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특수전여단 대원들이 지난 16일 진해 근해에서 열린 가상의 적 은거지 침투훈련에서 핵심 목표물을 타격하기 위해 은밀히 기동하고 있다. 진해=이헌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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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국 1주기 맞아 결연한 각오 다져
지난 16일 오후 경남 진해 군항. 청해부대 7진 검문검색대원들을 태운 UH-60 기동헬기가 모습을 드러내고, 2척의 고속단정(RIB)도 군수지원함 화천함에 접근을 시도했다.
인질을 방패로 삼고 있는 해적을 제압하는 데 주어진 시간은 불과 5분. 파도와 칠흑 같은 어둠이 긴장감을 더해 가는 순간 패스트로프로 헬기에서 이탈, 갑판에 내린 대원들이 해상에서 습격사다리를 이용해 함에 오른 2개의 작전팀과 합류한 뒤 전술대응 기동을 시작했다.
링스(Lynx) 헬기에 탑승한 저격수는 공격팀의 눈이 돼 해적선의 동태를 파악, 공격팀의 침투를 유도했다. 저격수가 해적들의 시선을 분산시키는 사이 공격팀은 섬광탄을 투척하고 눈 깜짝할 사이 선교를 장악했다. 공격팀의 선박장악 능력은 마치 아덴만 여명작전이 눈앞에서 펼쳐지는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깔끔했다.
같은 날, 부산 남형제도 근해에서는 청해부대 7진 검문검색대 저격팀원들이 링스헬기 대테러 사격훈련을 했다. 이 훈련은 상공 200여 피트(약 61m)에서 300~400m 거리의 해적 의심선박으로 가정한 타격대상 또는 이동 표적 부이(가로 2m, 높이 1m)를 제압하는 훈련이다.
지난 1월 21일 아덴만 여명작전 당시 심하게 요동치는 헬기에서 삼호주얼리호 선교에 있는 해적을 조준 사살한 쾌거는 전 세계가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저격팀원들은 이러한 백발백중의 베테랑 저격수가 되기까지 연간 3000발, 월 10회 이상의 저격훈련을 소화해야 한다. 또 저격수의 기본 요건인 500m 거리 2㎝ 안의 타격 목표를 정확히 명중시킬 수 있는 기량을 갖추기 위해 오차를 가져올 수 있는 바람·파도·기온 등 다양한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 특히 ‘원샷 원킬’의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 앞뒤로 흔들리는 그네 장치에 타고 표적을 맞히는 실전적 훈련으로 감각을 유지한다.
다음달 초 소말리아 해역으로 파병되는 청해부대 7진 검문검색대원들은 고(故) 한주호 준위 순국 1주기를 맞아 결연한 각오를 불태웠다. 이들 중 과반수가 넘는 인원이 해군특수전여단(UDT/SEAL)의 ‘전설’ 고 한 준위의 제자이기 때문이다.
이들뿐만 아니다. 청해부대 1진부터 7진까지의 검문검색대원 210여 명 중 120여 명이 고인으로부터 특수전 교육을 받았다. 아덴만 여명작전을 수행한 청해부대 6진 검문검색대에는 19명의 제자가 포함돼 있다.
“이 한 발에 전우의 생명이 달려 있다는 각오로 방아쇠를 당긴다”는 청해부대 7진 박진국(중사) 저격팀장도 고 한 준위에게 강도 높은 훈련을 받았다.
올해로 UDT/SEAL 10년차가 된 박 중사는 아덴만에서 작전을 수행하는 영광을 누구보다 고대했다. 그리고 그 꿈을 이루기 직전 스승의 가르침을 되새기고 있다.
박 중사는 “스승님은 10년 전 이맘 때 특전요원은 특전다워야 한다며 어떤 상황에서도 굴하지 않는, 불가능을 모르는 UDT/SEAL 정신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강조하셨다”며 그때를 회상했다.
박 중사는 “군인의 본분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고, 대한민국의 안보를 책임지는 것이라는 가르침을 결코 잊지 않겠다”며 “스승님의 신념은 후배들에게 이어져 소말리아 아덴만의 안전을 지키는 든든한 파수꾼으로 남을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해군특수전여단 김근한(소령) 교육훈련대대장은 “나 역시 고인의 제자였다. 교육생과 교관으로 만났던 그때가 아직도 눈에 선하다”며 고 한주호 준위를 그리워했다.
청해부대 1진(문무대왕함)으로 고 한 준위와 소말리아 해역을 누빈 김 소령은 고인과의 추억을 생생히 기억했다. 문무대왕함의 선저 검사는 언제나 고인의 몫이었다. 모두가 만류했지만 작전을 수행한 뒤 프로펠러 아래로 들어가 이상 유무를 검사하고 이물질을 제거하는 고된 작업을 “이런 건 노땅의 몫이야”라며 단 한 차례도 거르지 않았다.
고속단정(RIB)에 장착한 40㎜ 고속유탄발사기 시험사격 때도 고인은 최고령에도 불구하고 맨 앞에서 최초로 수행했다.
“고인은 무엇이든 솔선수범하고, 자신이 직접 먼저 해야 하는 그런 분이셨다”며 “아덴만 여명작전의 쾌거를 함께 봤다면 누구보다 기뻐했을 텐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교육훈련대대 박현웅(대위) 기초훈련중대장도 고 한 준위와 청해부대 1진으로 6개월을 동고동락한 사이.
박 대위는 “고인은 청해부대 1진 파병기간 동안 장교들만 생활하는 사관실을 떠나 대원들과 함께 3단 침대 좁은 격실에서 6개월 동안 생활하셨다”며 “대원들 사이에서는 ‘늙은 형아’라는 별명을 얻었고, 수병 총원에게는 일일이 별명을 붙여주는 등 때로는 형 같은 때로는 아버지 같은 존재였다”고 말했다.
박 대위는 “아직도 어디선가 박 대위님 오셨어요?라고 따뜻하게 맞아 줄 것 같다”며 “늘 솔선수범하며 진정한 군인정신을 마지막 순간까지 보여준 고인은 UDT/SEAL의 영원한 교관이자 전설”이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소말리아 파병을 앞둔 청해부대 7진 검문검색대 이재익 대위도 고 한 준위가 남긴 교훈을 각인하고 막바지 훈련에 열중하고 있다. 이 대위는 “고인에게 직접 교육을 받지는 못했지만 청해부대 3진 파병교육 때 부족한 부분을 많이 채워 주셨다”며 “출항 때 끝까지 배웅해 주시던 모습이 생생하다”고 전했다.
이 대위는 “한 준위가 남긴 UDT/SEAL의 전설은 청해부대 아덴만의 신화로 계속될 것”이라며 “언제, 어떠한 임무가 주어져도 작전의 선봉에 서서 임무를 완수하겠다”고 결의를 다졌다.<국방일보 윤병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