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일보 신인호기자] 6·25전쟁 중 북한군의 소련제 T-34전차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던 국군이 오랜 세월 동안 가져온 숙원 중 하나는 ‘우리 손으로 만든 전차’를 갖는 것이었다. 우리 군은 1950년 미군으로부터 M36잭슨 경전차를 교육용으로 최초 도입한 이후 50~60년대를 통해 M4A3E8·M47·M48을 도입한 후 70년대에 이르러 ‘전차개발’의 꿈을 키우기 시작했다.

80년대 한국형 K1을 기술도입으로 국내 생산하고 90년대 K1을 우리 손으로 성능개량한 K1A1을 야전에 배치했다. 이어 마침내 지난해 3월, 세계 최고 화력의 차기전차 시제모델(XK2)을 선보인 데 이어 국내 전차개발 기술력을 외국에 수출하는 정상에 올랐다. 이번 회 ‘Old & New’는 국내 전차개발 기술력의 터키 수출에 맞춰 우리 군이 보유해 온 전차와 함께 그 발달과정을 종합해 살펴본다.

■ M36
우리 군이 최초로 보유한 전차가 바로 M36이다. 6·25전쟁 발발 후 육군은 기갑전력 확보를 시급한 과제로 여기고 1950년 11월 29일 부산 동래에 위치한 육군종합학교에 전차과를 설치했다. 이때 미군으로부터 교육용으로 M36경전차 6대를 인수했다.

전쟁 중 미군은 M4중전차·M24경전차·M26중전차·M46중전차 등 다양한 전차를 운용했지만 우리 군이 잠시라도 운용한 것은 M4·M24·M36 등 세 종류뿐이다. 미국에서 44년 6월에 개발된 이 전차는 우리 육군에서는 59년에 퇴역했으며 이후 상당 기간 전방지역 고지에서 고정포로 운용됐다.

■ M4 셔먼전차
41년에 개발,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의 주력 전차로 활약한 M4셔먼(Sherman) 전차를 우리 군이 도입한 것은 6·25전쟁부터다. M36이 본격적인 전차가 아니였던 까닭에 이 M4가 우리 기갑 역사의 실질적 출발점이 되고 있다. 우리 군에서 최초 도입할 당시에는 해병대가 운용했으며 뒤이어 육군도 M4전차를 운용했다.

한국군이 미군으로부터 인수한 388대의 M4 셔먼전차는 76㎜ 주포를 탑재한 M4A3E8형이다. 이 전차는 6·25전쟁 당시 85㎜ 주포를 탑재한 소련의 T-34전차에 비해 성능상 열세였다. 59년에 신형 M47전차가 도입되면서 점차 퇴역하기 시작, 70년대 초반을 마지막으로 군에서 사라졌다.

■ M47
M47전차는 M26·M46으로 이어지는 40~50년대 미국의 주력 전차 계보를 계승하는 전차 중 하나다. M46의 차체와 포탑의 형태를 바꾸고 전면 장갑의 경사각을 높여 52년에 개발이 완료됐다. 미국은 90㎜ 포탑에 포탄 71발을 적재하는 M47를 동맹국에 제공했는데, 우리 군은 59년 400대를 도입했다. 그 이후 63~64년에 걸쳐 60여 대를 추가 도입했다.

M47이 그 이전의 미군 전차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특징 중 하나는 정확한 사격을 위해 M12 입체식 거리측정기를 장착, 비교적 정확한 거리측정을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초기 전차들은 단순히 눈으로 거리를 측정했기 때문에 포수의 숙련도에 따라 명중률의 편차가 컸다. 또 탑재한 가솔린 공냉식 엔진 AV-1790은 신뢰성이 높아 고장이 잘 발생하지 않는 것도 호평받았다.

■ M48
우리 군에서 70~80년대 주력으로 활약했고, 지금도 운용되고 있는 전차가 M48계열의 전차다. M47의 개량형으로 52년 4월부터 양산하기 시작한 이 전차는 베트남전, 중동전, 인도-파키스탄 전에서 활약했고 전쟁 경험을 토대로 M48A1·M48A2C·M48A3·M48A5까지 후속 모델로 개량됐다. 이 중 대표적 모델인 M48A3의 구경은 90㎜지만 M48A5는 주포의 구경이 105㎜라는 점이 특징이다.

우리 군에 최초로 보급된 전차는 M48A2C형이다. 76년 5월 국방과학연구소(ADD)는 M48을 M48A5와 M48A3급으로 개조하는 연구개발 사업에 착수한다. 이후 77~78년에 M48A1 중고전차 400여 대를 해외군사판매(FMS)로 도입한 후 M48A3K로 개조했다. 이어 ADD는 전자식 사격통제장치를 개발, 이 M48계열 전차에 탑재해 제3세대급 M48A5K로 현대화했다. 이것이 ‘대한민국 전차’를 갖고자 하는 의지의 첫걸음이었다.

