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갑식 선임기자의 현장 리포트 'F-35의 진실'] "2020년이면 전투기 수가 70대가량 부족해진다. 스텔스기(機) 60대를 들여와야 한다."(박종헌 공군참모총장)
"국민에게 잘 설명하면서 스텔스 기능을 갖춘 전투기사업을 적기(適期)에 추진하겠다."( 김관진 국방부 장관)
"북 장사정포(長射程砲) 342문이 든 갱도 진지 타격은 공군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송택환 공군전력소요처장)
올해 우리 군(軍) 최대 현안은 F-35 도입 논란이다. F-35는 현재 생산과 개발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는 세계에서 유일한 스텔스기(Stealth)다. 스텔스는 '적 레이더에 잡히지 않는다'는 뜻처럼 상대 방공망을 헤집고 짓밟을 수 있다.
F-35의 '형'뻘은 F-22 랩터다. 2006년 랩터는 신화(神話)를 만들었다. 알래스카 상공에서 벌어진 두 차례 가상 공중전에서다. F-22가 가세한 '블루포스'는 '레드포스'와 맞붙어 144대0, 241대2라는 경이적인 스코어를 냈다.
F-22는 겨우 12대가 출전했지만 당시 한 대도 격추되지 않았다. 미 국방부는 이 '귀신'같은 전투기를 750대 도입하려 했다. 그런데 생산이 187대에서 중단됐다. 대당 1억5000만달러(한화 1800억원)나 하는 가격이 문제였던 것이다.
성능은 그대로, 가격은 낮추자는 '보급형 F-22'로 만들어진 게 F-35라이트닝인데 변수가 생겼다. '먼저 보고 먼저 쏘고 먼저 죽인다'(First to see, First to shoot, First to kill)는 성능이 과장됐다는 것이다. 진실은 무엇인가.
F-35제작사인 록히드마틴 서울지사는 영등포구 여의도동 63빌딩 46층에 있다. 3면으로 한강과 서울 시내가 한눈에 조망되는 넓은 공간에 직원은 6명뿐이라고 했다. 김용호 지사장(공학박사)과 예비역 장성이 본지 취재에 응했다.
―왜 F-35인가.
국방부는 내년에 차세대 전투기종(F-X)을 결정한다. 후보는 F-35, F15 개량형 'F-15SE(사이런트이글)', 유럽이 공동개발한 타이푼이다. F-15SE와 타이푼은 제한적인 스텔스 기능이 있는 4.5세대, F-35는 5세대 전투기로 분류된다.
국내외 환경변화가 F-X사업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첫째, 북한 의 천안함 폭침으로 인한 대북(對北) 억지력 강화다. 둘째, 2000년 초 500대이던 공군전투기가 낡아 퇴역하면서 2020년 430대로 줄어든다는 사실이다.
셋째, 중국 · 일본 등 주변국이 스텔스기 개발에 착수했다는 정보다. 한국만 그 흐름에서 제외되면 동북아 전력균형은 무너진다. 공군 수뇌부를 비롯해 국방부·청와대에서 스텔스기 관련 언급이 잦아진 것은 이런 현실 때문이다.
'번개'라는 뜻의 F-35라이트닝은 공군(A)·해병대(B)·해군(C)용 등 세 버전이다. 버전별로 각각 길이 15.40~15.48, 날개 10.67~13.10, 높이 4.57~4.78m다. 해병대용은 영국 이 개발한 '해리어' 같은 수직이착륙기(垂直離着陸機)다.
―2012년부터 본격 생산된다는데 스케줄에 차질은 없나.
F-35를 향해 제기되는 가장 대표적인 의혹의 하나가 올해부터 전투기가 착착 출고돼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김용호 록히드마틴 지사장은 "2012년 본격 생산 스케줄에 차질이 있다는 지적은 말도 안 된다"고 반박했다.
그에 따르면 F-35 19대는 이미 700여 차례 미 공군·해군·해병대에서 시험비행 중이다. 올해 미 공군에 10대가 인도되며 2012년(영국·네덜란드), 2014년(영국·이탈리아·오스트레일리아), 2015년(이스라엘)까지 계획이 잡혀 있다.
록히드마틴은 F-35를 11단계로 나눠 출고한다. 처음에는 2대→12대→17대… 하는 식으로 대수가 적다. 때문에 단가가 비싸지만 8단계 때는 출고되는 전투기 수가 연간 110대나 된다. 이때부터 저가로 양산(量産)할 수 있는 것이다.
―해병대용 수직이착륙기는 개발이 취소될 가능성이 있다는데….
