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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국군은 100년의 전쟁역사가 있다. 대한민국이란 국호는 1919년 4월 11일 상해 임시정부에 의해 지어진 뒤 1948년 정식 정부 수립 후에도 계승돼 오늘에 이르고 있다.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1920년 만주 일대의 독립군을 산하로 편입해 일본과 독립전쟁을 벌였다. 100년이 넘는 전쟁역사의 출발점이다. 이에 국방저널(국방일보)은 올해부터 지난 100년간 나라를 위해 앞장서서 싸운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전쟁영웅을 재조명하고자 한다. 12월 호의 주인공은 6·25전쟁 당시 해병대의 지휘관으로서 주요 전투를 승리로 이끌며 무적해병의 전설을 만든 공정식 장군이다. 글=정호영 기자/사진=국방일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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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양구군 해안면에 세워진 양구 도솔산 펀치볼지구 전적비.

 

 

해병대 최고의 지휘관 중 한 명

 

대한민국 해병대는 오늘날 작지만 강한 군대로 명성이 널리 알려져 있다. 이러한 해병대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았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듯 한 걸음 한 걸음 피와 땀으로 신화를 쌓았다.

 

해병대는 1949년 4월 15일 경상남도 진해의 덕산비행장에서 해군 출신 장병 380명(장교 26명, 하사관 54명, 사병 300명)을 기간으로 창설됐다. 비록 장비와 인원 면에서 빈약한 소규모 부대(대대급)로 출범했지만, 6·25 전쟁이 벌어지자 인천상륙작전을 비롯한 수많은 전투에서 혁혁한 전과를 올렸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해병대는 휴전 직후인 1954년 2월 1일 여단으로, 그 이듬해인 1955년 1월에는 상륙사단으로 증편됐다. 이후 베트남전이 발발하자 1965년 1개 여단이 파견돼 엄청난 전과를 올린 뒤 오늘날에는 군단급 규모의 국가전략기동부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귀신 잡는 해병’, ‘무적해병’, ‘신화를 남긴 해병’ 등 숱한 무용담과 일화를 남긴 해병대에는 수많은 전쟁영웅이 있다. 그중 공정식 장군은 해병대의 주요 전투에 참전해 승리로 이끈 해병대 최고의 지휘관 중 한 명이다. 오늘날 해병대 출신들은 역대 최고의 사령관으로 세 사람을 손꼽는다. 초대 신현준, 4대 김성은, 6대 공정식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지난 2015년 9월 15일 인천 월미공원에서 몽금포작전 전승비 제막식 행사가 열렸다. 이날 제막식은 66년간 금기시돼 묻혔던 몽금포 작전을 재평가하고 해군의 작전 성공을 기리기 위해 마련됐다. 몽금포작전은 1949년 8월 북한으로 납북된 주한미군 군사고문단장의 보트를 되찾기 위해 대한민국 해군이 북한의 항구로 침투해 벌인 비밀작전이었다.

 

이날 행사의 주인공이 바로 몽금포작전에 참가해 뒤늦게 태극무공훈장을 받은 공정식 장군이다. 공정식 장군은 당시 해군함정의 정장으로 작전 중 동료(함명수 소령)를 구하고 적선을 격침하는 데 앞장선 주역이었다.

 

해군사관학교 1기인 공정식 장군은 6·25전쟁 중 해군 장교에서 해병대 장교가 된 전설적인 전쟁영웅이다. 해군 장교이던 1948년 여순반란사건 당시 사건을 최초로 군 수뇌부에 보고하고, 해군의 해병대 창설 필요성을 처음으로 제기한 당사자다. 또한 해군 최초의 전투함인 백두산함(PC 701)을 손원일 제독을 보좌하며 미국에서 인수한 핵심요원이다. 역사적인 인천상륙작전 때는 함장대행으로 해군 704함을 지휘하며 적지에 함포를 쏘면서 아군의 상륙작전을 도왔다. 해군의 역사적 사건과 작전의 이면에는 항상 그의 이름이 따라붙었다.

 

해병대로 바뀌고서는 화천지구전투, 도솔산전투, 김일성·모택동고지전투, 임진강장단사천지구전투 등 주요 전투를 지휘하며 승리의 선봉장이 됐다. 심지어는 국군 최초로 해외파병 전투부대인 청룡부대를 창설·파병한 주역으로서 6·25전쟁과 베트남전쟁 시 해병대의 명성과 신화 뒤에는 늘 그가 있었다.

 

군복을 벗은 뒤에도 평생을 무인임을 자부하며 영원한 해병이 되고자 했던 공정식 장군을 대한민국의 전쟁영웅에서 재조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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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화천군 화천읍 대이리에 지난 2016년 세워진 해병대 화천지구전투전적비.

