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발땐 완벽대응 `전투형 군대 육성' 급피치 `북한군은 항상 우릴 노린다' 현실 깨달았다 / 2011.03.23 국방일보 김병륜기자
북한의 어뢰 공격으로 천안함이 침몰한 사건은 우리 군에도 여러 가지 교훈과 과제를 남겼다. 작게는 상황근무체계 개선부터 정신전력 강화와 전력건설 분야에 이르기까지 다시 한번 점검해 보완ㆍ발전 요소를 찾는 노력이 지난 1년간 전군 차원에서 이뤄졌다.
특히 지난해 11월 북한이 연평도의 아군 군부대는 물론 민간인 거주지역에까지 포탄을 쏘는 만행을 또다시 자행함에 따라 북한의 어떤 도발에도 완벽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우리 군이 거듭나야 한다는 공감대가 확산됐다.
그런 공감대에 바탕을 두고 김관진 국방부장관이 지난해 12월 취임한 이후 ‘전투형 군대 육성’이 강도 높게 진행되고 있다. 특히 이달 초 공개된 ‘국방개혁 307계획’은 천안함과 연평도 포격도발로 얻은 교훈을 바탕으로 우리 군이 앞으로 어떻게 거듭나야 하는지 큰 방향을 제시했다고 할 수 있다.
지난해 5월 27일 서해에서 열린 대잠수함작전에서 초계함(PCC) 진해함이 폭뢰를 투하하고 있다. 국방일보 DB |
◆ 지휘구조와 합동성 분야
천안함 피격사건과 연평도 포격도발 이후 군 지휘구조를 재정비하고 육ㆍ해ㆍ공군의 합동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데 군내외의 목소리가 일치했다. 타군에 대한 이해 부족과 군정·군령의 엄격한 분리 구조가 적 도발 때 효과적 작전수행에 큰 걸림돌이라는 점에 공통적인 문제 인식을 갖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육ㆍ해ㆍ공군참모총장도 작전 지휘계선에 포함시켜 합참의장이 지휘할 수 있도록 하는 지휘구조 개편 계획이 지난 8일 공개된 국방개혁 307계획에 포함됐다.
상부지휘구조 개편안의 핵심은 합참의장이 합동군사령관을 겸직하면서 육·해·공군참모총장을 작전지휘하고, 각군 본부와 각급 작전사령부를 통합해 각군 참모총장 아래 지상ㆍ해상ㆍ공중 작전본부를 설치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새로운 지휘구조에서는 합참의장이 합동군사령관을 겸직하고, 합참도 합동군사령부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제도를 구성했다. 특히 합참의장이 각군 참모총장을 작전지휘함으로써 효율적으로 전력 통합 운용이 가능하게 됐다. 지상ㆍ해상ㆍ공중 작전본부는 새롭게 작전지휘계선 안에 포함된 각군 참모총장의 지휘를 받아 현재 육군의 야전군사령부와 해ㆍ공군작전사령부 역할을 대신한다.
장관은 8일 국방개혁 307계획을 발표하면서 “합동성 강화를 위한 상부지휘구조 개편은 창군 이래 가장 중요한 개혁 과제”라고 표현했다. 그만큼 합동성 강화를 위한 상부지휘구조 개편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국방부 관계관은 “지휘구조 개편은 군정ㆍ군령을 일원화해 군 지휘체계를 단일화·단순화하고, 동시에 3군이 각군의 고유성과 정통성을 유지하면서 각군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시너지 효과가 창출하도록 제도를 설계했다”고 새로운 제도의 장점을 강조한다.
이 같은 지휘구조 개편은 단순한 천안함 후속 조치 차원을 넘어서서, 우리 군이 한 단계 더 발전할 수 있는 틀로 기능하리라는 기대도 받고 있다. 군정ㆍ군령 기능의 획일적 구분에 따른 부작용을 보완하고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에 대비해 효율적인 한반도 전구작전 수행체제를 구축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천안함 피격사건이라는 가슴 아픈 참사를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은 셈이다.
◆ 위기 대응과 전투준비태세 분야
천안함 피격사건 당시 국가나 군 차원의 위기대응체계도 대폭 보완해 한 차원 더 발전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았다. 이에 따라 합참의 지휘통제실 요원을 정예화해 전담 인력을 별도로 두고 근무 인력을 늘리는 등 시스템을 대폭 보강하는 조치가 이미 취해졌다. 합참의장이 언제 어디서나 신속하게 대응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안전한 통신 수단도 마련했다.
