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부터 국가안전보위부장 맡은듯
"北 파워 엘리트 상시 감시… 집단 쿠테타 힘들 것"
보위부ㆍ보안부 승진잔치로 인맥 구축
軍으로 영향력 넓혀가며 후계체제 다져

 

[서울경제] 김정은이 지난 2009년부터 김정일 국방위원장 직속 정보기관이자 비밀경찰인 국가안전보위부장을 맡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표적 공안기관인 보위부를 장악한 뒤 지난해 9월 대장과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을 꿰찬 셈이다.

보위부는 주민들의 사상ㆍ동향 감시, 김씨 부자와 체제 비방사건 수사 및 정치범수용소 관리, 해외정보 수집, 해외공작, 국경경비 및 출입국 관리 업무 등을 수행하며 부원은 5만여명에 이른다. 우리의 옛 중앙정보부(현 국가정보원)와 비슷하며, 경찰청 역할을 하는 인민보안부와 함께 북한의 핵심 공안기관이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12일 세계북한연구센터와 북한전략정보서비스센터가 공동 주최한 '김정은jaharang201104132102060.jpg 3대 권력세습체제 전망과 전략적 대응' 세미나에서 "김정은(노동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이 2009년부터 (이진수 전 부장이 1987년 사망한 이후 공석 또는 김정일이 겸임해온 것으로 알려진) 국가안전보위부장직을 수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아버지뻘 60~70대가 친위세력 징검다리役= 정 수석연구위원은 "2009년 하반기에 김정은이 국가안전보위부장을 맡고 있다는 사실이 포착됐고, 최근 확실한 대북소식통을 통해 이를 확인했다"며 "김정은이 북한 파워 엘리트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상시로 감시하고 있어 김정일의 유고가 발생하더라도 북한 엘리트들이 단기간에 집단으로 반기를 들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부 당국자도 "우리측 시긴트(SIGINT·신호정보)에 김정은을 '김 부장'이라고 부르는 게 잡혔다. 김정은이 보위부장으로 북한 공안기관부터 장악한 것으로 보인다"고 조선일보에 말했다.

보위부 우동측(68) 제1부부장과 김창섭(65) 정치국장이 작년 9월 당대표자회에서 당 정치국 후보위원으로 임명된 것도 이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보위부 정치국장이 당 후보위원에 오른 것은 북한 역사상 처음이다.

북한 최고인민회의와 김 위원장은 지난 7일과 12일에는 김정일의 최측근인 리명수(74ㆍ대장) 국방위 행정국(공안담당) 국장을 인민보안부장에 임명하고, 허영호 인민보안부 부부장을 상장(중장)으로 승진시켜 김정은 후계체제 다지기에 들어갔다. 인민보안부는 우리 경찰청에 해당하지만 군 출신이 지휘부를 장악하고 있다.

리명수는 작전국장을 오랫동안 맡는 등 야전 경험이 풍부해 유사시 군과 공조해 김정일ㆍ정은 패밀리를 지켜줄 수 있는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다만 리 부장이 고령임을 감안하면 실제 무게추는 허용호 부부장에게 쏠려 있으며, 보위부 우동측 제1부부장ㆍ김창섭 정치국장과 함께 공안당국의 ‘김정은 핵심 인맥’을 형성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김정은의 후견인 역할을 해온 장성택 당 행정부장을 견제하는 역할도 맡게 된다.

김정은은 이미 군 보위사령부와 김정각 총정치국 제1부국장을 통해 군 내부를 감시ㆍ숙청하고 군ㆍ공안기관의 핵심 인물들을 그와 가까운 인맥으로 교체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탈북 단속을 강화하고 탈북자 가족을 강제 이주시키는 등 주민 감시ㆍ통제와 인권탄압도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국방위원장 폐지" vs "김정은이 대물림"= 한편 정 수석연구위원은 김정은이 지난 7일 최고인민회의 제12기 4차회의에서 국방위원회 제1부위원장 등 추가 직위를 부여받지 않은 것과 관련, "김일성이 사망하자 주석직이 폐지되고 김일성이 공화국의 영원한 주석이 된 것처럼, 김정일이 사망하면 국방위원장직이 폐지되고 김정일이 영원한 국방위원장이 될 것"이라며 "운명이 한시적인 국방위 직책을 일부러 맡지 않은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분석했다.

그는 또 "작년 당대표자회 이후 당 중앙군사위원회가 국방위 기능까지 흡수하는 양상이며 리영호(68)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인민군 총참모장), 김명국(70) 총참모부 작전국장, 육해공군 사령관 중 누구도 국방위에 들어가지 않아 국방위는 북한군 지휘에 아무런 권한이 없다"고 부연했다. 국방위는 김정일 시대의 ‘한시적 비상체제’일 뿐이며 김정은이 당중앙군사위를 통해 군권을 장악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다.

이는 김정은이 외견상 ‘노동당 기능의 정상화’라는 모양새로 후계체제를 구축할 것이라는 전망과 맞닿아 있다. 북한은 최근 ‘인민군은 당의 군대’라는 노동당 규약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정 위원은 김정은이 이번에 국방위에 진출하지 못한 것을 '속도조절론' 관점에서 보는 시각에 대해 ▦김정은이 최영림 내각 총리보다 먼저 호명되고 김정일을 제외한 다른 모든 국방위 구성원보다 우월적 지위에 있는 북한의 2인자라는 점을 명확히 드러내는 단계로까지 후계체계 구축이 진전됐고 ▦리영호 등 북한군 핵심 지휘관들과 인민보안부장에 임명된 이명수가 국방위에 진출하지 않은 점 등을 들어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김정은의 국방위 제1부위원장 등극은 시간문제일 뿐이며, 김 위원장의 건강 회복으로 국방위 중심 체제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는 전문가들이 여전히 많다.

통일부는 헌법 개정으로 최고권력기구가 된 국방위를 거치지 않고 김정은이 권력을 승계하긴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당중앙군사위 부위원장직은 국방위로 가기 위한 징검다리라는 것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도 “당 규약과 헌법에 국방위원장이 최고영도자로 자리매김돼 있어 후계자가 되려면 김정은도 국방위 제1부위원장에 올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후계체제 가속화로 김 위원장의 레임덕이 앞당겨지는 것을 우려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후계자 신분의 김정은이 이번 최고인민회의에서 국방위 제1부위원장 등에 데뷔하지 않은 것은 김정일 위원장의 위상 약화를 감안한 호흡조절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속보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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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ate2011.04.14 Views35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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