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가가 있어야겠다. 사관생도들을 하나로 묶어 세울 멋진 노래가 있어야 하겠다.손원일 제독의 바통을 받아 제2대 해군사관학교 교장에 취임한 김일병 중위는 생도들에게 애교심을 불어 넣어 줄 교가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그는 1947년 1월 노산 이은상 선생에게 교가 작사를 의뢰했다. 진해에서 가까운 마산 출신이고 저명한 시조시인이며, 이순신 연구가로도 이름을 날린 그보다 적임자는 없다고 생각했다.
애교심 일깨울 교가 필요성 절감
중앙 일간신문에 작곡공모 공고를 내고, 각 대학과 음악단체마다 협조공문을 보냈다.신문을 보고 이를 안 손제독 부인 홍은혜 여사는 남편 몰래 김교장에게 노산 선생의 가사를 보여달라고 요청했다. 그걸 적어 놓고 한 달이나 걸려 곡을 완성한 홍여사도 작품모집 기일에 맞춰 곡을 제출했다.
김교장에게서 응모현황을 보고받고 아내의 응모사실을 안 손제독은 “오해의 소지가 있으니 아내의 작품은 빼라”고 지시했다.“사령관님 그건 곤란합니다. 사모님도 음악을 전공하신 분이고, 지금 생도들이 즐겨 부르는 ‘바다로 가자’를 작곡한 훌륭한 음악가이십니다. 정식으로 응모한 작품을 심사도 안 해보고 빼는 것은 옳지 않다고 봅니다.”
손제독은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정당하게 응모된 작품을 아내의 것이라는 이유로 제척하는 것이 월권이라는 것을 인정한 것이다. 심사는 해사2기생들이 모여앉아 일일이 곡을 노래로 불러보고 투표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그렇게 뽑힌 것이 홍여사 작품이었다.
천자봉 구름 속에 높이 솟았고
옥포의 푸른 물결 넘실거리네
스승의 채찍 아래 자라는 우리
씩씩한 배달 혼을 기르오리다
사자같이 우러나는 호령소리에
파도같이 밀려오는 우리 발걸음
사나이 굳은 뜻을 가슴에 안고
정의의 새 나라 만드오리다
청년의 피가 끓는 대한의 아들
두 손을 높이 들고 맹세하노라
거룩한 충무공의 뒤를 받들어
조국의 한바다를 지키오리다
(후렴)만세 만세 만세
해군사관학교 만세
길이길이 빛나거라
해군사관학교
이 노래는 그해 7월 2기생들에 의해 처음 불려졌다. 홍여사는 특별히 정이 들었던 우리 1기생들을 위해 ‘해사 1기생 가’도 작곡해 줬다.
구수한 인간미의 유능한 지휘관
2기생 얘기가 나오면 훗날 해군참모총장이 된 김규섭 생도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임관 후 모교에 근무하게 된 내가 김생도를 주목하게 된 것은 그의 명석한 두뇌, 특히 출중한 수학실력에 주목했기 때문이었다.그는 보통사람 머리로는 도전할 수 없는 암산게임을 즐기기로 유명한 사람이었다. 그러나 구수한 인간미도 가진 유능한 지휘관이었다. 그의 소장 시절 일화다.
어느 날 사복차림으로 짚를 몰고 정문을 나서는데 소위 둘이 “야 운전병, 좀 타고 가자”하면서 차를 세웠다. 그가 함대사령부 정문 앞에 차를 세우고 이제 내리시라고 하자, 소위들은 “야 임마, 2부두까지 가!”하고 명령했다. 주먹질을 할 태세에 놀라 2부두까지 태워다 주고 같이 내렸을 때, 그의 계급을 안 소위들은 기겁을 했고, 그는 빙긋 웃으며 함내로 들어갔다고 한다. <공정식 前 해병대사령관/정리= 문창재·언론인>
6대 공정식
2011.01.28 01:52
바다의 사나이·영원한 해병 -8- 해사 교가탄생 일화
조회 수 4438 댓글 0
-
바다의 사나이·영원한 해병 -10- 창군 초기 대통령의 국군 순서
지금 국군의 순서를 가리키는 말은 ‘육·해·공’으로 굳어져 있다. 그런데 창군 초기 대통령이 입만 열면 ‘해·육·공’이라고 말해 육군의 신경을 자극했던 일이 있었다. 이승만 대통령은 사석에서는 물론 공식석상에서도...Date2011.01.28 Category6대 공정식 Views5046 -
바다의 사나이·영원한 해병 -9- 배고픈 사관생도
세상에서 제일 서러운 것은 배고픈 것이라는 말이 있다. 물론 밥 사먹을 돈이 없어서 배고픈 것과 군대에서 배곯는 것은 다르다. 1970년대 이전에 군대생활을 한 사람이면 누구나 그 서러움을 경험했을 것이다. 나라...Date2011.01.28 Category6대 공정식 Views4587 -
바다의 사나이·영원한 해병 -8- 해사 교가탄생 일화
교가가 있어야겠다. 사관생도들을 하나로 묶어 세울 멋진 노래가 있어야 하겠다.손원일 제독의 바통을 받아 제2대 해군사관학교 교장에 취임한 김일병 중위는 생도들에게 애교심을 불어 넣어 줄 교가의 필요성을 절감...Date2011.01.28 Category6대 공정식 Views4438 -
바다의 사나이·영원한 해병-7-해군장교 임관
