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잡는 해병혼’ 무장

 

해병대 2사단 초병들이 한강 하구 너머 북녘땅을 응시하며 대적경계태세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6월의 하늘은 푸르렀다. 국토 최서측에 위치한 김포·강화도는 좌측으로 서해 바다가, 우측으로는 한강이 흐르면서 정면으로 북한 땅이 손에 잡힐 듯 한눈에 들어오는 안보 최일선 지역이다. 그곳에 해병대가 있다. 현재의 김포·강화에 해병대 2사단이 주둔하게 된 것은 6·25전쟁 당시 서울 재수복작전에 기인했다.

1951년 2월 한미 연합군의 서울 재수복작전이 이뤄진 뒤 3월부터는 해병대 독립 5대대가 인천으로 전개, 작전지역을 김포·강화도까지 확대한 것이 오늘날 주둔의 뿌리가 됐다. 1953년 휴전 시까지 한강을 사이에 두고 치열한 교전을 벌이면서 중공군의 수도 서울 침공을 저지했던 그 임무를 지금까지 해병대 2사단 장병들이 대를 이어 맡고 있는 것이다.

“선배 해병이 지킨 이 땅을 후배인 우리가 지키는 것에 대해 무한한 자부심과 책임을 느낍니다.” 김포반도 끝자락에 위치한 753 OP(관측소·Observation Post)의 초병 박용희(21) 상병은 한강하구를 사이에 두고 마주하고 있는 북녘땅을 응시하며 결연한 경계의지를 밝혔다. 강 사이를 두고 한눈에 조망되는 곳은 북한의 개성시 판문군 하조강리 지역.

초소에서 1.8km에 불과한 거리라 육안으로도 북한군의 모습이 보일 정도였다. OP 안에는 최첨단 주·야 감시장비가 설치돼 적정의 움직임을 손바닥처럼 파악하고 있었다. 일명 ‘호크아이’로 불리는 이 장비는 주간엔 약 14.5km, 야간엔 4km까지 대형 모니터로 정밀하게 관측할 수 있어 마치 한편의 비디오 영화를 보는 듯 생생했다.

OP장인 허진석(28) 소위는 “매일 24시간 북한 주민의 어로활동 모습과 북한군의 일거수 일투족을 살피며 유사시 어떠한 도발이 있더라도 즉각 격퇴할 수 있게 대비태세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말했다.김포반도와 강화도를 비롯해 서해상의 수많은 크고 작은 섬까지 해병대 2사단 장병들의 경계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은 없다.

사단급 단위부대로는 남북이 대치하고 있는 접적지역 중 가장 넓은 지역을 책임지고 있지만 경계태세의 그물망은 한 치의 틈도 없이 겹겹이 촘촘하다. 소수 정예군인 해병대만의 강점이 경계현장에 녹아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지역적 특성상 해병대 2사단에는 특수한 임무를 지닌 전군 유일의 소규모 부대가 곳곳에 배치돼 있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해(강)상 기동대’다.일명 바다(강)의 수색대로 불리는 이들은 한강 하구와 서해 연안 해상을 지키는 기동타격대로 침투 적을 제1선에서 격퇴하는 임무를 수행한다. 육상의 수색대대처럼 강과 바다에서 매복과 수색정찰 활동을 벌인다.

김포와 강화도 등 주요 강과 해상에서 운영되고 있는 이들 ‘해(강)상 기동대’는 K-4 고속유탄기와 2문의 기관총을 장착한 연안경비정 2척을 비롯해 최고 55노트의 속력을 지닌 고속단정 2척 등을 보유, 해상숙소에서 24시간 생활하며 경계활동을 벌이기에 수중으로 침투하는 적에게는 공포 그 자체다.

강화도 부근의 해안을 감시하는 외포리 해상기동대장 강철욱(27) 중위는 “약 10년 전에도 적이 수중으로 침투하다 발각돼 도주한 사례가 있다”며 “북한 땅이 지척에 있어 수중으로 직접 침투가 가능하기에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6·25전쟁 59주년을 며칠 앞두고 해병대2사단 지휘부는 모의전투인 BCTP 훈련이 한창이었다.

육군수도군단 주관으로 예하 전 사단이 참여한 이번 훈련에 해병대 2사단은 군단의 주력 부대로서 실제 전장 지휘소를 보듯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18일부터 21일까지 3박 4일간 주야로 계속됐지만 사단장부터 말단 병사까지 일절 흔들림 없이 반드시 전투에서 승리하겠다는 의지가 역력했다.같은 시간(19~21일) 강원도 양구에서는 해병대사령부 주관으로 제12회 도솔산 전적문화제가 개최됐다.

도솔산지구 전투는 1951년 6월 4일부터 20일까지 17일간 해병대 1개 연대가 북한군 2개 사단이 지키던 전략적 요충지인 도솔산을 탈환하기 위해 벌인 전투. 이 전투의 승리로 해병대는 ‘무적해병’의 신화를 남겼고 전투의 주역 일부분이 현재의 김포 강화도 지역으로 이동해 오늘날 해병대 2사단의 모태가 됐다.

당시 승리의 주역이었던 공정식 전 해병대사령관을 비롯한 참전용사들은 “해병대는 선배 해병들의 숭고한 희생정신을 계승해 전승의 역사와 불패의 전통을 이어가기 바란다”며 일선의 후배 해병들에게 성원을 보냈다.

수도 서울의 서측 관문이며 서부 전선 최전방인 김포반도와 강화도 일대를 비롯한 서해상의 유·무인 도서에서는 지금 눈에 보이지 않는 전투가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유사시 적을 반드시 격퇴하겠다는 전투의지가 땅과 바다, 그리고 푸른 하늘 너머까지 꿈틀거리는 곳. 그곳에 선배 해병의 정신을 계승해 빨간 명찰을 가슴에 달고 투혼을 불사르는 해병대2사단 청룡부대 장병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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