정보와 작전 관련 부서가 긴밀하게 연계해 도발을 예측하고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도 개선했다. 이와 관련, 한민구 합참의장은 지난해 12월 29일 국방부기자실에 들러 도발 예측 시스템의 강화와 실시간 대응체계 구축이 이뤄졌다고 설명한 일이 있다.
당시 한 의장은 “북한이 언제 어디서 도발할지 모른다는 말은 맞지만, 최소한 정보 쪽에서는 어떤 이유로 북한이 언제 도발할지 예측할 수 있게 시스템을 발전시키려 한다”며 “정보ㆍ작전ㆍ화력 분야가 연계해 매일 상황을 최신화하고 합참과 각 작전사가 실시간으로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한 것이 과거와 다른 점”이라고 합참의 노력을 설명했다.
전투준비태세 강화 등 군 본연의 역할에 대해서도 더욱 집중하는 풍토가 조성되고 있다. 육ㆍ해ㆍ공ㆍ해병대 구별없이 전투 준비를 강화해 북한이 도발할 때는 현장에서 작전을 종결한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전투형 야전군 재창출’을 기치로 내걸고 있는 육군은 북한이 도발할 때 접적지역에서 가용한 화기를 즉각 대응 가능하도록 상시 사격 준비태세를 유지하고 있다. 경계초소와 철책, 진지 등 전투시설도 항상 100% 기능 발휘할 수 있게 준비하도록 강조한다. 또한 평시에도 모든 작전 활동 간 실제 전투상황을 염두에 두고 전투배치 개념에 의한 작전 기강 확립으로 전투행동을 습성화할 수 있도록 강조하고 있다.
공군도 적의 도발에 대응하기 위해 위기 상황별 비상대기를 세분화하고 방어전력 위주의 비상대기 개념에서 탈피해 공격비상대기 전력을 강화하고 있다. 또한 적 특작부대가 서북도서 강점이나 내륙지역에 침투할 가능성에 대비할 계획도 수립했다.
한편 군 차원의 노력과 함께 범 국가적 차원의 위기관리 대응태세를 강화하기 위한 노력도 이뤄지고 있다. 청와대에 국가위기관리실을 설치한 것이 대표적이다.
◆ 교육훈련 분야
천안함 피격사건과 연평도 포격도발 이후 군의 교육훈련에도 뜨거운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특히 전투형 군대 육성은 교육훈련 강화로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인식이 널리 확산되면서 교육훈련 분야는 그 어떤 분야보다도 가시적인 변화가 이뤄지고 있다.
해군은 천안함 피격사건 이후 제2의 창군을 목표로 교육훈련 강화에 전력투구하고 있다. 특히 올해를 전투형 군대 확립 원년으로 선포하고 지금 당장 적과 싸워도 이기는 강한 해군을 완성하는 데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해군 각 부대는 교육훈련은 곧 실전이라는 인식 아래 각 함대 경비함정들을 대상으로 경고없는 불시 대잠훈련을 정례화하고 있다.
북방한계선(NLL) 국지도발과 서북도서 상륙전 대비 해군·해병대 방어훈련도 대폭 확대했다. 해병대 해안포 사격을 비롯한 함정·항공기 전투탄 실사격 훈련으로 전투감각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해상훈련과 합동·연합훈련을 강화해 언제, 어떠한 상황에서도 대응할 수 있는 임무형 훈련을 강도 높게 실시하고 있다.
양성 교육도 보다 실전 지향적으로 바뀌고 있다. 해군교육사는 올해부터 신병 교육 과정에서 무취침·식사제한·야간훈련 및 전투상황 연출 등 훈련 강도를 배가한 ‘극기주’를 운영해 강인한 정신력을 배양키로 했다. 특히 교육목표 미달자는 유급 및 퇴교 조치하며, 전투수영·체력검정 목표 미달자는 보수교육까지 연장 교육하는 등 ‘측정식 합격제’를 엄격히 적용할 방침이다. ‘참전사’ 제도를 시행해 전투기량 우수자를 우대하는 풍토를 조성키로 했다. 전투수영훈련 강화, 전투체력단련시간(전투부대 매일 2시간)을 보장함으로써 임무수행에 필요한 체력도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육군의 노력도 치열하다. 적과 싸워 이길수 있는 전투기량을 숙달시키기 위해 신병교육 기간을 5주에서 8주로 늘렸다. 신병들이 자대 배치될 때 즉시 임무수행이 가능한 전투능력을 구비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전투형 야전군 재창출’을 목표로 강한 육군을 육성하기 위해 간부를 포함한 전 장병을 대상으로 전투ㆍ직무수행에 필요한 능력을 평가해 일정 수준에 도달하면 자격을 인정하는 ‘자격인증제’도 도입된다. 이에 따라 이달에는 개인별 전투력 평가가, 5월부터는 간부자격인증제가 시행될 예정이다.
