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해만을 병풍처럼 둘러싼 장복산 줄기 동남쪽 끝에 천자봉이라는 봉우리가 있다.
천자봉은 높이가 500m 정도지만 그와 연해 있는 시루봉(웅산)은 693.8m나 된다.
밑에서 보면 평범해 보이지만 가파르고 돌과 바위가 많아 길이 매우 험한 산이다.해군과 해병대 현역들, 그리고 수많은 예비역 해군·해병대 전우에게 이 산은 특별한 의미와 추억을 갖는다. 해병대 창설 당시 신현준 사령관이 시민들에게 해병대의 용맹성을 보여준다고 시작한 천자봉 행군이 그 시작이었다.
해군에서는 사관학교 생도들이 가입교하는 날 이 산에 오른다. 여자 생도들도 예외가 아니어서 첫날부터 이를 악물고 오른다는 이야기를 듣고 있다.해병대에게는 이 산은 눈물고개로 유명하다. 신병훈련 때에는 행군이 아니라 구보로 이 산을 올라야 하기 때문이다. 가다가 힘들면 쉬고, 목마르면 물마시고 하는 식의 등산이라면 무엇이 어렵겠는가.
용맹성 표출로 구보 등산
그러나 해병대 훈련은 그게 아니다. 처음부터 뛰어야 하는 것이다. 정해진 시간 안에 목적지에 도착하려면 속도를 내지 않을 수 없다. 거기에 소대별·분대별로 경쟁이 붙으면 참기 어려운 고통이 된다. 빨리 뛰라는 조교들의 성화와 채근이 더해지면 어떤 상황이 될지 짐작이 갈 것이다.
그래서 해병대 출신들은 둘만 모여도 천자봉 구보 이야기로 옛날을 회상하게 된다. 근래에는 그 봉우리 옆에 있는 시루봉에 ‘해병혼’이라는 글자가 새겨져 진해를 찾는 해병들에게 더욱 친근하게 옛 감회를 불러 일으킨다. 이 글씨는 1964년 입대한 제158기 출신들이 고난을 이겨낸 영광을 기념하기 위해 돌을 주워 모아 모자이크 글자를 새긴 것이라고 한다.
천자봉은 이름 그대로 조선과 명나라 태조와 관련된 전설을 간직한 산이다. 그래서인지 진해와 마산 창원 시민들에게도 특별한 정서를 제공한다.이 지방 전설에 따르면 옛날 천자봉 연못에 살던 이무기가 용이 되지 못해 마을사람들을 못 살게 굴었다. 그러자 염라대왕이 이무기에게 용 대신 천자가 되라고 권해 연못 아래 백일마을 주씨 가문의 아기로 태어났다. 이 아기가 훗날 중국으로 건너가 명나라를 건국한 태조 주원장이라고 전한다.
시루봉엔 '해병혼' 글씨 감회
또 다른 전설은 조선 태조 이성계가 보태진 이야기다. 함경도 사람 이씨가 상을 당해 하인 주씨를 데리고 명당을 찾으려고 천자봉에 올랐다. 그런데 홀연히 바다에서 반인반어(半人半魚)의 괴물이 나타나 “바다속에 굴이 둘 있는데 그 가운데 오른쪽 굴이 천자가 태어날 명당이니라”하고 일러주었다.이 말을 들은 하인이 자기 선친의 유골을 오른쪽에 묻고 주인 이씨 선친을 왼쪽에 묻었다.
그래서 주원장이 명나라 천자가 되고 이성계는 조선 천자가 됐다는 것이다.전설이란 허무맹랑한 것이다. 황당무계하기도 하다. 그러나 그런 전설을 거슬러 올라가면 비슷한 일이나 현상이 있었을 것이다. 아니면 그렇게 되기를 염원하는 주민들의 기대와 바람이 깃들어 있을 것이다.천자봉 전설은 허무맹랑하지만 그 봉우리 아래서 태어난 해군·해병대가 훗날 한국전쟁에서 기울어 가던 조국의 운명을 건졌다.
베트남전에서 국위를 떨친 일까지 떠올리면 그 전설이 허무맹랑하지만은 않다는 생각이 든다. 20세기 대한민국 해군· 해병대의 영광을 내다본 전설이라면 억지일까.1949년 말 해병대사령부가 제주도로 옮겨가 천자봉과의 인연은 끝인 줄 알았다. 그런데 1년도 못 돼 해병대는 다시 그 봉우리 아래로 돌아왔다.