 

 

 

바다 가까이서 보낸 학창시절

 

공정식은 1925년 9월 3일 경상남도 밀양군 초동면에서 태어났다. 마산상업고등학교(18회)를 졸업 후 1946년에 해군사관학교(1기)에 입학했다. 군항인 진해 가까운 곳에서 학창 시절을 보낸 덕분에 일찍이 바다와 해군을 좋아했다. 그의 동기로는 대한민국 해군참모총장을 지낸 함명수·이맹기·김영관·장지수 제독이 있다. 특히 함명수 제독과는 평생의 전우로서, 전역 후에도 죽을 때까지 두터운 친분을 유지했다.

 

공정식은 1948년 JMS 302(통영)정 정장으로 근무하던 중 우연히 여순반란사건을 접했다. 10월 19일 여수항에 입항해 저녁에 외출을 나갔다가 총격전을 목격했다. 서둘러 함정으로 되돌아가던 공정식 대위는 반란군에 붙잡혀 잠시 억류되기도 했지만 가까스로 풀려난 뒤 20일 새벽에 해군본부로 급보를 타전했다.

 

서울의 국군 수뇌부는 화들짝 놀라 22일 여수·순천지역에 계엄령을 선포했다. 이후 국군이 투입돼 반란은 진압됐다. 여순반란사건의 최초 보고자가 당시 해군 정장인 공정식 대위였던 것은 잘 알려지지 않은 역사적 사실이다. 공정식 대위는 또 여순반란사건 직후 해군참모총장에게 전투 경과를 보고하며 해군에 상륙 후 전투를 할 수 있는 해병대의 필요성을 건의했다. 이 보고가 결국 6개월 후 해병대 창설로 이어졌다.

 

공정식 장군과 함명수 제독이 평생의 전우가 된 계기는 몽금포 작전에서였다. 몽금포 작전은 북한군에 포섭된 해군하사가 주한미군 군사고문단장의 전용 보트를 갖고 월북하자 이를 되찾기 위해 벌인 해군의 비밀작전이었다.

 

당시 해군 정보책임자인 함명수 소령이 1949년 8월 17일 특공대원을 이끌고 북한의 몽금포항에 침투했다. 공정식 소령은 함정 지휘관으로 함께 참전했다. 이 과정에서 함명수 소령은 총상을 입고 죽을 뻔했으나 공정식 소령이 극적으로 구출해 생명을 구했다. 말 그대로 두 사람은 생사를 함께 한 전우였고, 평생 우의를 돈독히 했다.

 

공정식 소령은 1949년 10월 한국 해군 최초의 전투함인 백두산함(PC-701)을 인수해 오는 역사적인 임무를 수행했다. 초대 해군참모총장인 손원일 제독은 전투함 확보를 위해 모금운동을 벌였고, 그 결과 전투함 구입을 위해 미국으로 떠났다. 공정식 소령은 인수단원이자 손원일 제독 부관 역할을 하며 PC-701을 비롯해 702, 703, 704함을 성공리에 인수했다. 이 함정들은 6·25전쟁 개전 초 북한군 특수부대를 실은 수송선을 격파하는 등 전쟁 내내 맹활약했다.

 

역사적인 인천상륙작전에도 공정식 소령은 함정 지휘관으로 참가했다. 이 작전에 참가한 한국 해군 함정은 15척이었다. PC 4척과 소해정 등 해군이 보유하고 있던 함정 15척이 총출동했다. 당시 공정식 소령은 함장직무대행으로 704함을 지휘하며 인천상륙작전 성공에 일조했다. 이때까지 그는 해군사관학교 1기 선두주자로, 유능한 함정 지휘관이자 바다의 사나이로 거침이 없었다.

 

 

전쟁 중 해병대로 가다

 

공정식 소령은 1950년 12월 해병대 재정비 기간에 해군에서 해병대로 소속이 바뀌었다. 해병대참모장인 김성은 대령으로부터 해병대로 오라는 제안을 받고 선뜻 응했기 때문이다. 새로 창설된 해병대 1연대 1대대장으로 발령된 것이었다.

 

해병대 최초의 연대인 1연대는 1950년 12월 20일 3개 대대로 새롭게 편성됐다. 해병대 사령부에 1연대와 독립 1대대를 둔 구조였다. 공정식 소령은 이때부터 전쟁이 끝날 때까지 해병대의 모든 주요 전투에 핵심 지휘관으로 참가, 해병대의 용맹성을 대내외에 널리 알리는 데 앞장섰다.