■ K1·K1A1
70년대 말 군은 2차 율곡사업을 계획하면서 전차의 국내 개발(생산)을 구체화한다. 하지만 이때만 해도 우리나라에 전차개발기술이 없었던 터라 한국의 지형과 작전환경에 적합한 독자모델의 작전요구능력(ROC)만 제시하고 미국 제너럴 다이내믹스가 중심이 돼 설계를 진행하는 형태로 개발을 진행, 84년에 시제품 1대를 인수하게 된다. 이후 현대정공(현 현대로템)에서 제작, 시험평가를 거쳐 86년부터 양산에 들어가 87년 육군수도기계화사단에 초도 납품된 이 전차가 ‘88전차’로 명명된 K1전차다.

2세대 전차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구경 105㎜의 주포를 탑재하고 있다. K1전차의 포수용 조준경, 전차장용 조준경, 탄도계산기 등으로 구성된 사격통제장치는 제3세대 전차 중에서 가장 뛰어나다는 평가가 많다. 하지만 90년대 중반 이후 주포의 공격력을 강화하고 조준경을 모두 야간 겸용으로 교체할 필요성이 제기됐다. 여기에 걸프전에서의 교훈과 공산권의 T-72급 전차에 대응할 필요가 생겼다.

이에 따라 ADD와 방산업체는 기존 K-1전차에 120㎜ 활강포를 장착, 포탑을 개조하고 특수장갑으로 방호력을 증가시키며 사격통제장치와 포탑의 구동장치 등을 개선하는 등 대대적인 성능향상 사업을 성공시켜 K1A1을 내놓았다. 2001년부터 야전에 배치된 K1A1은 특히 그 생산대수 100대를 넘기면서 그동안 수입에 의존해 왔던 주포도 국내 개발품으로 대체, 국산화율을 더욱 높였다.

■ 차기전차 K2
90년대 들어 국내 기술력에 의해 K-1전차를 K1A1으로 성능개량하는 가운데 군은 북한의 기갑전력에 대한 대비는 물론 한반도 미래 전장 환경과 전력구조에 적합한 전차를 확보하는 차원에서, 또 고-저성능(High-Low)의 전차를 혼합하는 적정의 전차 전력구조를 유지하기 위해 현재 운용 중인 M48A3K와 M48A5K 전차를 대체할 새로운 주력 전차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새로운 전차는 세계적인 발전 추세에 부합하고 해외 경쟁력을 갖는 고유개념의 전차여야 했다. ADD는 95년 7월부터 97년 12월까지 ‘체계 개념 연구’를 통해 어떠한 기술과 성능으로 어떻게 운용해야 하며 어떤 모습의 전차를 개발할 것인지를 정립했다. 명실상부한 ‘대한민국의 전차’를 개발하려는 것이었다.

ADD는 전차를 구성하는 각 구성품의 개발 가능성을 기술적으로 검증하는 탐색개발을 98년 11월부터 2002년 12월까지 수행한 후 2003년 1월부터 본격적인 ‘체계 개발’에 돌입, 4년여 만에 완성된 시제품(완성시제 Prototype Vehicle)을 내놓았다.

바로 지난해 3월에 선보인 차기전차(Korean New Main Battle Tank) 시제 XK2(전투용 사용 적합판정을 받게 되면 X를 떼어내게 됨)였다. 현재 2011년 전력화를 목표로 운용시험 평가 중인 XK-2는 길이 10m, 너비 3.6m, 높이 2.4m의 단단하고 듬직한 차체에 힘차게 뻗은 6.6m의 포신으로 한눈에도 강한 파워를 느끼게 한다.

1500마력 디젤엔진이 뿜어내는 힘으로 시속 50㎞(도로 ㎞)로 야지를 내달리는 주행 능력, 깊이 4.1m의 하천도 잠수상태로 건너는 도하 능력, 주행 중 안전성을 보장하고 차체를 전후·좌우·상하로 제어케 하는 최첨단 현수장치, 기동 간에도 탄을 빠르고 정확하게 장전할 수 있는 자동장전장치, 표적에 대한 자동 탐지와 추적, 전기식 포·포탑 구동장치, C4I와 연계된 전술정보처리, 적의 대전차 유도탄을 기만하거나 직접 파괴하는 능동방호체계 등 차기전차가 보유하고 있는 능력은 세계 어느 전차와 비교해도 동등하거나 우월하다.

특히 6.6m의 장포신을 통해 발사되는 날개안정분리철갑탄은 자타가 인정하는 최고의 관통력이다. 미국의 M1A2 SEP이나 프랑스의 르클레르(Leclerc), 독일의 레오파드A6EX 등 선진국의 주력 전차와 동등 이상의 성능을 보유하고 있다. ‘세계 최강’이라고 확언하기는 어렵지만 세계 최강급임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K2는 설계에서부터 생산까지 90%의 국산화율을 목표로 하고 있다.

채산성이 맞지 않는 등의 이유로 국내에서 개발할 필요가 없는 일부 부품을 제외하고는 모든 구성품을 국내에서 개발·생산한다.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주력 전차다. 이 같은 세계 정상급의 독자적인 전차개발기술을 세계적으로 인정받아 지난해 세계 최강의 전차를 개발·생산해 온 독일을 물리치고 터키와 기술협력 우선협상 대상에 선정돼 마침내 29일 기술력 수출을 위한 계약을 체결했다.  2008.07.30 신인호 기자 idmz@dema.mil.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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