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개혁 307계획 / 국방일보 2011.04.06
‘국방개혁 307계획’은 국방개혁 기본계획의 변경을 위한 지침적 성격의 문서다. 이를 기초로 우리 군은 당면한 현존 위협과 가용 재원, 법적·제도적 쟁점들을 면밀히 고려해 기존 기본계획을 실천 가능한 새로운 기본계획으로 보완·발전시킬 예정이다. 특히 1990년 ‘818 개편’ 이후 우리 군에 있어 상부지휘구조의 군정·군령의 이원화에 따른 문제점 해결과 오는 2015년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에 대비한 작전 중심의 ‘전투조직’으로 전환, 그리고 군사 능력의 통합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합동성 강화에 중점을 두고 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권한 비대 등의 문제를 제기하며 부정적인 시각으로 보는 경우도 있다. 이에 따라 ‘국방개혁 307계획’을 둘러싼 주요 쟁점과 함께 국방부의 입장을 소개한다.
Slim
지휘계선이 늘어나 합참의장의 신속한 의사결정을 방해하고 업무의 폭이 과다해 지휘 부담이 크다?
참모총장 작전지휘계선에 포함 지휘체계 일원화로 효율성 향상
작전의 의사결정 단계가 더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이번 상부지휘구조 개편(안)의 지휘계선 단계는 합참-각군 본부(작전사령부)-작전부대로 기존과 동일하다. 개편의 핵심은 각군 참모총장을 합참의장의 작전지휘계선에 포함시켜 지휘체계를 일원화함으로써 작전의 효율성을 향상시키는 것이다.
현(現) 상부지휘구조는 각군에서 최고의 전문성을 지닌 각군 본부(참모총장)가 작전지휘계선에서 제외돼 각군의 전문성 발휘가 제한되며, 실제상황 발생 시 각 작전사(작전부대)는 합참과 각군 본부에 보고하는 이중 부담을 갖는 등 비효율성이 내재돼 있다. 합참의장이 각군 작전사령부를 직접 지휘하지만 작전사령부와 작전부대는 관행적으로 각군 총장에게 별도로 보고해 왔다. 인사권을 가진 총장을 의식해 합참보다 각군 본부에 더 빨리 보고하는 경우도 있었다. 천안함 사건 때도 합참보다 청와대 상황실 해군 장교에게 먼저 보고가 이뤄졌고 해군참모총장이 합참의장보다 상황보고를 먼저 받았다. 군정·군령이 일원화되지 않은 데 따른 혼란이다. 개편안은 각군 본부가 작전사령부 역할을 수행함으로써 하나의 단위 조직체로 기능이 통합되는 것이다.
또 대통령과 장관에게 자문도 해야 하는 합참의장의 부담을 덜어 주기 위해 의장 예하에 1·2차장을 편성하고, 1차장에게 작전지휘 기능을 전담케 해 의장을 보좌토록 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 합참의장과 1·2차장은 모두 육·해·공군이 할 수 있다.
Speedy
합참의장 권한을 비대하게 만드는 사실상 `통합군제'이며 문민통제 원칙에 위배된다?
육·해·공 `합동군제' 유지 각군 총장 권한 동시 강화
군 지휘구조를 권력구조의 관점에서 평가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상부지휘구조가 개편되면 의장과 총장이 군령상 상하관계가 되지만 통합군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육·해·공 3군이 존재하고 각군의 개별성과 전문성도 확보되기 때문에 명백히 합동군제가 유지되는 것이다. 영국·프랑스도 총장이 의장 지휘하에 있지만 여전히 합동군제다. ‘문민통제’와 관련된 우려는 국민의식도 성숙돼 있고 국회·언론·시민단체 등의 감시기능이 강화돼 있으며 군 스스로도 문민통제를 존중하고 있어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 문제는 우리 군이 제기할 성격이 아니다.
합참의장의 권한은 강화되지만 작전 지휘와 직접 관련된 인사·군수·교육의 제한된 군정 기능만 추가로 부여되기 때문에 권한이 집중되는 것은 아니다. 의장이 육군의 군단·사단장, 해군의 함대사령관·전단장, 공군의 전투사령관·비행단장에 대한 인사권을 행사해 각군의 인사권을 장악하는 것은 아니다.
