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구조에 관한 논의에 있어서 아쉬운 것은 기본적인 개념, 용어에 대한 합의가 없이 구구한 논란만 하고 있다는 것이다. 기본에 대한 공감대 없이 이뤄지는 논의는 무의미하다. 이 글은 군 구조를 논의하는 데 있어 공통으로 갖춰야 할 기본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한 것이다. 따라서 어떠한 군제가 바람직한 것이냐는 입론 이전에 이러한 논의를 진행시키는 데 도움이 될 기초를 제시하고자 하는 것이 이 글의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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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이지스구축함 세종대왕함이 남해 앞바다에서 위풍당당한 모습으로 항진하고 있다. 한국은 해양국가이므로 군구조
발전과 전력 건설 과정에서 해군력 확충과 해병대의 발전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


합동성의 강화

3군사관학교를 통합해 합동성과 통합성을 강화해야 된다는 주장이 있다. 3군사관학교 졸업식과 임관식을 분리해 임관식은 계22635.jpg 룡대에서 통합해 실시한다고 하는데 재미있는 발상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러한 발상이 합동성 강화에 얼마나 유용하고 지속적인 효과가 있겠는가에 대해서는 의문이 많다. 4년을 함께 생활한 해군사관학교 동기생끼리도 졸업 후 해군장교와 해병대장교는 서로 소 닭 보듯 하는 서먹서먹한 사이라고 한다. 3군사관학교 임관식을 같이 한다든가, 1학년은 같이 생활한다든가 하는 방법으로 합동성을 높인다는 것이 문제의 본질을 제대로 짚었다고 하기는 어렵다.  

 합동성이 중시되는 분야와 차원은 어디인가를 잘 알아야 한다. 육군의 보병·포병 등은 다같이 전투병과지만 제병협동작전을 위해서 이를 전투병과학교 보병학부·포병학부 등으로 통합하는 데 찬동하는 육군장교는 거의 없다. 공군의 근접지원을 잘 받도록 육군과 공군을 통합하지는 않는다. 이를 위해서는 육군장교에게 공지작전에 대한 교육과 훈련을 잘 시키면 되는 것이다. 합동성이 문제가 되는 것은 기본적으로 위관장교(company grade officer)가 아니라 영관장교(field grade officer)다. 합동성 강화를 위한 본격적인 교육은 사관학교가 아니라 합동참모대학에서 이뤄져야 한다. 현재는 각군 대학과 국방대학교에 비해 합참대 교육은 경시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합동성 강화 차원에서는 합참대 교육 강화가 시급하다. 이를 위해 합참의장이 합참대 총장을 겸하는 방법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대(大)몰트케는 참모본부요원 교육과 육대 교육을 직접 챙겼다. 

 합동성 강화를 위해 합참 차원에서 합동작전교리의 발전이 이뤄지고 있지만 이번 천안함 사태에서 노출된 합참 내 3군 장교 간의 소통부족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골드워터 니콜스 법안과 같이 합참의장의 인사권을 보다 실질적으로 강화할 필요가 있다. 합참근무장교의 보직권과 진급권에서 합참의장이 각군 총장에 비해 우선권을 갖도록 해야 한다. 현재와 같이 장관 결재 단계에 이르러서야 합참의장의 견해를 묻는 형식적인 방법으로서는 안 된다. 

 동시에 각군의 독자성이 유지돼야 할 부분이 분명히 있는데 무리하게 통합을 이루려 해서도 안 된다. 일례로 수로정보를 위해서는 해군 고유의 정보작전 기능이 필요하다. 미해군에서 ONI(Office of Naval Intelligence)가 수행하는 기능을 참고해 이를 3군이 통합편성된 국군정보사령부에서 과연 적절한 지도와 지원을 할 수 있겠는가를 살펴봐야 한다. 마찬가지로 공군의 항공의학의료원의 예산과 전문성이 3군 통합의 국군의무사령부에서 소홀히 되지 않도록 각별한 주의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이처럼 3군의 교육과 군수 기능을 통합하는 노력은 분명히 필요하나 여기에서 각군의 고유하고 특수한 부분들이 간과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다시 말해 합동성과 경제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현재와는 다른 방법이 모색돼야 하는 부분이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좀 더 대승적이고 심도 있는 토론에 입각해 방도를 찾아야 한다.