<국방일보 / 공정식 前해병대사령관 정리=문창재언론인>
6대 공정식
2011.04.24 18:25
천자봉과 해병대 - 바다의 사나이·영원한 해병-44
조회 수 7124 댓글 0
-
공정식 전 해병대사령관 장학금 전달
"일생동안 끊이지 않는 해병대사랑." 통영상륙작전, 도솔산전투, 사천ㆍ장단강지구전투 등 6ㆍ25전쟁 기간동안 수많은 전투에서 혁혁한 공을 세운 '해병대의 살아있는 전설' 공정식 前 해병대사령관께서 호국보훈의 ...Date2017.06.28 Category6대 공정식 Views528397 -
연평도포격 2주기 추모식 참석한 공정식사령관님
연평도포격 전사자 2주기 추모식에 참석한 공정식사령관님 모습입니다.Date2012.11.24 Category6대 공정식 Views6296 -
금성을지무공훈장과 훈장증 - 공정식사령관
공정식 6대 해병대사령관께서 인천상륙작전에 참가하여 수여받은 금성을지무공훈장과 훈장증 - 인천상륙작전기념관Date2012.03.28 Category6대 공정식 Views9413 -
No Image
국민에게 석고대죄자세로 새롭게 태어나자!
세계 최고의 정예군대를 지향하는 해병대는 군기가 엄한 강한 군대, 투명하고 깨끗한 조직문화,투철한 사명감과 윤리 의식을 가진 해병대로 새로이 태어나야 하겠다. / 공정식 제6대 해병대사령관 오래전 군문을 떠난...Date2011.12.11 Category6대 공정식 Views6009 -
인천상륙작전전승행사 참석한 공정식사령관
인천상륙작전전승행사 참석한 공정식사령관 인터뷰중인 공정식사령관Date2011.09.19 Category6대 공정식 Views5112 -
천자봉과 해병대 - 바다의 사나이·영원한 해병-44
진해만을 병풍처럼 둘러싼 장복산 줄기 동남쪽 끝에 천자봉이라는 봉우리가 있다. 천자봉은 높이가 500m 정도지만 그와 연해 있는 시루봉(웅산)은 693.8m나 된다. 밑에서 보면 평범해 보이지만 가파르고 돌과 바위가 ...Date2011.04.24 Category6대 공정식 Views7124 -
바다의 사나이·영원한 해병-38-해병대 편에 들어가면서
지금까지의 이야기는 한국 해군 초창기 내가 겪었거나, 보고 들은 것이다. 이제부터는 이 시리즈의 본론이라 할 해병대 차례다. 이 이야기를 하려고 먼 길을 돌아 온 느낌이다. 왜 해병대인가. 많은 군대 가운데 왜 ...Date2011.04.24 Category6대 공정식 Views4570 -
바다의 사나이·영원한 해병-21-아아! 전함 백두산
해군은 전투함을 가져야 진정한 해군이다. 전투 수단을 갖지 못한 군대를 어찌 군대라 하겠는가. 건국 초기 해군의 가장 큰 염원이 전투함이었음은 말할 나위 없다. 나는 영광스럽게도 미국에 출장가서 한국 해군 최...Date2011.04.24 Category6대 공정식 Views4962 -
바다의 사나이·영원한 해병-18-함정 납북사건
한반도가 통일을 이루지 못하고 남북한에 각각 정부가 수립된 1948년부터 6·25전쟁 때까지 남북 간에는 체제 경쟁이 치열했다. 특히 북한은 남로당을 조종해 남한사회의 혼란을 획책하기에 열중했다. 빈번한 납치와 ...Date2011.02.13 Category6대 공정식 Views7346 -
바다의 사나이·영원한 해병-7-해군장교 임관
우리 1기생은 구축함 실습 중 임관돼 임관기념 사진이 없다. 졸업식도 2기생 입교식 날 더부살이처럼 가졌다. 60년이 넘은 해군사관학교 역사상 이런 일은 그것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그럴 만한 사유가 있었기 때...Date2011.01.28 Category6대 공정식 Views4911 -
바다의 사나이·영원한 해병-5-해사시절
초창기 해군사관학교 교과목은 지금의 이학사 과정에 비춰도 크게 손색이 없을 정도였다. 국어·영어·국사·대수·물리 같은 교양 공통과목에, 군사·통신·항해·기관·군법·지정학·해병학 같은 전문과목도 공통 필수과목이...Date2011.01.28 Category6대 공정식 Views4609 -
바다의 사나이·영원한 해병 공정식- 프롤로그
◇ 공정식 장군은 ▲1925년 9월 3일 경남 출생 ▲1948년 해군 경주함 함장 ▲1952년 해병대 제3 전투단장 ▲1957년 한미 해병 연합상륙 여단장 ▲1964∼1966년 제6대 해병대 사령관 ▲1967년 제7대 국회의원 ▲1994년 성우회 ...Date2011.01.28 Category6대 공정식 Views51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