육군12포병단의 다연장로켓 ‘구룡’이 지난 17일 가상 적이 밀집한 목표지역으로 |
육군의 ‘자격화에 기초한 교육훈련’이란 제대별ㆍ직책별ㆍ신분별로 전투 및 직무수행에 필수적인 핵심과목을 선정해 계량화·등급화된 평가를 하는 것을 말한다. 이에 따라 앞으로 육군 전 장병은 개인화기사격과 체력단련, 정신전력, 전투기량 4개 핵심과목을 대상으로 평가받는다.
공군도 임전 필승의 정예전투 조종사 양성과 전투 임무 중심의 실전적 부대 훈련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공군은 올해 후반기에 F-15K, KF-16 조종사를 대상으로 미 공중급유기를 이용한 공중급유훈련을 실시, 유사시 한국 공군의 작전 영역을 확대할 수 있는 기반을 다질 계획이다.
올해 8월부터는 전투비행단 부대훈련 전담 조직도 신설한다. 부대별 자체 방호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내년부터는 부대별로 쌍방향 교전훈련용 마일즈 장비 등 과화학 전투훈련 장비도 도입한다.
전투형 군대 육성의 전제로 불필요한 행정업무를 경감하고 교육훈련과 전투대비태세 강화에 집중하기 위한 노력도 강도 높게 이뤄지고 있다. 특히 육군은 행정업무를 경감시키지 못하면 전투형 야전부대도 재창출 없다는 인식으로 대대급 이하 부대의 행정업무를 6월까지 50% 경감할 계획이다.
대대급 부대 운영의 자율권을 확대하고 행정 서류 간소화, 업무용 소프트웨어 효율성 제고, 대대급 간부 직무능력 향상 등을 확대해 행정부담을 경감해 ‘창끝 전투력’을 배가하겠다는 것이다.
해군도 전대·연대급 이하 제대 행정간소화 지침 덕분에 전투임무수행을 위한 교육훈련에만 매진하고 있다. 해군은 감사·검열 32건 중 12건을 통합하고, 지도 방문도 23종목에서 11종목으로 통합하는 등 전투부대가 감사·검열 준비에 시간을 허비하지 않도록 제도를 개선했다. 또 고속정 행정서류 98건을 폐지하고 야전형 해상지휘관을 우대하는 ‘보직자격심사제’를 도입, 지휘관이 오로지 전투에만 ‘올인’하는 풍토를 조성하고 있다.
◆ 정신전력 분야
천안함 피격사건은 우리의 적이 과연 누구인지, 누가 우리 군 장병들의 목숨을 노리는지 그 무거운 진실을 다시 한번 일깨워 줬다.
수시로 위장공세를 펴고 있는 북한이 실제로는 전혀 변하지 않았다는 점도 다시 한번 명백하게 드러났다. 이 같은 안보 현실을 직시하기 위해서는 장병들의 정신전력이 강화돼야 한다는 데 군 안팎의 목소리가 일치했다.
이에 따라 군의 정신교육, 특히 대적관 교육은 하나의 큰 전환점을 찍고 있다. 해군2함대에는 “나의 전우를 건드리는 자, 죽음을 각오하라!”는 표어가 부대 건물 곳곳에 붙어 있다. 천안함 피격사건으로 전우를 잃은 해군2함대의 각오는 어느 부대보다 남다른 것.
해군은 2함대를 포함한 전 함대 영내와 함정에 이처럼 대적관을 고취하는 표어·포스터를 부착했다. 생활 환경 자체를 정신교육의 도장으로 만든 것이다. 장병들은 눈을 뜨면서부터 잠자리에 들기까지 매 순간순간 표어·포스터를 접하고, 적개심을 담은 결연한 구호를 제창한다. 이를 통해 북한이 단순히 멀리 있는 적이 아닌 나와 내 가족을 위협하는 직접적인 적임을 뚜렷하게 자각하고 있다.
육군의 대적관 교육도 확 바뀌었다. 육군 전방부대에는 ‘북한군의 가슴팍에 총칼을 박자’는 표어까지 등장했다. 순수한 북한 주민은 적이 아니지만 북한 정권과 북한군은 우리의 적임을 분명히 하기 위한 대적관 교육의 일환이다.