우리 1기생은 구축함 실습 중 임관돼 임관기념 사진이 없다. 졸업식도 2기생 입교식 날 더부살이처럼 가졌다. 60년이 넘은 해군사관학교 역사상 이런 일은 그것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그럴 만한 사유가 있었기 때...Date2011.01.28 Category6대 공정식 Views4911 -
바다의 사나이·영원한 해병-6-구축함 실습시절
구축함 실습생활에서 잊혀지지 않을 부끄러운 일은 배멀미에 시달린 기억이다. 바다 사나이가 되겠다는 사람들이 그 정도를 이겨내지 못하고 그 난리를 쳤으니, 지금 생각해도 얼굴이 뜨겁다. 그러나 어쩌랴. 익숙하...Date2011.01.28 Category6대 공정식 Views4309 -
바다의 사나이·영원한 해병-5-해사시절
초창기 해군사관학교 교과목은 지금의 이학사 과정에 비춰도 크게 손색이 없을 정도였다. 국어·영어·국사·대수·물리 같은 교양 공통과목에, 군사·통신·항해·기관·군법·지정학·해병학 같은 전문과목도 공통 필수과목이...Date2011.01.28 Category6대 공정식 Views4609 -
바다의 사나이·영원한 해병-4-열악했던 해사시절
창고를 개조한 낡고 좁은 교실, 옷도 신발도 모자도 모두 일본이 남기고 간 것을 활용하는 초라한 사관학교였다. 그러나 가르치고 배우는 열성만은 대단했다. 1946년 6월 15일 해방병단이 조선해안경비대로 바뀌고, ...Date2011.01.28 Category6대 공정식 Views5258 -
바다의 사나이·영원한 해병-3-해군사관학교 시절
이해를 돕기 위해 ‘해방병단’이니 ‘해군병학교’니 하는 낯선 명칭에 대해 간단히 언급해 둬야 하겠다. 해방병단이란 해군의 아버지로 추앙받는 손원일 제독이 광복 후 주머니를 털어 만든 사설군사단체였다. 이것이 ...Date2011.01.28 Category6대 공정식 Views5414 -
바다의 사나이·영원한 해병-2-해군과의 인연
내가 해군과 연을 맺게 된 것은 순전히 지역적 영향이다. 군항도시 진해 가까운 곳에서 학교를 다닌 탓에 자연히 해군에 관심을 갖게 됐다. 나는 1925년 경남 밀양에서 태어났으며, 마산 공립상업학교를 나왔다. 마산...Date2011.01.28 Category6대 공정식 Views4735 -
바다의 사나이·영원한 해병 공정식- 프롤로그
◇ 공정식 장군은 ▲1925년 9월 3일 경남 출생 ▲1948년 해군 경주함 함장 ▲1952년 해병대 제3 전투단장 ▲1957년 한미 해병 연합상륙 여단장 ▲1964∼1966년 제6대 해병대 사령관 ▲1967년 제7대 국회의원 ▲1994년 성우회 ...Date2011.01.28 Category6대 공정식 Views5199 -
정성 담긴 찌개 한 그릇
며칠 전 지방 출장길에 점심을 먹기 위해 어느 식당에 들렀을 때의 일이다. 메뉴판에 있는 찌개를 주문하고 고개를 들어보니 요즘은 좀체 보기 어려운 '손님은 왕이다'라는 문구가 벽에 걸려 있었다. 문구대로라면 임...Date2011.01.16 Category22대 전도봉 Views7238 -
해병대 신형전투복입은 유낙준사령관 사진들
해병대가 고유의 신형 디지털 전투복을 제작해 오는 9월 초부터 신병들부터 초도 보급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보도에는 62년만이라고 하는데 이전에 해병대는 덕헌터나 큰무늬위장복이 있었으니 62년만은 아니라고 봅...Date2011.01.10 Category30대 유낙준 Views17378 -
1994년 6여단장 이취임식 - 이상무사령관
1994년 12월 24일 이갑진, 김명환 6여단장 이.취임식장의 이상무 해병대사령관님의 모습입니다. - 해병대 역대사령관을 지내신 분들이 함께 보이는군요.Date2011.01.01 Category21대 이상무 Views13890 -
[대한민국 제1호] 6·25때 '귀신 잡는 해병' 이끈 신현준 중령
1949년 4월 15일 경남 진해의 덕산 비행장에서는 해병대 창설식이 거행됐다. 해군에서 편입된 장교 26명과 하사관(현 부사관) 54명, 해군에 갓 들어와 해병대를 지원한 300명의 사병이 전부였다. 2개 대대로 출범한 ...Date2010.12.28 Category1대 신현준 Views8728 -
이갑진 전 해병대사령관 - 서북도서 전략증강방안
서북도서 전력증강 방안-“현지 정보력 강화·정밀타격능력 보유 무기 배치를” 한국해양전략연구소(KIMS)와 해병대전략연구소(RIMS)가 9일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에서 ‘북한의 연평도 포격과 우리의 대응’이라는 주제로 ...Date2010.12.10 Category23대 이갑진 Views77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