해양국가 한국

한국은 반도국가다. 지난 수백 년 동안 해양으로부터의 위협은 주로 일본으로부터 왔으나 이제 날로 커지는 국력을 바탕으로 해 황해의 내해화를 획책하고 있는 중국의 위협에 대해서도 각별한 대비를 하지 않으면 안 된다. 한국은 동시에 사실상의 해양국가다. 세계 제1위의 조선대국이며 세계 유수의 해운국가다 .아덴만 여명작전에서 보듯 온 세계에 걸쳐 국익을 지켜낼 수 있는 능력을 가져야 하는 우리에게 해군력의 확충은 국가적 요청이다. 이를 위해서는 제1차 세계대전 발발 전 독일의 빌헬름 2세와 틸피츠 제독이 영국 해군을 따라잡기 위해 각별한 노력을 경주했듯이, 또는 1980년대 구소련의 브레즈네프와 고르쉬코프가 해군력 증강을 주도했던 바와 같은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 정부 예산만이 아니라 민간의 해양활동에서 얻게 되는 이익의 일정 부분을 할애하는 것과 같은 특단의 조치도 필요하다고 하겠다.

 동시에 중국과 일본에 대해서는 한반도 자체가 불침의 항공모함이며 북한에 대해서는 연평도와 백령도가 불침의 항공모함이 된다는 지정학적적 이점을 활용해야 한다. 해병항공전력의 성격과 규모가 미 해병항공대와 같을 필요가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세계적인 해군활동을 전개하기 위해서는 자체로 항공 엄호를 할 수 있는 전력도 중요하지만 우선 긴급한 북한 위협에 대처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는 데 주력하고 순차적으로 전략적 전력을 확보하도록 투자의 우선순위를 잘 설정해야 할 것이다. 

 우리가 모델로 삼는 미해병대(U.S. Marine Corps)는 상륙작전을 주로 수행하는 전력으로서 방대한 항공전력의 엄호를 받는 막강한 지상군으로 커 왔다. 오늘날 미해병대는 해안선 수십 ㎞ 밖에서 공중기동작전으로 대병력이 강습하는 작전형태를 취한다.

이를 위해 미해병대의 해병원정군(MEF:Marine Expeditionary Force)는 1개 해병사단에 더해 웬만한 나라의 공군력에 맞먹는 해병항공단을 보유하고 있는데 미의회는 이러한 MEF를 3개 유지하도록 보장하고 있다. 냉전 이후 전반적인 군비 삭감의 추세 속에서도 미해병대가 과거의 규모를 유지하고 있는 것은 이러한 배경에서다. 이를 반영해 중남미를 책임지역으로 하는 남부통합군사령관은 해병대장이며 해병대사령관은 육·해·공군참모총장과 더불어 합동참모회의의 일원이다. 

 ※ 세계의 해병대 가운데 사단을 편제하고 있는 나라는 미국과 한국·대만밖에 없으며 그 밖의 대부분은 여단 규모의 부대구조를 갖고 있다. 영국 해병대(Royal Marines)는 전통적으로 함대 소속의 코만도였다. 포클랜드 전쟁에서 활약한 영국 해병대가 바로 이러한 엘리트 부대인데 영국은 3개 여단 7000명의 해병대를 갖고 있다. 우리와 미국과는 달리 영국 해병대의 장관급 장교는 장군(general)이 아니라 제독(admiral)으로 불린다. 

