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유용원기자> 최근 국방개혁중 상부 지휘구조 개편 문제를 둘러싸고 논란이 있는데요, 이와 관련해 지난 4월25일 군내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군무회의가 열렸습니다. 여기에서 해-공군 참모총장의 반응이 주목을 받았는데요,
외부에 잘 알려지지 않은 부분을 단독으로 소개한 지난 4월27일자 제 기사를 첨부합니다. 밤새 들어온 뉴스
때문에 이 내용은 늦게 인쇄하는 서울판에는 빠졌고 계룡대 등 지방판에만 들어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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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일 오전 용산 국방부 신청사 2층 중회의실. ‘국방개혁 307계획’의 법제화(法制化)를 위해 김관진 국방장관, 육ㆍ해ㆍ공군 참모총장, 해병대사령관 등 군 수뇌부가 모였다. 군내 최고 의사결정 기구인 군무(軍務)회의였다.
◆해ㆍ공군 참모총장 예상 밖 반응
이날 참석자들의 시선은 이달 초부터 ‘307계획’의 보완 필요성을 계속 언급해온 박종헌 공군참모총장의 반대 여부에 쏠렸으나 예상 밖의 일이 벌어졌다. 김 장관이 개혁법안에 대한 ‘동의’ 여부를 물은 데 대해 김상기 육군참모총장과 박 공군총장은 ‘동의’를 표명했으나, 김성찬 해군참모총장이 ‘조건부 동의’ 입장을 낸 것이다. ‘조건부 동의’는 조건이 실현되는 것을 전제로 동의한 것이어서 뒤에 조건이 실현되지 않을 경우 반대할 수 있는 소지가 생긴다.
김 해군총장은 “합참의장과 합참차장 등의 (3군) 균형보직에 대한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국방개혁법은 ‘합참의장과 차장은 각각 군을 달리하여 보직하되 그중 1인은 육군으로 보직한다’는 내용인데 이번에 ‘합참차장(2명)은 각각 군을 달리하여 보직한다’로 바꾸는 것을 김 해군총장이 문제 삼은 것이다. 합참의장과 차장(합동군사령관 역할) 1명을 모두 육군이 맡을 가능성에 대한 우려인 것이다.
지난해 12월 초 대통령 직속 국방선진화추진위가 71개 국방개혁 과제를 이명박 대통령에게 보고한 뒤 25일 군무회의에 이르기까지 청와대와 국방부는 숨가쁘게 움직였다. 지난해 12월 말 김관진 국방장관은 나뉘어 있던 군정(軍政·인사군수)과 군령(軍令·작전정보)을 일원화하고 3군 합동성을 강화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군 상부(上部) 지휘구조 개편을 추진하겠다고 이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군정·군령 일원화는 지난 20년 동안 역대 정권이 검토했으나 군내 반발 때문에 실행에 옮기지 못한 사안이었다. 지난해 천안함 폭침(爆沈)사건, 연평도 포격도발 사건을 계기로 군내 문제점이 드러나자 과감하게 지휘구조에 ‘메스’를 댄 것이다.
지난달 7일 김 장관 등 군 수뇌부는 ‘국방개혁 307계획’을 보고하면서 처음으로 민감한 장성 감축계획을 확정했다. 당초 10%(44여명) 감축 계획을 세웠으나 이 대통령이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겠느냐”고 지적하자 부랴부랴 5%를 늘려 이튿날 “장성 15%(66명)를 2020년까지 줄이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특히 이날 보고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합참의장과 육ㆍ해ㆍ공 참모총장들에게 국방개혁에 앞장서겠느냐는 질문을 일일이 던졌고 군 수뇌들은 “그렇게 하겠다”는 다짐을 했다고 한다.
◆복수 청와대 핵심관계자 ‘항명’ 발언 파문
이 대통령은 특히 합참의장 권한 강화 등 상부 지휘구조 개편에 대해 일부 군 수뇌부가 문제점을 개진하자 “예비역(장성)들로부터 많이 들었던 얘기”라며 “우리나라는 예비역들의 영향력이 너무 큰 것 같다. 여러분이 앞장서 예비역들을 설득해달라”고 주문했다.
그런데 지난달 23일 국방부가 예비역 장성들을 대상으로 한 정책설명회에서 일부 예비역 장성들이 “안보 취약기에 군의 근간(根幹)을 흔드는 지휘구조 개편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반대 의사를 밝히면서 예비역들의 반발 기류가 가시화됐다. 이에 대해 일부 현역들이 동요하는 기미를 보이자 지난달 28일 복수의 청와대 핵심 관계자들이 ‘국방개혁 반대자는 항명(抗命)으로 간주한다’는 발언을 해 파문이 일었다.
지난 7일엔 박 공군총장이 기자 간담회에서 ‘국방개혁 307계획의 보완 필요’를 공개적으로 언급하면서 논란이 일었다. 공군총장(대장)이 작전지휘권을 가질 경우 유사시 우리 대장이 미 7공군사령관(중장) 밑에서 지휘를 받아야 하는 문제 등이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사석에서 반(半)농담조로 “그러면 우리 참모총장 계급을 중장으로 낮추면 되는 것 아니냐”고 할 정도로 청와대의 개혁추진 의지는 강했다.
국방개혁은 군 지휘구조 개편뿐 아니라 무기도입과 방위산업, 이를 총괄하는 방위사업청에 대해서도 광범위하게 동시다발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방산업체들에 대해선 지난 2년여 동안 원가(原價) 부정 등에 대해 검찰의 강도 높은 수사가 계속되고 있다. 군 일각에선 현재의 전방위 군 개혁이 1993년 김영삼 정부 때 하나회 숙정, 율곡비리 수사 등 이후 약 20년 만에 가장 강하게 추진되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 대통령과 김 장관의 국방개혁 드라이브는 법안이 국회에 상정될 6월을 전후해 중대한 분수령을 맞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