국방부도 ‘2010 국방백서’에 현재의 도발과 위협이 계속되는 한 ‘북한정권과 북한군은 우리의 적’이라는 표현을 명기했다. 순수한 북한 주민들은 적의 개념에서 제외하면서도 천안함 피격사건이나 연평도 포격도발 같은 도발의 수행 주체인 북한군과 그 배후인 북한정권을 우리의 적이라고 명시한 것이다.
이미 군 내부에서 적용하는 장병 대상의 정신교육 기본교재에서도 ‘북한군은 언제든지 우리를 향해 공격할 수 있는 군사적 위협의 실체요, 현실적인 적’으로 규정하고 있고 ‘북한 정권과 이를 추종하고 지탱하는 북한군은 우리의 생존과 번영을 위협하는 가장 핵심적인 적으로 존재하고 있다’고 설명, 적 개념을 현재도 사용하고 있다.
이처럼 군 내부에서 적용하는 장병 정신교육 내용과 외부에까지 공개하는 국방백서를 일치시킴에 따라 북한군과 북한 정권에 대한 군의 입장을 보다 분명하고 명쾌하게 정리하고, 장병들의 확고한 대적관 확립에도 기여할 수 있게 됐다는 평가다.
◆전력건설 분야
천안함 피격사건은 적 잠수함 탐지ㆍ대응 능력 강화 등 전력 건설 분야에도 보완 과제를 남겼다.
국방부는 지난해 12월 8일 국회에서 확정된 2011년 국방예산을 설명하면서 “천안함 사태와 연평도 포격도발 사건과 관련해 감시ㆍ탐색장비를 보강하고, 장병의 생존성 보장을 위한 예산을 집중적으로 편성했다”고 밝혔다. 2011년 국방예산 편성 때 천안함 후속 조치도 중요한 고려사항 중 하나였다는 뜻이다.
당시 국방부가 공개한 2011년 국방예산 중 천안함 후속 조치와 관련된 것으로는 호위함(FF), 초계함(PCC)용 어뢰음향대항체계 장착, 원거리 탐지용 음향센서 설치 사업 등을 꼽을 수 있다. 적이 발사한 어뢰를 유인해 아군 함정을 보호할 수 있는 어뢰음향 대항체계를 호위함과 초계함에 장착하는 사업은 2010년 예비비로 이미 사업에 착수한 상태며, 2011년 예산에도 관련 사업을 반영해 사업이 계속되고 있다.
신형 탐지레이더 개발을 위한 예산도 반영했다. 이 밖에 저수심 잠수정 탐색 능력을 갖춘 특수고속단정 , 검색ㆍ구조용 고속단정(RIB), 주·야간 전선 관측장비와 적외선 신호기 추가 도입도 천안함 후속 조치와 관련된 예산이다. 이와 함께 유사시 일선 부대에서 합참까지 동시에 상황을 전파할 수 있는 통신체계를 확대ㆍ개선하기 위한 고속지령대 도입도 올해 예산에 반영돼 있다.
천안함 피격사건 이후 장병의 생존성을 보장하기 위해 안전 장비·물자 확충 필요성이 제기됨에 따라 함정과 조난자 위치식별을 위한 함정용 블랙박스와 잠수복, 잠수기 도입도 예산에 편성해 관련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이에 앞서 정부는 지난해 5월 천안함 후속 조치의 일환으로 해상 감시ㆍ탐색ㆍ구조장비를 긴급 보강하기 위한 비용을 예비비로 긴급 편성했다.
당시 국방부는 “고속단정ㆍ고무고속보트 등 탐색구조장비 보강, 항해기록장비와 조난 위치 송ㆍ수신기 등 해상 조난위치 식별 장비, 비화 휴대전화와 고속상황전파체계 확보, 고성능 영상감시체계, 이동형 수중탐색 음파탐지기 확보 예산을 우선 반영했다”고 공개했었다.
천안함 피격사건은 큰 틀에서 보자면 북한이 새롭게 구사하고 있는 비대칭 위협의 일부라고 할 수 있다. 직접적으로는 천안함과 관련이 없지만 북한이 감행할 수 있는 또다른 유형의 비대칭 위협에 대비하기 위한 감시ㆍ정찰 능력 강화를 위한 사업도 추진되고 있다.
물론 전력 건설은 사업 특성상 단기간에 모든 분야에서 신속하게 가시적인 결과물을 얻기는 쉽지 않다. 그런 측면에서 천안함 후속 조치를 비롯한 포괄적인 북 비대칭 위협 대비와 관련된 전력 보완이 순조롭게 이뤄질 수 있도록 국민적 관심과 지지, 호응이 꼭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