또한 의장 권한만 강화되는 것이 아니라 각군 총장의 권한도 동시에 강화된다. 현재 각군 작전은 육군의 경우 4성 장군이, 해·공군의 경우 3성 장군이 지휘한다. 그런데 4성인 각군 총장이 작전 지휘를 할 경우 의장 입장에서는 각군 총장에게 더 많은 부분을 위임할 수 있고 직접 지휘하는 작전부대 수도 감소할 것이다. 더욱이 한국군처럼 전면전, 국지도발, 불안정 사태, 재해재난, PKO·다국적군 파견, 테러 등 다양한 작전임무를 수행해야 하는 상황에서 각군 총장이 작전지휘계선에 들어오지 않는 것은 문제다. 각군에서 가장 경륜이 있고 최고의 전문성을 지닌 각군 총장을 활용해 작전지휘와 수행 능력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
Strong
천안함 사태와 연평도 포격은 국방개혁의 구실 아닌가? 시기적으로도 군사적 긴장이 고조돼 안보가 불안한 상황에서 지휘체계를 전면 개편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이원화 구조, 작전수행에 걸림돌 각군 총장이 직접 신속 대응 가능
사실 당시 어떤 지휘부라도 천안함 공격과 같은 기습에는 대응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러나 이원화된 현 군정·군령 구조가 효율적인 작전수행의 큰 걸림돌로 작용한 것은 분명하다.
해군 작전에 관한 최고의 전문성과 권위를 지닌 해군총장이 작전지휘계선에서 배제되는 문제점이 노정된 것이다. 만약 사태 처리과정에서 해군총장이 작전지휘권을 가졌더라면 보다 주도적으로 대응했을 것이고 한 차원 높은 조치로 국민이 안심했을 것이다.
앞으로 천안함 피격사건과 유사한 상황이 발생하면 각군 총장이 직접 작전을 지휘해 상황을 보다 신속히 종결할 수 있을 것이다. 합참의장은 또 다른 도발에 대비하거나 전구 차원에서의 작전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Specialist
합참의장이 3군을 직접 다 지휘하면 각군의 독자성과 전문성이 약화된다?
참모총장 지휘로 전문성 발휘 장군 비율 2:1:1로 합동성 강화
각군의 독자성과 관련, 참모총장이 작전지휘계선에 들어오면 권한도 강화돼 각군의 전문성이 최대로 발휘될 수 있다. 현재 3성급 작전사령관보다 총장의 작전지휘 권위와 책임이 크므로 각군의 작전 운용과 전력 증강의 융통성이 증대된다.
합동성과 관련해 육·해·공 각군의 시각에서 바라보면 인식의 혼란과 가치의 전도를 가져올 수 있다. 합참 내 보직과 관련한 육·해·공군 비율도 단순히 특정 군의 편중을 타파하는 방향으로만 전개되는 것은 적절치 않다. 전선에서 서울까지는 불과 40㎞로 북한의 위협에 대비하기 위해 수도권 전방지역에 지상군 중첩 배비가 불가피하기 때문에 육군의 비율이 높은 것이다. 남북 군사력 비교시 육군은 52만 대 102만, 해군은 6.8만(해병대 포함) 대 6만, 공군은 6.5만 대 11만으로 해·공군은 북한보다 약간 우세하지만 육군은 열세다.
한미 연합전력의 효율적 운용 차원에서 지상군은 한국군 위주로 해·공군은 미군이 지원하는 개념의 틀 안에서 육·해·공군 전력의 육성이 필요하다. 따라서 합참의 3군 인력 비율을 현재 2:1:1에서 1:1:1로 못하는 것은 앞서 열거한 한국만의 특수한 작전환경 때문이다. 육·해·공 병력 비가 8:1:1에 가깝지만 장군 수는 5:1:1이다. 한미연합사령부 미측 편성을 보면 육·해(해병대 포함)·공군 구성비는 1:1:0.6이나 장군 비율은 5:1:1을 유지하고 있다. 이처럼 비율적으로 인사 운용상 맞지 않지만 합참의 장군 비율을 2:1:1로 유지하는 것은 합동성 강화를 위한 조치다.
작금의 시대는 정보화 시대, 디지털 시대가 한창 진행 중이며 전쟁 수행 여건과 방법도 획기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찰스 다윈은 가장 강한 종(種)은 힘이 세거나 몸집이 큰 종이 아니라 변화에 적응하는 종(種)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시대의 변화에 맞도록 군도 변해야 하며 고효율의 선진화된 강한 군대를 만들고, 작전 중심의 전투조직으로 거듭나고자 하는 것이 국방개혁의 기본목표다. 국방개혁은 국민의 바람이자 선택의 문제가 아닌 필연의 시대적 과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