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신문 밀리터리 인사이드> 지난 19일, 경북 포항 독석리 해변. 시내에서 북쪽으로 20여㎞ 떨어진 한적한 해안마을이 이른 아침부터 북적거리기 시작했다.  

해군과 해병대가 합동으로 실시하는 대규모 상륙훈련이 이곳 해변에서 펼쳐질 예정이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훈련은 지난해 11월 북한의 서해 연평도 포격 이후 최초로 실시되는 훈련이란 점에서 많은 관심이 집중된 상황. 많은 취재진을 비롯해 군 관계자와 구경나온 지역 주민들까지 몰려있었다.

본격적인 훈련이 시작되기 전, 뭍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바다에는 해군 초계함이 닻을 내린 채 정박해 있었다. 초계함은 반짝이는 아침 햇살과 어울려 잠시 그림 같은 풍경을 연출하기도 했으나, 만약 실전상황이었다면 상륙에 방해가 되는 적들을 향해 쉴 새 없이 포탄을 쏘아대고 있었을 것이다.

이윽고 수평선 근처에 또 다른 실루엣이 모습을 드러냈다. 해병대 장비와 병력을 가득 실은 해군의 전차상륙함(LST)들이었다.

빠른 속도로 해안을 향해 다가오던 상륙함들은 해안선과 일정한 거리에 도달하자 일제히 방향을 돌려 다시 먼 바다로 멀어지기 시작했다.

해병대 관계자는 상륙함들이 해병대의 ‘KAAV-7’ 상륙돌격장갑차를 바다에 내려놓고 다시 멀어지는 것이라 설명했다. KAAV-7은 상륙함의 함미에 장착된 출입램프를 통해 바다로 ‘뛰어들게’ 된다. 관계자는 이를 ‘장갑차가 진수됐다’고 표현했다.

상륙함이 지나간 자리에는 거북이 등껍질 같은 수많은 물체가 남아 있었다. 이번 상륙의 선봉을 맡은 KAAV-7 장갑차였다. 이들은 잠시 대열을 짜는 듯 싶더니 이내 하얀 물보라를 일으키며 백사장을 향해 전속으로 질주하기 시작했다.

이 때 백사장에선 소속을 알 수 없는 한 무리의 군인들이 완전무장한 채 상륙작전을 지켜보고 있었다.

해병대 관계자는 이날 상륙작전을 위해 특수부대가 전날 이곳에 침투해 있었다고 귀띔했다. 아군을 정확한 상륙지점으로 유도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이날은 훈련인 관계로 상륙지원단 병사들이 그 임무를 함께 수행하고 있었다.

사실 상륙을 위해선 수많은 준비과정이 선행돼야 한다. 병력을 후방에 집결시켜 상륙함에 태워야 하고, 적진 후방까지 이를 호위해 와야 한다. 실제로 해군과 해병대는 지난 16일 훈련이 시작된 이후 사흘에 걸쳐 병력탑승과 목표해안으로의 항해 등 일련의 과정을 진행했으며, 이날 하이라이트인 본대 상륙이 실시된 것이었다.


◆ 긴 준비, 순식간에 진행된 상륙

많은 시간이 걸린 준비단계와 달리 상륙 자체는 매우 신속하게 진행됐다.

해병대 측은 9대의 KAAV-7 장갑차를 시작으로 모두 10차례에 걸쳐 병력이 상륙하게 된다고 밝혔지만, 1~3파까지는 수 분의 차이를 두고 백사장에 도착하는 등 언뜻 보기에는 어디까지가 1파고 어디부터가 2파인지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KAAV-7이 연막을 뿌리며 뭍에 닿았다 싶으면 반대쪽에선 해군의 솔개II 공기부양정(LSF-II)이 해병대의 ‘K-1’ 전차를 싣고 땅 위에 올라오고 있었다. LSF-II는 50t이 넘는 K-1 전차를 싣고서도 KAAV-7의 10배에 가까운 속도로 항해할 수 있고 땅 위까지 곧바로 올라올 수 있어 신속한 상륙이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전차를 싣고 온 LSF-II는 해군의 대형상륙함 ‘독도함’(LPH-6111)에서 출격한 것으로, 독도함은 수평선 너머에 있어 백사장에선 보이지 않았다.

같은 시간, 하늘에선 해군의 UH-60 헬기가 무리를 지어 날아다니며 병력을 실어날랐다. 이 헬기들도 독도함에서 날아온 것이었다.

장갑차와 전차는 도착하자마자 잠시 대열을 갖추는가 싶더니 순식간에 해변을 빠져나갔다.

