격전 당시 선배 해병들이 보여준 불굴의 투지와 뜨거운 전우애는 오늘날 모든 장병들에게 명예로운 전통과 호국정신으로 계승되고 있다”며 “앞으로도 선배 해병들의 전투 정신과 승전의 역사를 계승하며 ‘서북도서 절대 사수’의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하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