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 전체 少將 중 절반 구속영장
건설업자가 각서 조작한 듯 사령관 탈락측 사실 확인않고 부하한테 신고하도록 지시
상관 음해 혐의로 해병장성 구속은 처음… 일부 "구속은 지나치다"
특전사와 함께 최강의 전투부대로 꼽히는 해병대를 뒤흔들고 있는 '현역 소장 2명 구속영장 청구' 사건은 한 장의 각서로부터 비롯됐다.◆진급 로비 각서 나돌아
지난 3월 국방부 근무지원단장 해병대 박모 준장은 평소 친분이 있던 건설업자 김모씨(경남 창원)로부터 눈이 번쩍 뜨일 문 서 사진을 입수했다. 유낙준 현 해병대사령관과 '구성한'씨 명의의 도장까지 찍혀 있는 이 각서는 지난해 4월 10일에 작성된 것으로 돼 있었다. 당시 해병대 1사단장이었던 유 사령관이 해병대사령관으로 승진할 경우 구씨에게 3억5000만원을 지급하되 5000만원은 현금으로, 3억원은 제삼자인 류모씨의 농협 통장으로 입금한다는 내용이었다.
유 사령관은 지난해 6월 동기생 홍모 소장과 경합 끝에 해병대사령관에 임명됐다. 그 직후부터 군 내부에선 유 사령관이 여권 실세에게 진급 로비를 했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박 준장은 그런 소문이 돌고 있는 상황에서 문서까지 보게 돼 부하 수사관에게 군 수사기관인 국방부 조사본부와 포항지방검찰청에 이 의혹을 신고하도록 지시했다고 군 검찰 조사에서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당국 조사 결과 이 각서에 등장하는 구성한이라는 인물의 실체가 확인되지 않았다. 또 류씨 통장에도 돈이 입금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수사당국은 해병대 장성들과 친분이 깊었던 김씨가 이 각서를 조작한 것으로 추정하고 민간 검찰에 수사를 의뢰할 것으로 알려졌다. 군 소식통은 "해병대 병사 출신인 김씨는 해병대 장성들과 친분이 두터웠다"며 "일부엔 목사로 알려졌으나 목사가 아니라 건설업자"라고 전했다.
박 준장은 지난달 소장으로 진급해 해병대 2사단장이 됐다. 그러나 사단장 취임 한 달도 안 된 지난 10일쯤 김관진 국방장관의 지시로 국방부 감사관실에서 박 사단장에 대한 특별감사에 들어갔다. 김 장관은 군검찰에 "상관을 음해하는 군 지휘체계 문란 행위에 대해선 철저히 수사하라"고 지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보직해임 및 수사 진행
해군은 지난 21일 인사심의위원회를 열어 박 소장 보직해임을 결정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상관(해병대사령관)에 대한 음해성 인사로비 의혹을 군 수사기관에 신고토록 부하에게 지시한 것은 직무범위를 넘어선 군 기강 문란행위로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이어 군 검찰은 26일 박 소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군 검찰은 지난해 유 사령관과 경합을 벌이다 탈락한 동기생 홍모 소장에 대해서도 박 소장과 공모해 군 기강(지휘체계)을 문란케 한 혐의로 같은 날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두 사람 모두에게 무고죄가 적용됐다.
이에 대해 군내에선 해병대 창설 이래 처음으로 상관 음해 혐의로 현역 장성에 대해 구속영장까지 신청한 것은 지나친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두 사람 모두 "(유 사령관의) 진급로비설이 나돌던 터에 각서까지 보니 해병대 발전을 위해 진실을 규명해야겠다는 순수한 취지에서 수사기관에 알리게 됐다"고 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국방부 관계자는 "이들이 단순히 진급로비 소문을 전한 수준이 아니다. 김 장관이 이들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까지 결심할 만한 중대한 사유가 있었다"고 말했다. 군 내부에선 이번 사건의 원인이 해병대 내부의 파벌 싸움에 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유 사령관과 홍 소장이 진급을 놓고 다투다 홍 소장이 진급에 실패하자 해병대에선 "홍 소장 라인에 선 사람들이 불이익을 당하고 있다"는 말이 나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정체불명의 각서에서 비롯된 이번 사건이야말로 군 내부의 진급을 둘러싼 파벌 다툼과 투서(投書)의 문제를 또 한 번 드러낸 것이라 김 장관이 초강경 조치를 취했다는 것이다. 이번 사건의 핵심 인물 김모씨는 지난달 10억원대 사기 혐의로 수배된 뒤 잠적한 상태다. <조선닷컴 사건인사이드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1/05/28/2011052800044.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