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대성 세종연구소소장
북한은 2009년 11월 대청해전 패배이후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 주요 포병기지에 서울수도권을 위협하는 방사포 수십 문을 전진 배치하였다. 그리고 2009년 12월 21일 북한 해군사령부는 “북한군 서해상 군사분계선 수역을 해안 및 섬 포병 구분대(북한 부대명칭)의 ‘평시 해상사격구역’으로 선포하며,본 사격구역에서 모든 어선들과 기타 함선들은 피해가 없도록 자체 안전대책을 세우라”는 노골적인 대남도발 및 협박성 내용을 일방적으로 선포하였다.
북한은 남·북한 간 해상 분계선인 북방한계선을 무시하면서 남한 영해인 서해지역을 북한의 사격장으로 점용(占用)할 것이라며 남한은 알아서 하라는 내용이었다.
뿐만 아니라 2010년 1월 27~29일에 도발적인 포사격을 하였으며 그 후 전력들을 추가 배치하기도 하였다. 한편 2010년 2월 19일 북한은 서해상 백령도와 대청도 등 NLL인근 해상 4곳과 함경북도 등 동해상 2곳을 해상사격구역으로 일방적인 지정과 통보 하였다. 북한이 국제법, 국제적 관례, 국제적 상식 등 모든 것을 무시하면서 우리에 대해 노골적인도발을 감행하고 있는 행위의 저의는 무엇이며, 이에 대해 우리 군은 어떠한 대비책을 구비해야만 하는가를 분석코자 한다.
북한의 일방적인 해상사격구역 선포의 의미는 첫째, NLL 무효화를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현재 남·북한 간 실제적인 해상 분계선인 NLL은 1953년 8월 UN군사령부가 해군함정의 경비활동 통제와 안전유지 등을 목적으로 한강하구에서부터 11개 좌표를 이은 선을 양측 경계선으로 정하자고 북한에게 통보한 이래 북한이 20년간 아무런 이의제기를 하지 않음은 물론 북한 자신도 직·간접적으로 인정하여왔던, 해상경계선으로 되어 있는 남·북한 간 분계선이다.
1) 북한은 1973년 이후 본 해상 분계선에 대해 재설정을 주장하면서 간헐적인 무효화 주장을 해오다가 1990년대 말부터 본격적인 무효화 주장들을 천명하면서 3번의 서해교전까지 일으켰다.
북한은 새로운 NLL무효화 달성방법으로 ‘남한해역 북한사격장화’라는 카드를 마련하고 도발적인 선포를 감행하고 있다. 북한은 서해교전들을 통해 북한 함정에 의한 NLL무효화 작업은 그들 해군역량부족 때문에 불가능함을 깨닫고 새로운 무효화 수단으로 ‘남한해역 북한사격장화’라는 도발카드를 마련한 셈이다. 남한해역이 북한의 사격장이 되면 남한의 함정들과 어선들은 그 지역에서 사라지게 되고 그러한 시간이 오래 계속되면 남한 해역은 사실상
북한소유가 될 수 있다는 발상에서 나온 선언이라고 도 볼 수 있다.
둘째, 북한은 ‘서해 분쟁지대화’를 위해 본 내용을 선포하였다.현재 북한에 대한 6자회담 참여국들 및 세계의 주된 관심은 ‘북한의 완전 비핵화’이며 이를 위한 체계적인 압박이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은 무슨 수를 쓰더라도 이러한 압박에서 벗어나면서 시간 끌기 및 사실상의 핵보유국이 되기 위하여 각종 사술(詐術)과 강박(强迫)들을 동원하고 있다. 북한은 때로는 각종 협박을 가하기도 하고 때로는 유화적인 제스처를 하면서 위장된 대화에 임하기도 한다. 북한의 궁극적인 목적은 선군정치(Military First Policy)2)라는 국가경영방식을 지속하면서 대량살상무기 보유국으로서 국제적인 인정을 받는 일이다. 이런 의미에서 북한은 미국이나 6자회담 참여국들에게 끌려가지 않기위해 북핵폐기라는 주제에 대한 물타기 내지 더 중요한 다른 주제로 초점전이(焦點轉移)를 하고자 한다. 이러한 초점전이를 위해 북·미 간 혹은 6자회담에서 북한은 서해를 분쟁지대화하고 그 분쟁의 원인부터 해결하자는 논리로 ‘한반도 평화체제 전환’이라는 주제 하에 한반도 비핵화 문제를 다루기를 원하면서 도발적인 선언을 선포하였다고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북한의 일방적인 선포내용이 실제유효화 하되 남한해역이 북한 사격장으로 점용되는 경우 남·북한 간의 무력충돌은 불문가지의 일이다. 현재 북한은 더욱 심화되고 있는 식량난, 화폐개혁의 실패로 인한 북한주민들의 불만고조 등 북한체제 유지차원에서 그 불안 요소들이 증대되고 있다. 남·북한 간 무력충돌 및 긴장고조는 북한주
민통제 및 북한체제 불안요소제거를 위해 가장 효율성 있는 카드 중 하나며, 본 카드 마련을 위해 일방적인 선포를 감행하였다고 볼 수 있다. 북한은 일방적인 사격구역 선포를 통해 남·북한 간에 전면전보다는 국지전을 야기시켜 ‘한반도 분쟁해결’이라는 화급한 주제를 만들기 위해 노력을 경주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그렇게 함으로써 ‘북한의 비핵화’라는 주제보다 ‘한반도 분쟁해결’이라는 주제를 북·미 간 혹은 6자회담에서 다루면서 북한의 비핵화 명제를 물타기 하기 위한 저의가 있다고 평가된다.