이에 대해 해병대 관계자는 “그동안 훈련에선 병사들이 백사장에서 뛰어내리는 모습이 많이 보였으나, 이는 실제 전술과는 맞지 않는 행동”이라면서 “이번 훈련은 최대한 실전에 가깝게 진행하기 위해 내륙에 마련된 집결지에서 병력이 하차하게 된다.”고 밝혔다.

백사장을 최대한 빨리 비워줘야 후속 병력들이 그곳으로 상륙할 수 있다는 뜻이었다.

실제로 상륙개시예정시간은 오전 8시였으나, 해군의 ‘성인봉함’(LST-685)이 해안에 도착해 병사들을 내려놓은 시간은 8시 30분이었다. 성인봉함에 앞서 수십 대의 KAAV-7 장갑차와 K-1 전차, UH-60이 해안에 도착한 것을 생각하면 불과 30분 만에 수백여 명의 해병대원과 전투장비들이 상륙한 셈이었다.

MNM_20110520103400_V.jpg

◆ 미군 없이 실시한 대규모 상륙훈련

이번 훈련은 연평도 포격 이후 최초라는 점에서 시선을 끌기도 했으나, 이례적으로 미군없이 한국군 독자적으로 실시된 훈련이라는 점에서도 주목을 받았다.

이를 위해 해군은 독도함과 전차상륙함 3척 등 보유한 거의 모든 상륙전력을 투입했으며 이들을 호위하기 위해 한국형 구축함과 호위함, 초계함 등 대규모 전력을 동원했다. 훈련 내내 하늘에선 공군 전투기가 날아다녔으며 독도함에서 이륙한 헬기들이 쉴 새 없이 왕복하며 병력을 실어날랐다.

미군과 함께 진행했던 과거의 훈련과 비교해 규모나 장비 면에서 아쉬운 점은 있었으나, 독자적으로도 어느 정도 모양새가 갖춰진 것은 큰 발전이라고 평가된다.

이번 훈련에서 상륙군 사령관을 맡은 김승호 대령은 “이번 합동상륙훈련을 통해 지·해·공 합동작전 수행능력을 한 단계 향상시켰다.”면서 이번 훈련이 합동작전 수행의 모델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MNM_20110520103332_V.jpg





영상 / 경북 포항 = 서울신문 나우뉴스TV 손진호기자 nasturu@seoul.co.kr

글·사진 / 경북 포항 = 최영진 군사전문기자 zerojin2@seoul.co.kr


  1. 충무공 후예 해군ㆍ해병대 사관후보생 385명 임관

    해군 해병대 사관후보생 임관 (창원=연합뉴스) 27일 경남 창원시 해군사관학교 연병장에서 열린 해군ㆍ해병대 사관후보생(OCS) 임관식에서 소위 계급장을 단 385명의 사관후보생들이 경례를 하고 있다. 2011.5.27 <<...
    Date2011.05.28 Views5986
    Read More
  2. K-21 장갑차 전력화 재개

    방위사업청은 26일 K-21 보병전투장갑차의 전력화 재개를 발표했다. 사진은 지난 17일 승진훈련장에서 실시된 공지합동훈련 중 육군20사단의 K-21 보병전투장갑차가 K1A1 전차와 협동작전을 펴면서 40㎜ 기관포로 타...
    Date2011.05.27 Views3478
    Read More
  3. No Image

    국방개혁 법률안 국무회의 통과

    상부지휘구조를 개편해 군의 합동성을 강화하는 내용의 국방 개혁 관련 법률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정부는 24일 오전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 김황식 국무총리 주재로 국무회의를 열고 ‘국방개혁에 관한 법...
    Date2011.05.24 Views2029
    Read More
  4. 육군 203특공여단 작전명 `무박 2일 산악종주행군'

    무박 2일 일정으로 산악종주행군에 나선 육군203특공여단 장병들이 24일 녹음이 우거진 속리산 천황봉을 오르고 있다. 장병들은 이날 오전 주둔지에서 UH-60 헬기로 훈련지역으로 공중 기동, 패스트로프로 헬기에서 ...
    Date2011.05.24 Views6927
    Read More
  5. 공군 최대 규모의 한미 맥스 선더 훈련

    23일 공군1전투비행단에서 전개된 11-1차 맥스 선더(Max Thunder) 훈련 중 F-15K 전투기와 KF-16 전투기가 이륙을 위해 유도로를 따라 이동하고 있다. 한미 공군 연합훈련 가운데 최대 규모의 종합전투훈련인 맥스 선...
    Date2011.05.23 Views5855
    Read More
  6. 김관진 국방부장관 - 상부지휘구조 개편 꼭 필요

    공감대 바탕 위에서 국방개혁 추진 군복무 가산점 제도 재도입 바람직 / 국방일보 2011.05.23 김병륜기자 김관진(사진) 국방부장관이 22일 상부지휘구조 개편을 포함한 국방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예비역들과의...
    Date2011.05.22 Views3227
    Read More
  7. No Image

    외양간 고치기…서북도서 전력 얼마나 강화됐나?