 국군조직법에는 ‘해군에 해병대를 둬 해군의 상륙작전에 관한 사항을 관장하도록 한다’고 명시돼 있는데 ‘해군에 해병대를 둬’라는 조항을 둔 의의를 잘 살펴야 한다. 이는 우리 군이 육·해·공군·해병대의 4군 체제는 아니지만 해병대의 독특한 위상과 역할을 존중하라는 뜻이다. 동시에 ‘상륙작전을 관장한다’는 것은 이를 위한 부대구조와 기능을 보장할 것을 지정하고 있다. 군의 기능은 법조문에 세세하게 규정할 성격의 사안이 아니나, 그 취지는 살리는 선에서 존중돼야 한다. 그러므로 해병대는 해군의 일부로서 해군 구조 내에 통합돼야 하며, 현재 김포와 강화지역의 붙박이 방어임무를 맡고 있는 2사단의 임무도 해병대가 강력한 전략적 억제력이 될 수 있도록 조정돼야 한다. 덧붙여 해병대가 공지기동군으로 발전하는 세계적 추세도 적절히 수용해 부대구조와 장비를 발전시켜야 한다.

한미연합작전태세

2010년 한국 육군과 미 2사단 장병들이 연합훈련에 앞서 반갑게 악수를 하고 있다. 군구조 개편 과정에서 한미연합방위태세
가 공동방위태세로 발전할 수 있도록 준비가 필요하다.

아울러 우리는 한미연합작전태세를 갖춰야 한다는 다른 나라에는 없는 독특한 과제를 갖고 있다. 1994년부터 평시작통권(정전시 작전통제권:armistice opcon)을 한국 합참이 행사하도록 됐다. 군의 모든 것은 전쟁을 위해 있는데 굳이 전·평시를 구분할 필요가 있느냐는 강한 의구가 있었으나 전작권 환수를 준비하기 위해서 평작권을 합참이 행사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도 있었다.  

 그러나 한국방위를 책임지고 있는 연합사령관으로서는 한국군의 준비와 연합사의 시행을 연결할 수 있는 고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봤고 여기서 고안된 장치가 연합권한위임(CODA:Combined Operation Delegation of Authority)이다. 즉, 위기관리·정보·작전계획·연합훈련·군수·상호운영성 등의 6개 항목에 대하여는 연합사에 권한을 위임한다는 것이다. 이를 비판하는 사람들은 이것을 빼면 평시작통권은 껍데기에 불과하다고들 했지만 이것이 있어서 한미연합작전태세가 약화되지 않고 유지될 수 있었다고 볼 수 있다. DEFCON-3가 되면 연합사에 작전통제권이 전환되기 때문에 합참에서 연합사로 지휘관계의 전환이 원만하게 이뤄지기 위해서는 평소에도 부단히 협조해야 한다. 또 연합구성군사가 창설되기 위해서는 미군에 대응되는 군 구조를 우리도 갖추고 있어야 하며 연합사와 연동될 수 있는 지휘 통신체제도 갖춰야 한다.

문제는 연합사의 잘 갖춰진 작전수행기구를 본떠 잘 운영할 수 있는 역량이 그동안 갖춰져 왔느냐인데, 연합사의 핵심인 C4I체제를 하드웨어 부문에서 따라가기에는 많은 돈이 든다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이를 움직이는 소프트웨어를 제대로 익혔는가 하는 점에서 부족한 바가 많다. 이제 2015년 코앞에 다가온 전작권의 환수에 대비해 연합방위에서 공동방위로 가는 새로운 협조체제의 구축을 위해 더욱 많은 분발이 요구된다고 할 것이다.

문민통제의 확립

우리 헌법은 군인은 현역을 면한 후가 아니면 국무총리와 국무위원으로 임명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정부조직법과 국군조직법에서는 국방부장관은 대통령의 명을 받아 국방에 관련된 군정·군령 및 기타 군사에 관한 사항을 관장토록 하는 군정군령일원주의(병정통합주의)를 취하고 있다. 이러한 군정·군령일원주의는 현대 국가에서는 당연한 것으로 알고 있지만 구일본에서는 군정은 내각의 육해군대신이 관장하고 군령은 천황이 참모총장, 군령부총장의 보좌를 받아 행사하는 병정분리주의를 취했다. 이는 국무와 군사가 분리되는 결과를 가져와서 심지어 군출신 총리대신도 전시통수기구인 대본영에 참여하지 못하고 대본영정부연락회의를 통해 정전양략(政戰兩略)의 조정이 이뤄졌다. 이것은 현대 국가의 전쟁수행체계상 정상적인 것은 아니다. 이러한 통수권 독립이 궁극적으로는 일본이 군국주의로 가는 도구가 됐다는 비판이 있어 우리도 이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제헌 당시부터 병정통합주의를 확고히 했다.  