북한의 일방적인 사격구역선포에 대해 다음과 같은 3가지 대비책들을 마련하고 철저한 조치들을 취하여야만 한다.
첫째, 북한의 남한 해역사격장화 선포에 대해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사항의 항의성 및 사전 예고성 경고를 천명해야 한다.
①북한의 남한해역 사격장화의 일방적인 선언은 남한에 대한 노골적인 도발행위이며, 남북기본합의서(1991. 12. 13) 제2장 제11조3)및 남북기본합의서 ‘제2장 남북불가침’의 이행과 준수를 위한 부속합의서(1992. 9. 17) 제1장 제1, 2조4)위반임을 강력하게 항의하며, ② 북한의 우리 해역 및 영토에 의도적·우발적 사격에 상응하는 철저한 대응사격 혹은 보복조치를 할 것임을 사전에 분명히 밝히는 한 차원 높은 강력한 경고를 하여야 한다.
둘째, 북한이 우리 해역에 직접적인 사격들을 가하는 경우, 우선 우리 군은 남북기본합의서 ‘제2장 남북불가침’의 이행과 준수를 위한 부속합의서(1992. 9. 17) 제2장 제4조5)에 의거 북한의 의도를 신속하게 확인해야 한다. 그러나 북한의 의도를 확인은 하되 한 가지 유념할 사항은 이미 우리 군은 북한에 대해 의도적·우발적 사격 모두에 대해 철
저한 대응사격을 할 것임을 사전 경고하여 놓았기때문에 북한의 직접적인 사격이 있는 경우, 즉각적인 대응사격 혹은 보복조치들을 취하면서 의도성혹은 우발성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우리 군의 대응사격에 대해 북한이 즉각적인 사격을 중지하고, 사과 혹은 해명이 있을 경우에는 우리의 대응사격은 중단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의 대응사격에 대해 북한이 또 다른 도발을 해올 경우, 우리 군은 교전규칙에 따라 행동해야 하며, 이러한 경우를 대비하여 우리 군은 육·해·공군의 신속하고 원활한 합동작전은 말할 것도 없고, 한·미간 철저한 공조체제를 유지해야 한다. 우리 군이 존재하는 절대절명의 이유는 우리를 공격해오는 적을 절대 불용하기 위함이다. 세계 모든 국가의 군은 적으로부터 공격을 받는 경우 반드시 응징보복을 통해 적의 공격을 차단내지 공격력을 파괴시킴을 그 기본 임무로 삼고 있
음을 명심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북한이 서해를 사격장화하려고 하는 그 저의를 분명히 간파하고, 우리 군은 모든 조치들을 취해야 한다. 서해 사격장화를 노리는 북한의 목표는 서해를 분쟁지대화 혹은 국지전을 야기하여 북한의 핵폐기 주제를 한반도 분쟁해결이라는 하위주제로 격하시키기 위함이기에 이러한 북한의 사술에 말려들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북한이 야기하는 서해의 분쟁지대화나 국지전에 대해서는 철저한 조치들을 취하면서도 ‘북핵폐기’라는 주제는 포기됨이 없이 계속하여 추구되어져야만 할 것이다.
4) 남북기본합의서 ‘제2장 남북 불가침’의 이행과 준수를 위한 부속합의서(1992. 9. 17 발효) 제1장 1, 2조: 제1조 “남과 북은 군사분계선 일대를 포함하여 자기측 관할구역 밖에 있는 상대방의 인원과 물자, 차량, 선박, 함정, 비행기 등에 대하여 총격, 포격, 폭격, 습격, 파괴를 비롯한 모든 형태의 무력사용행위를 금지하며 상대방에 대하여 피해를 주는 일체 무력도발행위를 하지 않는다.”; 제2조 “남과 북은 무력으로 상대방의 관할구역을 침입 또는 공격하거나 그의 일부 또는 전부를 일시라도 점령하는 행위를 하지 않는다. 남과 북은 어떠한 수단과 방법으로라도 상대방 관할 구역에 정규무력이나 비정규무력을 침입시키지 않는다.”
5) 남북기본합의서 ‘제2장 남북 불가침’의 이행과 준수를 위한 부속합의서(1992. 9. 17 발효) 제2장 제4조 “남과 북은 상대방의 계획적이라고 인정되는 무력공격징후를 발견하였을 경우 즉시 상대측에 경고하고 해명을 요구할 수 있으며, 그것이 무력충돌로 확대되지 않도록 필요한 사전대책을 세운다”라고 명기되어 있음.
[자료출처 합참 시사포커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