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도쿄도 사정권, 주변국 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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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 한-미 두 나라는 ‘한-미 미사일 각서’를 체결했다. 한국 정부가 보유할 수 있는 미사일 사거리를 180km로 제한하는 내용이었다. 탄두 중량도 500kg 이하만 개발 가능하도록 못박았다. 10년 뒤 북한의 미사일 발사 실험으로 각서는 개정됐다. 2001년 미사일 합의에서는 탄도미사일에 대한 제한은 그대로 두되 순항미사일은 무인항공기와 동일하게 분류해 탄두 중량 500kg을 넘지 않는 선에서 사거리에 상관없이 개발할 수 있게 했다.

그리고 다시 10년이 지난 올해, 드디어 중부 지역의 유도탄사령부에 1500km의 사거리를 보유한 순항(크루즈)미사일이 실전 배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사일의 이름은 ‘현무-3C.’ 국방과학연구소가 2008년부터 개발한 것으로 알려진 지대지 순항미사일이다. 북한은 물론 중국 베이징(950km), 일본 도쿄(1160km),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750km) 등이 주요 사정권 안에 들어오게 됐다. 이 미사일은 북한 전역의 군 지휘부, 레이더망, 미사일 기지, 핵 관련 시설 등을 목표로 배치됐다. 군 관계자는 “분쟁이 생길 경우 장거리 정밀 타격무기가 될 뿐만 아니라 상대방의 군사행동을 예방하는 분쟁 억지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무-3C는 길이 6m, 직경 60cm 내외, 무게 약 1.5t 등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미국의 대표적 순항미사일인 토마호크의 재원과 유사하다. 토마호크의 사정거리(2400km)에는 조금 못 미치지만, 목표물과의 오차가 1~2m 정도로 토마호크에 못지않은 성능을 보유하고 있다.

이라크전 당시 토마호크는 스텔스기와 함께 미국의 주요한 공격 수단이었다. 개전 초기 이라크 대공방어망, 레이더 기지, 발전·통신 시설, 지휘통제소 등을 정밀 타격해 큰 전과를 올렸다. 순항미사일은 일정한 고도와 속도를 유지하면서 미리 입력된 표적을 향해 날아간다. 인공위성으로 발사 지점부터 표적까지 이르는 모든 지형을 입체사진으로 촬영한 뒤 몇km 구간씩 나눠 미사일의 컴퓨터에 입력해둔다. 프로그래밍된 목표물을 향해 지형에 맞게 스스로 궤도를 수정하고 고도와 속도를 유지하며 날아가므로 명중률이 높다.

현재 사거리 500km 이상의 순항미사일을 보유한 국가는 미국·영국·프랑스·러시아·중국·이스라엘 등 6개국 정도며 1500km 이상 순항미사일을 개발한 국가는 이 가운데 미국·러시아·이스라엘 3개국에 불과하다. 현무-3C의 개발로 한국은 군사강국인 이 세 나라와 같은 반열에 오르게 됐다. 중국·일본·북한 등 주변국이 긴장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들 나라는 미국의 토마호크에 제압당한 이라크를 떠올리고 있을 것이다.  하어영 기자 ha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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