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인범(맨 오른쪽) 육군27사단장이 지난해 10월 한국군을 찾은 제프리 레밍턴 주한 미7공군사령관에게 장비를 설명하고 |
전인범 사단장 초청으로 지난 3월 부대를 방문한 주한미군 주임원사단이 훈련 중인 신병들과 파이팅을 하고 있다. |
“강력한 한미동맹은 북한의 모험주의적 도발을 억제할 수 있다.”
전인범(53·소장·육사37기) 육군27사단장이 13일 한미 군사동맹 발전에 크게 기여한 공로로 미국 정부로부터 리존 오브 메리트(Legion of Merit) 최고 훈격의 공로훈장을 받는다.
전 소장은 이날 오후 서울 중구 정동 주한 미 대사 관저에서 캐슬린 스티븐스 대사로부터 LOM 공로훈장을 전수받는다.
최전방 사단을 책임지고 있는 한국군 현직 일선 지휘관이 미 대사로부터 LOM 공로훈장을 직접 전수받기도 극히 드물지만 대사 관저에서 받는 것도 이례적이다. 그만큼 스티븐스 대사의 한국군에 대한 남다른 애정과 함께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보여주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전 소장이 이번에 받는 LOM은 미 연방 정부가 1942년 제정한 공로훈장(Service Medal)으로 군 생활 중 특별한 공훈을 세운 내외국 군인에게 주어진다. 외국군에 줄 때는 모두 4가지 훈격이 있으며 LOM이 가장 격이 높고 MSM(Meritorious Service Medal), ACM(Army Commendation Medal), AAM(Army Achievement Medal) 순이다.
전 소장은 한미 군사관계의 새로운 이정표가 될 2007년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합의를 보다 실질적으로 발전시킨 공로를 인정받았다. 27사단장으로 부임하기 전까지 2008년 11월부터 1년여 동안 합참 전작권 전환 추진단장을 맡아 한미 협조를 더욱 공고히 하고 연합작전 태세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미가 합의한 전작권 전환을 일선 군 현장에서 구체적으로 미군과 긴밀히 협의하면서 150개에 달하는 전환 과제를 새롭게 개발하고 선정하며 총괄하는 과정을 성공적으로 완수했다. 전 소장은 쉽지 않았지만 적지 않은 보람을 느꼈다고 한다.
“한국군 육·해·공군·해병대 장교로 이뤄진 전작권 전환 추진단은 100여 개가 넘는 선정 과제를 미군과 원활히 협의했다. 협의 과정 자체가 항상 원만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한미동맹을 더욱 강화할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을 찾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기울였다. 그 결과 최초 운영 능력을 검증하는 절차와 방법을 합의하고 상당한 진전을 이뤘다고 자평한다. 함께 노력했던 동료들을 대신해 받는 훈장이라고 생각하며 저에게는 과분하다.”
무엇보다 전 소장은 우리 군에서 가장 영어를 능통하게 잘 하는 군인으로 정평이 나 있다. 그러한 영어 능력과 선진 군을 두루 경험한 마인드를 바탕으로 미군과 폭넓은 친분 관계를 구축하고 있다. 2005년 대령 때는 미군 주도의 이라크 현지 다국적군사령부 선거지원과장으로 미국·영국·호주·루마니아 등 외국군 장교 20여 명을 지휘하며 자유롭고도 공정한 이라크 총선을 성공적으로 지원했다.
이러한 공로로 한국군 영관장교로는 처음으로 2005년 미 정부로부터 동성(Bronze Star) 무공훈장을 받기도 했다. 동성 무공훈장은 미 정부가 전시에 혁혁한 공을 세운 군인에게 주는 최고의 명예다. 한국 정부로부터는 화랑 무공훈장을 받았다. 하지만 그런 영광 뒤에는 아무에게도 알릴 수 없는 전 소장만의 아픔이 있었다.
