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5전단 군수지원함 대청함 갑판요원들이 대조영함에 고체화물을 이송하기 위해 하이라인을 연결하고 있다. |
대청함 승조원들이 함교 당직근무 중 개인 임무수행 카드를 숙독하는 모습. |
이종호(대령) 대청함장이 군수지원함 임무수행 |
#우리는 해상보급의 달인
“침로 210도! 속력 11.6노트(knot)! 접근 시도!”
지난 13일 부산 남형제도 인근 해상. 4400톤급 구축함 대조영함(DDH-Ⅱ)의 전투력 검열 지원에 나선 군수지원함(AOE·4200톤급) 대청함이 침로와 속력을 실시간 전송하자 대조영함이 대청함 우현으로 접근해 왔다.
“현측 거리 160피트! 현측 거리 140피트! 투색총 발사!”
둔탁한 소리와 함께 투색총이 발사되고 두 군함 사이에 가느다란 로프가 이어졌다. 현장 상황을 공유할 수 있는 전화걸이색과 함정 간격을 측정하는 거리색, 화물 이송을 위한 ‘하이라인’(High Line)도 순식간에 연결됐다.
잠시 후 각종 보급품을 실은 ‘트롤리’가 하이라인을 타고 대조영함으로 이동했다. 2m가 넘는 파고와 초속 10m의 강한 해풍에 하이라인이 출렁거렸지만 대청함 승조원들은 능수능란한 움직임으로 대조영함 갑판에 트롤리를 안착시켰다.
대청함은 해군5전단 소속의 기동군수지원함이다. 유류·탄약 등 전투 기동군수작전을 주임무로 수행하며, 해상 경비작전과 기타 해상작전을 지원한다.
기동군수는 장기간 해상작전 임무를 수행하는 전투함에 물품을 보급·지원하는 것이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작전이 유류이송(FAS : Fuel At Sea)과 고체화물 이송(RAS : Replenishment At Sea)이다.
대청함이 이날 시행한 훈련은 고체화물 이송이다. 수리부품·의료자재·잡화 등을 한 번에 최대 2.5톤까지 이송할 수 있는 고체화물 이송은 필요시 사람까지 이송할 수 있다.
거친 풍랑이 이는 망망대해에서 인원·화물을 이송하기 위해서는 최고도의 조함능력과 보급요원의 숙련도, 일사불란한 팀워크를 갖춰야 한다.
특히 두 함정이 어깨를 나란히 기동하며 유류를 공급하는 해상 유류공급은 근접 기동군수지원의 ‘꽃’으로 불린다. 하지만 특정 해역을 벗어나지 않은 상태에서 군수지원이 이뤄져야 하므로 곳곳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한 함정의 기동 방향이 달라질 경우 충돌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초래할 수 있으며, 기관·발전기·자이로 등의 장비 고장과 와이어 절단·익수자 발생 등 긴급상황에도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대청함 승조원들은 이러한 위험을 단내나는 교육훈련과 톱니바퀴 같은 조직력으로 극복, 지난 한 해 동안 단 한 건의 사고도 없이 130여 회(1200만 리터)에 달하는 해상 유류공급 작전을 완수했다.
천안함 피격사건 때는 두 달 동안 증강 경비임무에 나선 출동 함정들의 유류공급을 책임지는 등 무결점 기동군수지원의 진수를 보여줬다.
#“나가자! 싸우자! 이기자!”
이종호(대령) 대청함장의 지휘방침은 ‘우리는 전투함’이다. 그는 완벽한 기동군수지원이 없으면 전쟁의 승리를 보장할 수 없다는 취지 아래 승조원들이 임무수행능력을 100% 발휘할 수 있도록 독려했다.
대청함 승조원들은 이에 따라 전투의지 고양을 위한 전투구호 제창으로 아침 바다를 열어 젖힌다. 싸워 이기겠다는 정신전력 향상을 목표로 일과를 시작하고 마무리하며 국가관·안보관·군인정신 고취 내용을 담은 요일별 정신교육도 철저히 시행한다.
또 임무수행의 기본 밑바탕인 체력증진을 위해 오후 3시 30분부터는 함 총원이 전투구보를 실시한다. 이로써 강철 체력을 겸비한 전사로 거듭났다. 전투함 못지 않은 일일 2시간의 전투배치 훈련 또한 필수 코스다.
특히 두 달 동안 역량을 쏟아 부은 군수지원함 임무수행 매트릭스(Matrix)와 개인 임무수행 카드 제작을 완성, 적 도발대응 및 행동절차를 습관화·행동화했다. 전술·해상보급·성분작전·항해 등 4개 분야 46개 상황을 구체화한 임무수행 매트릭스는 교범·지침·예규 등 20여 권의 책자를 반영해 만들어졌다.
전 승조원은 이를 토대로 개인 임무수행 카드를 작성해 각 상황에 따라 어디에 위치해야 하는지, 어떤 임무를 수행해야 하는지를 반복 숙달했다. 훈련 후 미흡사항에 대해서는 전술토의를 벌인 뒤 현장에서 즉각 시정·재연하는 등 어떤 상황이 발생해도 조건반사적으로 행동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
김동욱(상사) 갑판장은 “시도 때도 없는 전술토의와 복합상황을 가정한 전투배치 훈련 때문에 정말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의문을 품었던 게 사실”이라며 “그러나 실전 같은 교육훈련 덕분에 지금은 눈을 감고도 내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고 자랑했다.
대청함은 해군이 중점 추진 중인 행정간소화 정책에도 적극 부응하고 있다. 함장부터 문서작성보다는 구두 보고를 선호함으로써 메모와 전자결제체계·휴대폰을 이용한 문자 보고 체계를 정착시켰다.
이 함장은 “행정간소화는 문서작성에 허비하는 시간을 전투임무에 쏟아붓자는 의미”라며 “함정 종합정보체계를 활용해 상부 지시사항, 일일 전투일과, 월간계획, 당직표 등을 체계상에 게시하면 불필요한 일지를 대폭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대청함은 밝은 선진병영 문화 구축에도 한 땀, 한 땀 정성을 수놓고 있다. 의무실을 쉽게 방문할 수 없는 이병·일병을 고려해 만든 ‘대청클리닉’이 대표 프로그램이다.
모든 승조원은 지정된 날짜에 의무실을 찾아가 군의관과 건강상담을 해야 한다. 시행 초기에는 바쁜 과업 때문에 방문자가 들쑥날쑥했지만 현재는 조신형(중위) 군의관이 병사들을 직접 호출, 열외가 있을 수 없다.
대청클리닉에서는 건강 체크뿐만 아니라 금연, 병영생활 고충까지 상담해줘 사고예방에도 톡톡히 기여한다.
이 함장은 “싸워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과 무쇠처럼 단단한 체력, 어떤 상황도 극복할 수 있는 능력을 완비한 부대가 진정한 전투형 야전부대”라며 “앞으로도 우리가 없이는 전투도 없다는 사명감으로 최고도의 임무수행능력 확보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국방일보 윤병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