김 지사장은 "세 가지 버전 중 공군용 A형과 해군용 C형은 아무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반면 가장 난도가 높은 수직이착륙인 해병대용 B형에선 리프트 팬(Lift fan) 부분에서 치명적인 결함이 발견돼 시험 비행이 지연됐다.
이 때문에 출고가 지연되거나 미 국방부가 개발 취소를 경고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김 지사장은 "그것은 사실"이라며 "그런 우려를 불식시키려 현재 62회인 F-35 B형의 시험비행 횟수가 연말까지 101회로 늘어난다"고 말했다.
―게이츠 미 국방장관이 F-35를 한국에 강매(强賣)하려 했다는 소문이 있었는데 그 진실은.
게이츠 장관 '압력설'은 그가 올 1월 14일 이명박 대통령을 만난 뒤 등장했다. 열흘 뒤 김관진 장관이 방위사업청 업무 보고에서 "스텔스기 사업을 빨리 추진하는 방안을 찾아보라"고 한 게 그런 의혹을 뒷받침한다는 주장이다. 김 지사장은 "한국군 차세대 전투기 후보는 F-35와 F-15SE(보잉)과 유럽 타이푼이라는 걸 아느냐"고 반문했다. "후보 기종에 미국산 전투기가 두 종류 포함됐는데 미 국방장관이 특정기종을 편든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F-35의 무기탑재량을 현재 공군 주력기와 비교해보면.
F-35의 무기탑재량은 5800파운드다. F-16보다 약간 많고 F-15보다는 약간 적다. 무기탑재량이 제한된 것은 F-35가 스텔스기이기 때문이다. 스텔스기는 무기까지도 모두 내부에 탑재해 레이더의 추적을 피한다. 김 지사장은 "1차로 적 방공망을 무력화시킨 후에는 무기를 밖에 장착한다. 그 경우 탑재량은 1만8000파운드로 늘어난다"고 말했다.
―F-35는 소프트웨어가 부실해 '깡통전투기'라는데.
F-35엔 '블록'이라는 소프트웨어가 깔린다. 블록은 0.5→1.0→2.0→3.0로 완성된다. F-35의 하드웨어는 완성단계다. 소프트웨어는 0.5로 초보 수준이다. 외양만 그럴듯하고 전투 능력이 부실한 '깡통' 논란이 여기서 나왔다.
김 지사장은 "연말까지 '블록 1.0'이 되며 2012~2014년에 2.0이 되고 2016년엔 3.0이 완성된다"고 말했다. F-35는 주문에서 인도까지 3년이 걸린다. 즉 2013년에 주문해도 2016년엔 블록 2.0이 아닌 3.0이 인도된다는 것이다.
미 공군은 올해 블록 0.5를 받는데 그럼 왜 '깡통'을 사는 걸까. 자체 전술비행을 위한 것이다. 블록이 높아지면 이미 공급된 전투기의 소프트웨어는 업그레이드된다. 김 지사장은 '깡통 논란'에 대해 이렇게 반문했다.
"F-35가 깡통이라면 미국이 2443대, 공동개발국인 영국(138대)·이탈리아(131대)가 대량 구매하며 용맹하다는 이스라엘 공군은 왜 20대나 사겠느냐"며 "깡통이란 단어는 F-35뿐 아니라 항공선진국에 대한 모독"이라고 말했다.
그럼 이런 의혹이 왜 나오는 걸까. 김 지사장은 "전투기 개발에 필수적인 SDD(System Development & Demonstration)라는 개념을 모르기 때문"이라고 했다. 양산 전에 시간이 걸리는 건 문제 발견→테스트→문제 발견→테스트를 반복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한국이 F-35를 차세대 기종으로 선택했을때 가장 빨리 받을수 있는 시기는.
김 지사장은 "한국 공군이 F-35를 빨리 인수받길 원해 내년에 주문한다면 이론적으론 2014년에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2014년은 F-35 공동개발에 함께 참여한 영국· 이탈리아 · 오스트레일리아 에 전투기를 받는 것과 같은 해다.
이는 여건상 불가능해 보인다. 공군은 차세대 전투기 도입을 2015년에서 2016년으로 1년 미뤘다. 블록 3.0이 2016년에야 완성되기 때문에 서둘러 낮은 수준의 소프트웨어가 깔린 전투기를 들여와 깡통 논란을 부를 이유도 없다.
―한국 공군 몇 대 도입이 적정한가
현재 논의 중인 차세대 전투기 도입 대수는 60대다. 이 정도만 들여오면 북한과의 전력 비교는 '게임이 안 된다'는 게 록히드마틴의 주장이다. 북한은 4세대도 아닌 3세대 전투기 위주인데 체급이 아예 다르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