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속엔 어떤 종류의 잠수함이 있나 ② / 국방일보 2012.10.22
1000톤 이상은 대양형·중잠수함 300~800톤급은 연안형 잠수함
잠수함 크기 비교 |
문근식 해군 대령 |
▶원자력 잠수함은 ‘진짜 잠수함’이라 부른다.
연재 기간 중 독자들과 원활한 호흡을 위해 잠수함 종류, 그리고 관련용어들부터 이야기하고자 해 지난주부터 잠수함 종류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벌써 독자들로부터 궁금증을 해소해 달라는 연락이 왔다. 이번 주에는 잠수함의 크기에 따른 분류를 이야기하려 했는데, 지난주 원자력 잠수함을 이야기하면서 디젤 잠수함과 성능에 있어서 큰 차이가 있다고 했더니, 그 큰 성능 차이를 설명해 달라는 것이다.
필자가 글을 시작하면서 독자들과 생각과 경험을 같이 나누겠다고 약속한 대목과 일치해 기분이 좋아, 먼저 독자의 주 질문에 답을 하고 진도를 나가야 할 것 같다.
결론부터 말하면 원자력 잠수함은 디젤 잠수함이 갖고 있는 약점을 극복한 ‘진짜 잠수함’이라는 것이다. 어떤 잠수함 함장이든지 물속에서 적에게 탐지되지 않고 가능한 한 오래 있으면서 은밀하게 쥐도 새도 모르게 적함에 다가가서 어뢰공격으로 격침하고 새침데기 같이 모른척하고 현장을 유유자적하게 이탈하고 싶어 한다.
좀 더 이해를 돕기 위해 산수를 좀 해야 할 것 같다. 둘레가 4만120㎞ 지구를 한 바퀴 도는 것으로 계산을 해보면, 원자력 잠수함은 평균 시간당 약 20~25노트(40㎞)로 이동할 수 있으며, 이 속력으로 지구를 한 바퀴 돈다고 가정할 때 40여 일이 걸리며, 이 기간 중에 항구에 들러 연료와 식품을 재보급받지 않아도 된다. 반면 디젤 잠수함은 평균 이동 속력 시속 6~8노트(12㎞)로 이동할 수 있으며 ,이 속력으로 지구를 한 바퀴 돈다고 가정할 때 140여 일이 걸린다. 물론 중간에 연료 재보급은 물론 식품도 몇 차례 재보급받아야 한다. 달리는 속력으로 말하면, 원자력 잠수함을 고속도로를 달리는 포르쉐라고 한다면, 디젤 잠수함은 비포장도로를 달리는 군용 지프 정도가 아닐까? 왜 이런 쓸데없는 비교를 하느냐 하면 포클랜드 전쟁의 교훈 때문이다. 전쟁이 발발한 1982년 4월 4일 영국은 본토에서 8000해리 떨어진 포클랜드 해역에 원자력 잠수함 5척과 디젤 잠수함 1척을 기동전단에 배속시켜 출정하게 한다. 원자력 잠수함은 10일 만에 전쟁해역에 도착해 아르헨티나 순양함을 격침함으로써 전쟁의 주도권을 장악하지만, 함께 출발한 오베론급 디젤 잠수함은 주로 수상항해를 해 전력 질주했지만 5주 후에나 전쟁해역에 도착함으로써 원정작전에서는 전혀 역할을 하지 못했다. 이 정도면 가장 큰 차이점에 대한 설명이 되지 않았을까 한다. 다음은 주 제목으로 설정한 함정 크기에 따른 잠수함 분류를 계속 살펴보기로 한다.
▶크기로 분류할 때는 잠수함·잠수정으로 호칭
다음은 크기에 따라 한국에서는 대형 잠수함, 중형잠수함, 소형잠수함 또는 대양형 잠수함, 연안형 잠수함 등으로 혼용해 부르며, 영어식으로는 중대형잠수함은 Submarine 소형은 Submarine Midget으로 부르고, 독일에서는 U-109, TYPE 7C, Type 212 등을 혼용해 부름으로써 그 크기와 용도를 판단한다. 각국은 편의에 따라 조금씩 다르게 호칭하지만 주로 우리나라에서 부르는 기준으로 크기에 따라 분류해 보면 다음과 같다.
