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은 예비군 훈련에 주간 조준경과 같은 저격수 전문장비를 도입하는 등 저격수 양성을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
육군35사단 김제대대에서 훈련 중인 예비군 저격수 김성진 씨가 저격수용 영점표지판에 형성된 탄착군을 확인하고 있다. |
지난달 26일 육군35사단 김제대대. 가느다란 봄비가 촉촉히 내리는 가운데 향방기본훈련에 참가한 45명의 예비군 저격수들이 사격 연습에 여념이 없었다. 여느 예비군 훈련장과 사뭇 다른 풍경이었다. 저격수란 호칭이 붙여진 이들의 표정은 진지함 그 자체였다.
육군3사단에서 군복무한 예비군 저격수 김성진(26) 씨는 “현역시절 조준경을 부착하고 사격한 경험은 없었다”며 “저격수 임무를 맡은 순간 마치 스나이퍼가 된 것 같아 더욱 훈련에 매진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날 이들은 M16A1소총과 주간 조준경, 양각대를 지급받고 저격수로서 첫발을 내디뎠다. 사격에서도 특별한 대우를 받았다. 일반 예비군은 6발을 사격하지만 저격수들은 총 39발(영점 9발·연습 10발·기록 20발)을 사격한다. 표적지도 다르다. 고배율의 조준경을 장착하기 때문에 일반 영점표적지의 정중앙 4㎝ 하단에 별도의 표시를 첨가한 표적지를 사용한다. 그래야 250m거리에서 정확히 표적을 맞힐 수 있다. 저격수용 축소 표적지도 이전 예비군 훈련에서는 볼 수 없었던 형태다.
예비군 저격수들의 임무는 향방 작전시 건물 옥상이나 주요 길목 등 저격 진지에 배치돼 적의 지휘관 등 주요 인물을 저격, 유사시 실질적인 전력으로 활용한다. 김제대대는 평야지역이 많은 지역 특성상 주로 업드려 쏴를 중점적으로 연습하고 있다.
특히 부대는 저격수의 중요성과 자긍심을 고취하기 위해 별도의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저격수의 활약상을 담은 영화를 활용한 동기 유발은 물론 저격수의 자세, 목진지와 고층건물 등에서의 임무수행과 전술적 운용에 대해 교육한다. 또 기록사격 90% 이상인 경우 임명장과 함께 기념품을 전달하며 사기를 높이고 있다.
저격수 교관을 맡은 윤찬수 백산면대장은 “처음으로 저격수 임무를 부여받은 예비군들이 많기 때문에 실제 사격과 함께 저격수의 전술적 운용의 중요성에 대한 교육을 병행한다”고 말했다.
특전사 출신으로 지난 1980년 육군참모총장기 사격대회에서 1등을 차지한 윤 면대장은 “예비군들이 자긍심을 갖고 훈련에 참여할 수 있도록 자신의 노하우를 아낌없이 전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부대는 다음달까지 지방자치단체의 육성지원금을 활용해 시·군 기동대와 향방소대 타격대에 각각 15개와 140여 개의 저격수용 조준경을 추가 구입할 계획이다.
이날 저격수는 현역시절 저격수 경험자나 사격대회 출전자, 사격 특급 전사를 획득한 자원을 중심으로 선정했다. 특히 이들이 지급받은 소총은 사격 후 ‘저격수용’이란 주기를 부착하고 구분 보관하는 등 특별관리한다.
육군2사단 수색대에서 복무한 예비군 저격수 조석기(26) 씨는 “저격은 남자의 자부심과 멋 그 자체”라며 “그동안 받았던 예비군 훈련과 달리 저격수 훈련은 좀 더 특별한 대우를 받는다는 의미에서 매력적이다”고 말했다. 이날 조씨는 기록사격 20발 중 19발을 명중시켰다.
이처럼 예비군 저격수를 적극 양성하는 것은 후방지역에 대한 북한의 특수작전부대의 위협증가와 작전지역의 도심화에 따른 것이다. 특히 향토방위 작전수행 능력을 제고하기 위해 지역환경에 익숙한 예비군 전력을 활용하는 것이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실제 예비군 저격수는 고도의 훈련 과정을 거치고 고성능 장비를 갖춘 전문 저격수와는 다르다. 그러나 5년차 이상 예비군을 대상으로 조준경을 사용해 측정식 사격 훈련을 실시한 결과, 예비군들의 만족도가 높고 남다른 자부심도 갖게 돼 예비전력 강화에 효과적이란 평을 듣고 있다.
이에 따라 35사단은 예비군 3만 명 양성이란 국방부의 지침에 따라 타격·향방소대에 저격수 2명을 편성하고 우수 교관을 초빙해 저격수 사격술을 향상시킬 계획이다.
임철환(중령) 김제대대장은 “부대에서 예비군 저격수를 운영하면서 훈련에 대한 집중도와 만족도가 높아 고무적이다”며 “향후 훈련 여건을 보장해 향토방위작전에 유용한 자원으로 성장시킬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