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체크로마토그래프-질량분석기 및 분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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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어느 날 한 병사가 소속대 주차장에서 불에 타 사망한 상태로 발견됐다. 수사기관에서는 정확한 사망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사망자의 의복과 운동화, 부검혈액 등 70여 점의 감정물을 의뢰했다.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병사가 휘발유·경유 등의 인화성 물질로 인한 화재로 사망한 것인지, 독극물 또는 다른 원인으로 사망한 것인지를 밝히는 것이 중요했다. 이를 위해 현장 증거물 또는 증거물에 묻어 있는 미세한 물질들을 분석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며, 이때 사용되는 장비가 바로 ‘기체크로마토그래프-질량분석기(Gas Chromatograph-Mass spectrometer)’이다.
기체크로마토그래프-질량분석기는 단시간에 혼합된 물질을 분리해 화학성분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확인할 수 있는 감정장비다. 이 장비에는 수십 m의 긴 분리관이 설치돼 있고 혼합 물질을 이동시키는 운반기체(이동상)가 일정한 속도로 흐르고 있다. 분석하고자 하는 혼합물질을 분리관에 주입하면 운반기체와 함께 관을 따라 이동하게 되고, 이때 관 내부에 코팅된 물질(정지상)과 친화력 정도에 따라 통과하는 속도가 다르기 때문에 물질별로 분리돼 관을 빠져나오게 된다.
관을 통과한 성분(물질)은 질량분석기의 진공상태 공간으로 들어간다. 70eV의 전자총으로 충격을 가하면 해당 물질은 전자를 잃고 전하(charge)를 띠며 매우 불안정하게 돼 일정한 질량 크기로 조각나게 된다. 이 조각들은 일정한 패턴, 즉 질량 스펙트럼을 나타내며 화학물질마다 서로 달라 ‘화학물질의 지문’으로 사용된다.
질량분석기는 이러한 질량 스펙트럼을 분석해 어떤 물질인지를 정확히 알아내게 되는 것이다.
이 같은 감정 방법으로 본 건의 화재사망 사건을 분석한 결과 독극물은 검출되지 않았으나 차량(디젤엔진)에 사용되는 경유 성분이 다량 검출됐다. 따라서 화재는 차량용 경유로 인해 발생됐음을 알 수 있었고 사망은 화재로 인한 것으로 판명됐다.
오늘날 범죄는 다양화·지능화되고 있고 이에 대한 과학수사 역시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특히 범인은 사건 현장에 반드시 흔적을 남기게 되므로 사건 현장의 미세한 물질들에 대한 분석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러한 시대적 흐름에 맞춰 국방부조사본부 과학수사연구소 약독물화학과에서는 정밀분석장비인 액체크로마토그래프-질량분석기, 현미경-적외선분광광도계, 열분해-질량분석기 등을 구비하고 있으며, 향후 유도결합플라즈마-질량분석기 등 최첨단 장비를 도입, 활용해서 신속·정확한 과학수사 지원을 통해 실체 진실 발견에 더욱 기여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