 

1951년 2월 5일 포항 영덕 상륙작전을 시작으로 해병대 1연대는 첫 전투인 영월지구수복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이어 4월에는 강원도 화천으로 이동해 중공군 39군 예하 3개 사단과 맞서 싸웠다. 이때 해병대 1연대는 중공군의 기습 공격을 예상, 한밤중에 미 해병대와 아군 포병부대에 적의 정확한 위치를 알려 집중 포격을 가함으로써 수천 명의 중공군을 몰살시켰다. 화천댐 부근에서 적을 물리친 것을 기념해 이승만 대통령은 화천호수를 ‘파로(오랑캐를 격파)호’로 부르도록 지시하고 비석을 세우기도 했다.

 

훗날 공정식 장군이 국방일보와 인터뷰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전투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가장 먼저 꼽은 것은 도솔산지구전투다. 오늘날 중동부 전선이 38선을 넘어 멀찌감치 밀고 올라간 것은 도솔산 지구를 탈환한 해병대를 필두로, 국군과 유엔군의 전세가 월등히 우세했기 때문이다. 이때 해병대 1연대의 선임대대장으로서 주도적인 역할을 한 것을 공정식 장군은 평생의 보람으로 여겼다.

 

전사에 의하면 한국 해병대 제1연대(연대장 김대식 대령)는 1951년 6월 3일 미 해병 5연대가 맡고 있던 도솔산의 작전구역을 인수하고, 6월 4일부터 전투에 들어갔다. 도솔산은 강원도 양구와 인제 사이에 있는 험준한 암석산(해발 1178m)인데, 북한군 12사단과 32사단이 이곳을 방어했다.

 

해병대 1연대는 미 해병대가 고전 끝에 포기한 도솔산 지구에 대해 공격을 감행, 목표 고지인 24개의 봉우리를 차례로 점령했다. 17일간의 전투에서 해병대 1연대는 적 2263명을 사살하고 44명을 포로로 잡았다. 또 기관총 24정, 따발총 63정, 장총 14정, 자동소총 2정, 박격포 44문, 대전차포 1문 등을 노획하는 전과를 올렸다. 당시 이승만 대통령은 직접 현장을 방문해 ‘무적해병’이라는 휘호를 보내며 해병대 1연대에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서부전선의 장단사천지구전투에서는 해병대 1연대를 확대한 1전투단 부단장으로 참전했다. 장단사천지구전투는 해병대가 6·25전쟁에서 싸웠던 전투 중 가장 사상자가 많았던 전투였다. 공정식 중령은 해병 장병들을 독려하며 끝내 수도 서울을 지키고 휴전을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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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파주군 임진각 평화누리 공원에 지난 2014년 세워진 해병대 장단 사천강전투 전승기념비.

 

 

“도솔산지구전투, 가장 기억에 남아”

 

공정식 장군은 정전협정 이후 여단장과 사단장을 거쳐 1964년 7월 6대 해병대 사령관이 됐다. 공정식 장군의 해병대 사령관 시절은 베트남전에서 시작해 베트남전에서 끝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65년 미국이 베트남전을 벌이게 되면서 한국 정부에 전투병력 파병을 요구하자 당시 박정희 대통령은 군 수뇌부를 불러 의견을 구했다. 이때 육군 참모총장은 베트남에 전투부대 파병을 하려면 최소한 6개월이 소요된다고 말했다. 반면 공정식 사령관은 해병대는 3일이면 가능하다고 보고했다. 이에 따라 국군 최초의 전투부대 파병은 해병대로 결정됐다는 유명한 일화를 남겼다.

 

공정식 사령관은 해병대2여단을 창설한 뒤 청룡부대란 명칭을 직접 지었다. 그리고 1965년 10월 3일 청룡부대는 베트남을 향해 부산항을 떠났다. 이후 청룡부대는 베트남전에서 ‘신화를 남긴 해병’ 이라는 찬사를 받으며 해병대의 명성을 대내외에 널리 알렸다.

 

공정식 장군은 군문을 나선 뒤 1967년 제7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세 아들을 모두 해병대에 입대시켰고, 해병대 전략연구소 이사장으로 활동하며 평생을 해병대 발전을 위해 살았다. 2019년 10월 25일 향년 94세로 세상을 떠났다.

 

기자는 지난 2007년 국방일보의 ‘남기고 싶은 그때 그 이야기’ 기획에 공정식 장군을 주인공으로 ‘바다의 사나이 영원한 해병’을 1년간 연재하면서 알게 됐다. 그 이후 10년이 넘게 만남을 이어가면서 공정식 장군이야말로 해병대 역사의 산증인이며 해병대의 전설이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평생 무인임을 자부하던 그는 영원한 해병이자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전쟁영웅이다. 정호영 기자 < fighter7@dema.mi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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