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에 대한 열망에도 불구하고 전쟁은 개인적인 호악(好惡) 여부와 무관하게 역사상 피할 수 없는 현실로 존재했다. 6·25전쟁 역6-1.jpg 시 한국인의 모든 삶을 일시에 혼란과 고통의 나락으로 내몬 비극이었다. 그러나 자신을 초개처럼 버린 희생이 있었기에 결코 짧지 않은 3년의 전란을 이겨낼 수 있었다.

현충일은 단 하나뿐인 자기 생명을 내놓고 조국을 위해 기꺼이 산화한 이들을 기억하며 그 숭고한 정신을 되새기는 날이다. 정부는 1956년 4월 19일 대통령령 제1145호로 현충일을 제정했다. 건국과정에서 북한의 국지적 도발과 ‘여순사건’ 및 공비토벌작전에서 전사한 장병, 6·25전쟁 중에 순직한 전몰장병의 안치를 위해 53년 9월 29일 서울 동작구 동작동 국군묘지 설치를 확정한 후 호국영령의 뜻을 기리고 보훈하는 시발점으로 삼고자 했기 때문이다.

54년 3월 국군묘지 착공이 시작된 이래 3년에 걸친 묘역 조성을 거쳐 68년 말까지 공원화가 추진됐다. 이 과정에서 정부는 55년 7월 15일 국군묘지관리소를 발족하고, 56년 4월 13일 국군묘지설치법령(군묘지령, 대통령령 제1144호)을 제정해 군묘지 운영·관리체계를 제도화했다. 그리고 이튿날 제39차 국무회의에서 현충일을 제정하고 그달 19일에 공포했다.

이로써 51년 이후 산발적으로 열리던 추념행사가 국방부 주관으로 시행됐고, 59년도부터는 행정자치부 계획에 서울시 주관으로 열렸다. 그러다가 83년 국가보훈처 주관으로 국립극장에서 현충일 기념식을 갖고 현충원에서는 참배행사를 거행했는데, 88년 이후 추념식과 참배행사 모두를 현충원에서 실시했다.

정부가 ‘6월 6일’을 현충일로 정한 것은 민족의 전통과 미풍의 의미를 살리려는 뜻이 있었다. 6·25를 상기하면서도 조상들의 풍습에 따라 24절기 중 ‘손이 없는’ 청명일과 한식일에 사초·성묘하고 망종에 제사를 지내는 유습을 고려해 그해의 망종일인 6월 6일로 택일했던 것이다.

현충일이 제정·시행되면서 동작동 국군묘지는 65년 3월 30일 국립묘지로 승격됐고, 79년 8월 29일에는 국립묘지관리소 대전분소가 창설됐다. 그 후 2005년 7월 국립묘지 명칭을 ‘국립서울현충원’으로 변경하고, 보훈의 대상도 확대해 전사 또는 순직한 군인, 군무원, 순국선열 및 국가유공자, 애국지사, 경찰관, 향토예비군은 물론 소방공무원과 의사상자까지 포함시켰다.

6·25 기념일 또한 73년 3월 정부의 기념일로 공식화됐고, 2000년 전쟁 50주년에는 유엔참전국 용사들을 초청, 감사를 표하는 국제적 보훈행사를 갖기도 했다. 전국에 산재한 전적지를 발굴하고 역사적 상징물을 건조해 702개소를 유적화했다. 지금도 호국영령들의 유해발굴사업은 계속 추진되고 있다.

그때부터 육군이 추진해 온 유해발굴 활동은 2007년 1월부터 국방부 차원의 유해발굴감식단 활동으로 격상시켜 국가 무한책임의 실현을 목표로 추진 중이다. 미귀환 국군포로의 송환도 예외가 아니다.며칠 후면 무상의 시간 안에서 ‘산 이와 죽은 이’가 만나는 현충일이다. 호국보훈의 궁극적인 의미가 평화의 선언이고 다짐이란 점에서 님들의 희생과 뜻을 기억하고 헤아리는 것이야말로 산 이들의 몫이리라.


<백기인 군사편찬연구소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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