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기·위엄' 상징…부대명칭 등 다양하게 활용 / 국방일보 2012.01.06 이주형기자
백령도를 수호하는 해병부대의 부대 마크. 마크에 그려진 흑룡은 여의주를 물고 북쪽으로 향해 침략을 부정하고,
백령도와 대청도ㆍ소청도를 수호하는 신을 상징한다.
서해의 관문 백령도에는 심청이가 몸을 던졌다는 전설의 인당수가 있다. 서해 용왕이 살고 있는 용궁이 가까워서인지 아직도 이곳에는 용, 그 중에서도 흑룡이 살고 있다. 그것도 한 마리가 아닌 떼거리(?)로 말이다.
청룡이나 백룡·황룡 등과 비교하면 부정적 이미지가 강한 흑룡이지만 이곳의 흑룡은 주민들과 어울리며 잘 살고 있다. 매일 두 눈을 부릅뜨고 주민들에게 어떤 삿된 일이 있는지, 누가 해(害)를 끼치지는 않는지 한시도 쉬지 않고 살핀다. 나라를 지키는 진정한 호국룡(護國龍)의 모습이다.
물론 이들은 구름을 부르고 천지조화를 일으킨다는 진짜 용은 아니다. 백령도의 수호신, 해병부대 장병들이 바로 흑룡의 실체다. 이곳 해병부대의 애칭이 흑룡부대이기 때문이다.
얼마 전 국토해양부 국토지리정보원은 우리나라 지명 150만여 곳을 조사 분석한 결과, 전국 1261곳의 지명이 용과 연관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용이 들어간 지명 중 가장 많이 쓰인 단어는 ‘용산’으로 서울 용산구 등 전국 70곳에서 쓰고 있었다. 이어 용동(52곳), 용암(46곳), 용두(45곳), 용전(38곳), 용강ㆍ용정(27곳) 등의 순이었다. 용의 머리를 닮았다고 해서 용이 들어간 지명은 110곳, 용이 승천하거나 누워 있거나 엎드려 있는 모습에서 유래된 지명도 246곳이었다. 풍수 관련 유래를 가진 지명도 77개로 나타났다고 한다.
우리 군으로 눈길을 돌리면 어떨까? 정확한 수는 모르지만 일단 적지 않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특히 부대 명칭에 많이 있다. 육군의 경우 군단급에 ‘쌍용’, 사단급에 ‘비룡’ ‘백룡’ ‘용마’(57사단ㆍ2011년 해체) ‘충룡’(62사단·2008년 해체) 등이 있다. 해외파병임무를 지원하는 특전사 국제평화유지단의 경우 개편되기 전에는 ‘흑룡’이라는 애칭을 사용했다. 연대와 대대급에서 쓰이는 명칭까지 합하면 이 수는 더욱 늘어난다.
대구의 공군11전투비행단과 경남 사천의 공군3훈련비행단의 한 대대에서도 용을 부대마크에 활용하고 있다.
해병대는 용들의 동창회다. 동해에는 ‘해룡’이, 서해에는 ‘청룡’이, 그리고 서북도서에는 ‘흑룡’과 ‘공룡’이 있어 국가의 안위를 지키는 데 일익을 담당하고 있다. 아쉽게도 해룡은 그리 흔하게 불리지는 않는다.
이뿐만이 아니다. 국산 무기체계에도 용자가 들어간다. 대표적인 것이 막강한 화력을 자랑하는 국산 다연장로켓 ‘구룡’(九龍)이다. 로켓을 발사할 때 모습이 용이 승천하는 것 같다 하여 이름지어졌다.
군에서 이처럼 용의 명칭이 많이 쓰이는 것은 짙은 안개와 비, 천둥과 번개를 동반하면서 이를 뚫고 장엄하게 비상하는 패기의 상징이자 위엄의 표상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조선시대 임금이 군대를 친열(親閱)할 때 용이 그려진 황룡대기를 사용해 이 기로 각 영(營)에 명령하는 등 예부터 군과 관련해서도 다양하게 활용됐다.
※ 뱀다리
‘용이 하늘로 올라간다’를 네 글자로 줄이면? 정답은 ‘올라가용’이다.임진년 새해의 시작을 맞아 승천하는 용같이 장병 모두 힘차게 날아오르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