“그 당시 아버지의 부음을 접하고도 5400여 개 선거구 1400만 명 유권자의 투표를 지휘하며 수천 톤에 달하는 선거 관련 물자 통제와 치안 유지를 지원하는 임무를 수행해야 했다. 대신할 근무자가 없어 도저히 자리를 비울 수 없는 상황이라 아버지의 장례식에도 참석하지 못했다. 이역만리 이국 땅에서 눈물로 아버지의 명복을 빌어야 했다. 이라크 전시 임무수행 때문에 아버지의 임종과 장례를 보지 못해 개인적으로 항상 부모님께 죄송스러운 마음을 가슴에 안고 있다.”
전 소장은 우리 군에서는 보기 드물게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장 현장을 경험하고 실전적 노하우를 체득한 지휘관이다. 그러한 경험 속에서 강력한 한미동맹이야말로 대한민국 국방의 근간을 이루는 중심축이라고 확고히 믿고 있다.
“홀로 자주국방을 하는 나라는 세계 어디에도 없다. 미국은 6·25전쟁에서 우리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 170만 명을 파병해 13만7000여 명이 희생되는 등 수많은 미국의 젊은이들이 공산주의에 맞서 우리와 함께 피흘리며 자유민주주의를 지켜준 혈맹국이다. 강력한 한미동맹은 북한의 모험주의적 도발을 억제할 수 있다. 한미동맹의 중요성과 가치에 대한 우리 국민들의 올바른 인식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급변하는 동북아 안보상황과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도발을 통해 우리가 직접 경험한 김정일과 김정은 부자의 무모한 도발이 앞으로 다시는 재발하지 않도록 한미동맹이라는 안보자산의 가치와 한미동맹의 소중함을 알았으면 한다.”
전 소장은 한미동맹과 함께 북한이 강성대국 완성을 외치는 이 시점에 국민들이 경각심을 갖고 우리 군에 무한한 신뢰를 바탕으로 북한에 한목소리로 대응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최전방 사단을 책임지고 있는 일선 지휘관으로서 항재전장 정신을 견지하며 실전적 교육훈련으로 전투형 군대 육성에 매진하고 있다. 언제 어디서나 적과 싸워 이길 수 있는 군대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 만약 적이 도발한다면 반드시 격파할 것을 약속드린다. 항상 군을 사랑하고 격려해 주시기 바란다.”
■ 전 사단장의 한미동맹 강화 조언 -“주한미군 가족동반 복무 적극 지원해야”
전인범 사단장은 합참 한미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추진단장과 국방부 미군정책팀장, 미군 주도 이라크 다국적군사령부 민사처 선거지원과장, 아프가니스탄 카불 군사협조단장으로 한미 군사동맹의 최일선 현장에서 근무했다.
그는 현재 한미 군사동맹이 “아주 좋다”고 평가하면서 지금 미군은 많은 변화를 추진하고 있고 한국의 도움을 더욱 필요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더욱 강력한 한미 군사동맹과 한미관계 발전을 위해 보다 세심한 주한미군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주한미군 복무 방식이 가족을 동반한 3년 근무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 한미 문화교류 활성화, 미군 관련 사건사고 감소, 관광수입 증가 등 다양한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본질적으로 미군 전투력이 향상되면 한미동맹 강화에 크게 기여한다. 동북아 평화유지에도 더욱 강력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이러한 주한미군의 복무 방식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 이를 위해 주한미군과 가족 전입 때 역사문화 유적지 방문·홈스테이 등을 통해 한국을 진정으로 이해하고 사랑하는 친한화를 도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그는 “미래 지향적인 전략동맹 관계로 발전시켜 나가기 위해 한미 오피니언 리더들과 군 지휘부가 워크숍·전술토의 등 다양한 교류를 활성화해 나가야 한다. 이를 통해 서로 발전적 아이디어를 함께 만들어 내고 미군 참전용사도 지속적으로 초청해야 한다. 그래야 미국사회 전반에 ‘역시 한국은 우리의 진정한 동맹’이라는 인식을 확산시켜 나갈 수 있다”고 덧붙였다.<국방일보 김종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