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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고의 정예군대를 지향하는 해병대는 군기가 엄한 강한 군대, 투명하고 깨끗한 조직문화,투철한 사명감과 윤리 의식을 가진 해병대로 새로이 태어나야 하겠다. / 공정식 제6대 해병대사령관

 

오래전 군문을 떠난 날부터 지금 이 순간까지 내 사고의 중심에는 언제나 해병대가 자리잡고 있다. 한순간도 해병대에 관한 일이 내 뇌리를 떠난 적이 없었다. 해병대가 잘 나가면 괜히 기분이 좋았고, 불상사가 있으면 가슴이 너무나 아팠다. 내 아들 셋과 손자 둘을 해병대에 보낸 것도 ‘지극한 해병대 사랑’의 결과이기도 하다.
그런 나에게 이번에 발생한 해병대 2사단의 총기 난사 사건은 노 해병에게 너무나 큰 충격을 주었다. 해병대가 어떤 군대인가? 국민에게 사랑받고 믿을 수 있는 전우애로 똘똘 뭉친 강한 군대 아니었던가?


<‘위기의 순간’에도 해병정신은 살아 있었다>
해병대의 자랑은 자타가 인정하는 전우애이다. 그나마 최악의 총기 난사사건 속에서도 본인이 4발의 총상을 입으면서도 총기난사의 주동자인 김 상병을 제압한 권 이병의 해병대 정신이 더 끔찍한 인명피해를 막을 수 있었으며, 이러한 권 이병이야말로 수십 대 일의 경쟁을 뚫고 혹독한 훈련의 해병대를 자원한 ‘팔각모 용사’의 기개를 보여줬다. 이는 전군의 귀감이 되고 있다.
군이란 집단은 혈기 왕성한 청년들이 좁은 공간에 모여 엄격한 명령체계 속에서 생활해야 하므로 장병들 사이에 크고 작은 갈등과 다툼이 일어날 가능성이 언제나 있다. 이번 사건으로 드러난 최전선 부대의 총기관리 부실을 거울삼아 군의 총기관리체계를 재검토하여 두번 다시 이러한 사건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겠다.


<‘원칙과 사랑의 병영문화’로 거듭나기를 >
과거에는 군내 사고들이 거의 은폐됐다. 그러나 이제는 우리도 성숙한 시민사회가 됨에 따라 군의 모든 사건, 사고가 언론에 공개되고 있다. 장병들 역시 과거에는 웬만한 욕설이나 가혹행위, 따돌림도 참으며 지낼 수 있었다. 그러나 외아들로 곱게 자란 신세대들이 군에 들어와 상관, 동료들로부터 욕을 먹거나 가혹행위와 따돌림을 당하면 그 고통은 이루 헤아릴 수 없는 것이 되었다.
결국, 이를 참지 못하고 탈영, 자살 혹은 동료를 향해 총질을 하는 비극을 초래됐다. 신성한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기 위해 입대하는 군장병들과 그 가족들은 국가로부터 ‘합당한 대우’를 받을 권리가 있다.
훈련이나 교전을 통해 목숨을 잃거나 부상을 당하는 경우 국가는 충분한 보상과 정성으로 보답해야 한다. 그 이외에는 어떤 경우라도 목숨을 걸어야 하는 일은 없도록 보장하는 것이 국가의 역할이다. 그렇지 못하다면 국가는 국방의무가 신성하다고 말할 자격이 없다.


<미군의 ‘인간관리’ 시스템에서 배우자>
문화와 가치는 다소 다를지라도, 장교에게만 경례를 하고 이병에서 상사까지 서로 경례하지 않는 미군의 병영 문화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오직 직책에 의한 소대장, 분대장, 조장 지휘계통을 확립하고 병사끼리는 서로 간섭을 최소화하고 스트레스를 주지 않는 구조이지만 임무 수행 및 관리가 전반적으로 잘 되고 있다. 현대의 전장은 더욱 폭력적이고 기계에 의존한 전투로 변화하고 있다. 동료에 대한 신뢰가 유지되지 못한다면 전투력을 극대화할 수 없다. 악습을 하루아침에 고치기 어려울지라도 변화 의지가 있다면 국민의 신뢰 속에 해병대의 전력은 향상될 것이다.


<강군이 되려면 병영문화 개선해야>
2011년 7월 18일 해병대에서 병영문화 혁신 대토론회를 가졌다.
구타나 가혹행위 등 비위를 저지른 해병에게 해병대 상징인 ‘빨간 명찰’을 떼어내 회수하는 방안이 추진되었다. 또 이 같은 병영 악·폐습척결 명령을 위반하면 사령부 차원에서 소속을 변경하고, 명령을 위반한 부대를 해체하는 방안도 함께 추진하였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병영 내 각종 악·폐습 척결과 관심병사 식별 및 관리대책, 작전기강확립 방안 등이 논의되었다.
해병대 2사단의 총기 난사 사건에도 불구하고 해병대 병사 지원경쟁률이 오히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사건에도 불구하고 지원자가 줄지 않은 것은 젊은 세대가 해병대의 강한 도전 정신을 선호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은 해병대가 진정한 국민의 힘으로 거듭나기를 바라는 국민들의 기대를 뜻하는 것이기도 하다.
세계 최고의 정예군대를 지향하는 해병대는 군기가 엄한 강한 군대, 투명하고 깨끗한 조직문화, 투철한 사명감과 윤리 의식을 가진 해병대로 새로이 태어나야 하겠다. 그리고 해병대는 해병대답게 이번 사태에 너무 의기소침하지 말고 상하가 일심동체가 돼 제대로 된 해병문화를 만드는데 혼신의 노력을 해야 한다. 위기는 곧 기회임을 명심하자. 국민과 언론도 부정적인 여론을 앞세우기보다 따뜻한 시각으로 응원하며 기다리는 여유를 보여 주었으면 한다.
그리하여 빨간 명찰과 팔각모자 그리고 세무군화에 ‘한번 해병은 영원한 해병’이라는 자긍심을 갖고 거리를 자랑스럽게 활보하는 충성스러운 해병대를 보여주길 기대한다.
지금 전국 방방곡곡 ‘해병대여 다시 일어서라’고 외치는 힘찬 국민의 소리가 실의에 빠져있는 우리 해병대에 얼마나 큰 힘이 되고 용기를 주고 있는가! 여기에 힘입어 다시 한 번 세계 최강부대가 되기 위해 힘찬 발돋움을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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