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의 저항없이 항공기만큼 빠르게 달리는 배
배가 가장 빨리 달릴 수 있는 한계는 얼마일까? 배는 꼭 물 위에만 달릴 수밖에 없는가? 그동안 물 위를 달리는 고속함의 속력은 80~90㎞/h로 한계가 있는데 이는 배가 물에서 받는 저항을 극복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물의 저항 없이 항공기만큼, KTX보다 더 빠르게 달릴 수 있는 배가 바로 위그선(WIG Ship, Wing in Ground Effect Ship)이다.
위그선은 1960년대 구소련에서 군사용으로 비밀리에 개발됐고, 76년 미국 스파이 위성을 통해 그 실체가 세상에 알려졌다.
위그선은 항공기가 수면을 아주 낮은 고도로 항주 시 날개 하부에 공기가 밀집돼 양력이 상대적으로 증가하는 해면효과(Wing In Ground Effect)를 이용해 물 위를 나는 원리로, 기존의 배로는 상상하기 힘든 시속 150~500㎞/h의 고속기동을 할 수 있다.
또 이 배는 연료비가 기존 항공기의 절반 수준이며, 수상에서 이·착수함에 따라 별도 활주로와 같은 부대시설이 필요 없고, 기존 부두시설만으로 이용이 가능하다.
엔진 고장 등 비상사태 발생 시 수면 위에 착륙이 가능해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어 기존의 함정 및 항공기와는 확연히 구분되는 특성이 있다. 위그선은 해면 1~5m 높이로 저고도로 비행하기 때문에 지상이나 해상에서 레이더 탐색이 어려워 성공적인 침투작전 수행이 가능하고, 수중방사소음이 거의 발생하지 않아 적의 잠수함으로부터 탐지가 곤란해 수상함정에 비해 상대적으로 우수한 생존성을 보유한 장점이 있다.
함정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주어진 임무를 완수해야 하기 때문에 우수한 기동성·생존성·전투력·내항성능·조종성이 필수적으로 요구됨에 따라 위그선은 지금까지 개발된 함정과는 다른 차원에서 군 요구조건을 충분히 만족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구소련에서 개발한 대형 위그선은 최대이륙 중량 540톤, 항속거리 1500㎞, 850명의 군 병력 수송이 가능한 함정으로 오늘날 우리나라를 비롯한 미국·일본·독일·중국·호주에서도 상용 또는 군사용으로 연구를 진행할 수 있는 모체가 됐다.
구소련은 군사용으로 위그선을 개발, 상륙함 및 유도탄함으로 실용화한 점을 고려해 볼 때 위그선이 군사용으로 입증됐다고 할 수 있다.
위그선에 대함미사일·대잠어뢰·기뢰 등의 무장을 탑재할 경우 북한이 현재 보유한 공기부양정, 고속정, 잠수함 세력에 대한 적절한 대응 전력인 미래의 함정으로 유용하게 운용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2005년부터 민간 인원수송의 목적으로 자체 개발을 착수했고, 20인용 인원수송용 위그선에 대한 실선시험을 거쳐 2011년 40~50인승 위그선 제작 시험 및 2014년에 최대 400여 명이 탈 수 있는 중·대형 위그선을 건조할 예정이다.
우리나라 상용 위그선 개발의 성공은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고 다수의 섬 지역을 방어해야 할 지리적 조건 및 신속·정밀·전천후 작전지원이 필요한 현대의 전장 환경을 고려할 때 차세대 신개념의 함정 개발의 초석이 될 수 있다.
장거리 작전뿐만 아니라 해상에서 빠른 속도를 강점으로 한 대공·대함·대잠·상륙작전 등 다양한 작전능력 향상 측면에서 큰 활용가치가 있을 것으로 본다.
<김범석 해군중령·국방기술품질원> 국방일보 2011.1.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