●대양형 잠수함/중잠수함 : 1000톤 이상 크기의 잠수함. 한국의 209잠수함을 비롯해 세계 각국의 정규 잠수함은 거의 모두 이 부류에 속한다.
●연안형 잠수함 : 300~800톤 잠수함, 독일의 U-206, 북한의 상어급 잠수함 등이 이 부류의 잠수함이다.
●잠수정 : 50~200톤, 북한의 유고급 잠수정이 이 부류다. 크기에 의한 분류는 그리 중요하지 않으며 통상 우리나라에서는 209급 이상은 잠수함으로, 200톤 이하는 잠수정으로 칭한다.
▶정말 헷갈리는 사용 용도, 무장에 따른 영문표기
우리나라와 서방측에서 잠수함의 고유 함 번호 앞에 붙이는 대표적인 영자가 S, SS, SSM, SSK, SSC, SSN, SSG, SSGN, SSBN 등이고 러시아 진영에서는 독자적으로 K자를, 그리고 독일에서는 U자와 S자를 혼용해 붙인다. 먼저 S는 주로 유럽국가 독일·덴마크·스페인 등에서 고유 잠수함 번호 앞에 붙이는 Submarine이라는 의미이며, 미국 등에서 붙이는 SS는 Silent Service라는 의미를 담아 Submarine에 붙이는 이름이다. SSM은 소형잠수함에 붙이는 Submarine Midget라는 의미이며, SSK는 잠수함 공격용 잠수함 Anti-Submarine-Submarine에 Killer의 K를 따라서 SSK라고 칭한다. SSC는 디젤 전기추진 잠수함에 전통적인 또는 재래식의 등으로 해석되는 conventional의 앞 자 C를 붙여 편의상 원자력추진 잠수함과 구별한다. 그러나 통상 디젤 잠수함은 C를 생략하고 SS만 사용한다. SSN은 Nuclear Powered Attack Submarine의 약자이며 원자력으로 추진되는 잠수함에 붙으며, 미국에서는 이 잠수함을 전통적으로 러시아 잠수함 추적용으로 사용해 왔고, 수상 전투함뿐만 아니라 대 잠수함 공격용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원자력추진 공격 잠수함이라고도 부른다. SSG는 Guided Missile이라는 의미의 약자 G를 디젤 잠수함에 붙임으로써, 이는 추진은 디젤로 하면서 유도미사일을 탑재한 잠수함, 예를 들면 구소련의 줄리엣급 잠수함 등이 있고, SSGN은 추진은 원자력으로 하면서 핵미사일이 아닌 유도미사일을 탑재한 잠수함, 예를 들면 미국의 전략미사일 탑재 원자력추진 잠수함 중 전략 미사일(핵탄두)을 제거하고 토마호크만 탑재한 카메아미아함 같은 잠수함이다. SSBN은 Ballistic Missile Nuclear Submarine의 약자이며, 추진은 원자력이면서 대륙 간 전략미사일(핵탄두)을 탑재한 잠수함을 말한다. 러시아 진영에서는 독자적으로 잠수함 고유번호 앞에 K자를 붙이나 이는 건조 일련번호이며 서방측에서는 모든 러시아 잠수함에 대해 별도로 분류된 A(알파)급부터 Z(줄루)급 등 주로 알파벳을 붙여 함 종류를 구분한다. 한편 독일 해군도 지금은 잠수함 고유 흘수번호에 S자를 붙이지만 전통적으로 자국 내 식별을 위해서는 U자를 붙여왔다. 독일 잠수함을 U-보트라고 하는 이유는 독일어로 잠수함을 운터제 보트(untersee boot)라고 하기 때문이다. Untersee는 수면 아래라는 뜻이며, 함정을 쉬프(Shiff:주로 대형함)와 보트(Boot:주로 소형함, 보조함)로 구분할 때 잠수함은 보트(Boot) 부류에 속한다는 뜻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