 ※ 구일본군에서 작전명령은 참모총장이 천황의 명령을 받들어 전한다는 봉칙전선(奉勅傳宣)의 형식을 취했다. 즉, 참모총장은 천황과 작전군사령관 사이의 communication ch- ain of command라는 것을 엄격히 한 것이다. 그러나 이는 대부분의 경우 하나의 요식행위였고 실질적으로는 육군의 참모총장, 해군의 군령부총장이 용병의 최고 책임자였다.

 이런 법적 요건 이외에 문민통제를 실질적으로 가능하게 하는 것은 민·군 관계에 관한 역사적·사회적 전통과 군사철학적 이론이다. 민·군 관계의 이론적 틀을 완성한 사람은 헌팅턴이다. 헌팅턴은 샤른호르스트와 그나이제나우가 확립한 프러시아 장교단으로부터 출발해 전문성(expertise), 책임성(responsibility), 연대성(corporateness)을 기본요소로 하는 직업장교단의 이념형(ideal type)을 완성했고, 나아가 클라우제비츠의 전쟁론을 원용해 문민통제의 이론을 완성했다. 군인에게 요구되는 전문성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무력의 관리’다. 군인은 누구도 따를 수 없는 전문성을 갖고 국가안보를 책임진다는 책임감과 서로 간에 동지적 연대성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오로지 여기에만 전념해야 한다. ‘군인은 정치를 모른다. 또는 몰라야 한다’는 것은 헌팅턴이 아니더라도 동서고금의 군인윤리 기본이다.  

 그는 ‘전쟁은 다른 수단에 의한 정치의 연속이다’(War is a continuation of politi- cs by other means)는 구절을 클라우제비츠의 전쟁철학의 진수로 파악, 전쟁은 사회 전반을 지도하는 정치에 의해 지도돼야지, 사회의 한 부분인 군사에 의해 좌우돼서는 안 된다는 명제를 문민통제의 출발점으로 삼는다. 헌팅턴은 장교단 스스로가 문민통제에 따르는 것을 주관적 문민통제(subjective civilian control)라 하고 장교단을 둘러싼 정치사회적 장치에 의한 통제를 객관적 문민통제(objective civilian control)라고 부르면서 군인 스스로의 주관과 각성에 의한 주관적 문민통제가 가능하게 된 것은 장교단의 이념형을 완성한 독일 장교단에 힘입은 바가 크다고 단언하고 있다.

 민주주의 정체나, 독재체제나, 자본주의 체제나, 사회주의 체제나, 군의 정치적 통제는 국가운영과 안전보장을 위한 군 본연의 위상과 역할을 확립하는 데 있어 사활적 중요성을 갖는다. 군에 의한 헌정 중단의 경험을 가진 나라들은 말할 것도 없고 이러한 역사가 없는 나라에서도 이를 타산지석으로 삼는 것은 정치와 통치의 기본이다. 영국은 크롬웰의 New Model Army에 의해 왕정이 중단된 경험 이래로 이에 대한 대비는 정치가는 물론 군인들에도 철저했으며 이는 영국에서 독립한 미국의 헌정사에도 온전히 녹아 들어가 있다. 미국에서는 민간인은 말할 필요도 없고, 군인도 군에 대한 문민통제를 철저히 신봉한다. 이는 군이 지키고자 하는 국가의 기본 가치요 통치원리인 까닭이다. 그러기에 미국민은 2차대전의 영웅이요, 인천상륙작전으로 한국전쟁의 전세를 역전시킨 희대의 명장 맥아더 원수가 한국전쟁의 마무리를 둘러싸고 트루먼 대통령에 순응치 않음으로써 문민통제의 기본을 침해한 것을 용납하지 않았다. 미국민은 트루먼은 탁월한 대통령으로 기억하고 있으나 세인의 관심 속에서 맥아더는 빠르게 잊혀져 갔다. 두 번이나 군에 의한 헌정 중단의 비극을 갖고 있는 우리로서는 군의 정치적 중립을 확고히 보장하면서도 군의 자율성과 능률, 사기를 높일 수 있는 군구조와 군인윤리를 발전시키는 데에 군과 사회 모두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국방부 문민화에 대한 개념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흔히들 국방부와 군을 한 묶음으로 보는데, 엄격히 말하면 국방부는 정부조직법에 근거를 두고 있고 군은 국군조직법을 근거로 하고 있다. 이는 법무부와 검찰의 관계와 같다. 군인이 국방부에 근무할 때는 군에서 파견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검사도 검찰에서 법무부에 파견된다. 군인이나 검사는 국방과 국가공권력을 대표하는 특정직공무원으로서 일반직공무원보다도 상당히 높은 예우를 받는다. 대장은 장관급, 중장은 차관급이며, 검사장도 차관급의 예우를 받는다. 그러나 예우를 받는다는 것과 직책상 서열은 다르다. 중장이 차관급 예우를 받는다고 해 차관이 중장급이라는 것은 아니다.  

