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보근 공군중령 국방부조사본부 사이버범죄수사과장>
<국방일보 기고 2011.6.3 > 최근 인기 절정의 연예인 현빈 씨가 29세의 나이로 해병대에 자원 입대해 사격훈련 중인 사진이 인터넷에서 인기다. 이 사진에 댓글을 달고 있는 여성들은 현빈 씨의 사격훈련 모습에 대해 “어쩌면 이리도 아름답단 말인가? 들고 있는 총이 나였으면…”하면서 무한 댓글을 올리고 있다.
그래서인지 최근 들어 병영 내 생활 모습을 촬영해 각종 사이트에 올리는 장병들이 부쩍 많아졌다.
전우들과 즐겁게 웃고 있는 일상적 사진뿐만 아니라 후임병들을 장난삼아 괴롭히거나 얼차려를 주는 것 같은 가학적인 사진과 동영상으로 조금이라도 더 많은 관심과 댓글을 받고자 하는 의지가 엿보이는 내용들도 간혹 발견된다.
그러나 이렇게 장병 개인이 법규와 절차를 준수하지 않고 임의로 촬영해 인터넷에 사진이나 동영상 등을 올리면 군사기밀보호법,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등과 ‘국방 사이버 군 기강 통합관리훈령’에 따라 처벌이 뒤따른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훈령에 따르면 사이버상에서의 군 기강 위반행위는 내무생활에 대한 허위적 불평불만 토로, 상관에 대한 욕설, 비방, 구타 및 가혹행위의 연출 게시와 기타 병영 내 불법 촬영 후 게시하는 행위 등은 처벌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명시하고 있다.
사이버 군 기강을 확립하기 위해 군에서는 인터넷과 인트라넷을 대상으로 24시간 사이버 순찰을 진행하고 있으며, 올 1월부터 3월까지 국방 사이버패트롤 팀들이 적발한 사이버 군 기강 문란행위는 무려 1029건에 이른다. 이 중 1명은 형사입건됐으며, 3분의 1 정도의 장병이 징계 처리되는 안타까운 일이 있었다.
실례로 모 부대 병장이 훈련 중 가혹행위 장면을 불법으로 촬영하고 포털사이트에 올린 사실이 적발돼 징계 처리된 바 있으며, 또 예비역 병장은 각종 군수품을 경매사이트에 올려 적발 및 형사 처벌된 사례도 있다.
사이버 군 기강 위반사례들을 분석해 보면 대부분이 사이버상에서 타인의 관심을 끌기 위함이고 의도적이기보다 비의도적인 상황 연출이 많았다. 다시 말하면 이러한 행위가 군기 위반이라고 생각하기보다는 단순히 ‘군 생활의 추억’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할 수 있다.
많은 장병들이 현빈 씨와 같이 사이버상에서 인기를 얻고 군 생활의 추억을 남기고 싶어 하는 마음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단순히 ‘추억거리’로 올린 사진과 동영상 그리고 악성 댓글로 인해 국토방위에 전념하고 있는 대다수 군 장병의 명예가 실추될 수 있다.
특히 자칫 당사자 자신도 죄를 범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고 법규와 절차를 준수하는 군복 입은 민주시민의 성숙한 시민의식을 가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