    <헤럴드경제 2011-05-20 09:11> 천안함 사건과 연평도 사건을 연이어 겪은 서북도서지역의 우리 군 전력은 그간 얼마나 강화됐을까. 사건이후 첨단 레이더와 자주포 등이 추가배치되고 방공호도 정비됐지만 결정판은 ...
    Date2011.05.21 Views2640
    Read More
  8. No Image

    국방홍보원 어울림 퀴즈이벤트

    국방홍보원 블로그 "어울림"을 사랑해 주시는 여러분~♡ 매주 금요일 어울림에서 퀴즈 EVENT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 국방홍보원 블로그 "어˚울˚림"으로 자주 방문해 주세요~ 트위터 Following 해주시고 정답을 맞...
    Date2011.05.21 Views2426
    Read More
  9. 연평도 포격 후 첫 ‘해군·해병대 합동상륙작전’을 가다

    <서울신문 밀리터리 인사이드> 지난 19일, 경북 포항 독석리 해변. 시내에서 북쪽으로 20여㎞ 떨어진 한적한 해안마을이 이른 아침부터 북적거리기 시작했다. 해군과 해병대가 합동으로 실시하는 대규모 상륙훈련이 ...
    Date2011.05.21 Views3390
    Read More
  10. 고성오간 국방개혁 설명회

    ▲ 육군은 북적… 해·공군·해병대는 썰렁 19일 서울 국방부에서 열린 ‘예비역 장성 초청 국방정책’ 마지막 설명회에서 방명록을 작성하기 위해 대기줄이 형성된 육군(사진 왼쪽)과 달리, 해·공군·해병대 예비역 장성 참...
    Date2011.05.20 Views2558
    Read More
  11. 북한, 백령도 50㎞거리에 공기부양정 기지 건설

    북한이 서해 백령도와 50여㎞ 떨어진 황해남도 용연군 고암포 일대에 해안 기습침투용 공기부양정(최고 시속 90여㎞) 70여척을 수용할 수 있는 기지를 건설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한ㆍ미 정보당국은 북한이 지난해 ...
    Date2011.05.20 Views4141
    Read More
  12. 해군·해병대 합동 연대급 상륙훈련

    해군·해병대의 연대급 합동상륙훈련이 지난 16일부터 전개되기 시작한 가운데 18일 해군 4400톤급 구축함인 문무대왕함을 비롯한 함정들이 상륙함 등을 호위하며 이번 상륙작전의 결정적 행동이 펼쳐질 경북 포항시 ...
    Date2011.05.18 Views2537
    Read More
  13. No Image

    국방개혁 - 합동군제 유지, 합참의장 직접 지휘부담 감소

    우리 안보상황 변화에 맞게 개선 ▶합동군제와 통합군제 상부구조 개편이 사실상 통합군제로 바뀌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일부에서 제기된 바 있다. 합동군제는 육ㆍ해ㆍ공 3군이 병립하면서 육ㆍ해ㆍ공군 전력의 통합 ...
    Date2011.05.17 Views3100
    Read More
  14. No Image

    디지털 5색 전투복 입는다 - 국무회의서 병역법 개정

    정부는 병역의무 면탈 행위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재신체검사 경과관찰 기간을 2년으로 연장하고 속임수를 써서 병역처분을 받았다고 인정할 수 있는 사유가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확인 신체검사도 실시하도록 개정...
    Date2011.05.17 Views2978
    Read More
  15. 육군35사단 예비군 저격수 훈련

    예비군 저격수를 양성하는 교육이 한창이다. 육군의 예비군 저격수 교육은 수년 전부터 계속돼 왔지만 올해는 향방 사단들이 교육 인원과 시간을 확대하고 나아가 저격수용 전문장비를 도입하기로 하는 등 질적으로 ...
    Date2011.05.17 Views6947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166 167 168 169 170 171 172 173 174 175 ... 200 Next
/ 200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