 ※ 1968년도의 국방백서에는 최영희 장관 다음으로 이형호 차관이 임충식 합참의장보다 서열이 높다. 현재의 의전 서열로는 차관은 합참의장, 육·해·공군참모총장, 연합사부사령관 등은 말할 것도 없고 대장인 야전군사령관 다음에 위치한다. 

 국방부의 문민화란 군을 관리 통제하기 위해 군을 잘 아는 인사가 국방부에 있으면서도 군과는 일정 거리를 둘 수 있는 정부조직의 일원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반드시 일반직이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군을 잘 모르는 일반직보다는 정부조직의 일부로서 국방부의 본령을 정확히 아는 인사라면 현역군인이든 일반직이든 문제될 것이 없다. 미국 국방부에서 민간 인력의 50% 정도는 예비역 장교나 준사관을 활용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우리의 심의관급인 deputy assistant secretary 이상은 정치적으로 외부에서 발탁하며 일본은 서기관급부터 타성청에서 방위성으로의 전입이 가능하다. 방위성은 이러한 배경을 가진 인재들을 모아 방위업무의 전문화와 문민화를 이룰 수 있었다. 

 민주국가에 있어서 문민통제를 위해 국방부의 문민화는 그 한 방법이다. 요즘 이 취지를 잘 모르고 ‘군의 문민화’라는 황당한 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는 군사정부 시절의 행정을 하나로 군사문화로 지탄하는 연장선상에 있는 것 같은데 넌센스도 이런 넌센스가 없다. 3군사관학교 교장과 국방대학교 총장을 민간인으로 보하는 구상이 거론되고 있다고 하는데 이것이 그 한 예다. 전후 일본에서 재군비를 시작할 때 경도대학 총장을 지낸 중량급 민간 교육자를 방위대학교장으로 기용한 적은 있으나, 그것은 군국주의의 자취를 완전히 털어내고 새롭게 시작한다는 뜻에서 취한 비상한 조치였고, 그 밖에는 세계 어느 나라도 민간인이 사관학교 교장을 하는 나라는 없다. 이러한 발상이라면 나중에는 참모총장도 민간인이 하겠다고 나설 것인가? 하기야 북한에서는 전혀 군 경험이 없는 청년대장이 나오고 있기는 하지만 우리가 이런 것들을 따라갈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국방대학교의 경우는 국방대학교가 학위를 수여하는 별도의 법적 근거를 갖고 있고 교수 내용도 군인만이 교육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니 민간인 총장을 기용하는 것을 고려해볼 수는 있겠으나 이것도 전직 국방부장관 또는 외교부장관 등 국가전략의 일선에 섰든가 그와 동등한 이론과 경험을 갖춘 인사가 필요한 것이지 민간인이라고 무턱대고 기용할 일은 아니다. <국방일보 2011.3.29 前 국방부 정책기획관·(예)육군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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