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한민구 합참의장은 26일 서울 용산구 합참 집무실에서 가진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국방개혁의37631341_1.jpg 주요 쟁점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견해를 밝혔다. 특히 국방부와 예비역 사이에 갈등을 빚고 있는 상부지휘구조 개편안의 합참의장 권한 강화 논란 등에 대해 의장으로서 조목조목 의견을 피력했다. 현역 최고선임장교인 한 의장은 인터뷰 내내 “군인은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줘야 하는 것이고, 지금이 그런 때인데…”라는 말을 되풀이했다.

―군 당국과 예비역 간에 국방개혁을 둘러싼 갈등이 여전히 심각한 것 같다.

“군 안팎의 여론수렴을 위한 정성과 노력이 부족하지 않았는지 되돌아보고 있다. 일부 예비역의 개혁에 대한 이견도 우국충정에서 말씀하시는 것이므로 잘 경청하겠다. 안보와 직결되는 국방개혁은 현역 예비역 모두 성원해줘야 성공할 수 있다.”

―역대 해·공군 참모총장 등 일각에선 국방개혁이 육군 위주로 추진돼 3군 균형발전을 저해하는 ‘개악’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그런 얘길 들을 때가 가장 답답하다. 하지만 육군은 개혁에 따라 2020년까지 17만 명이 줄고, 감축되는 장성들도 다 육군이 감수할 몫이다. 육군이 국방개혁으로 가장 큰 변화를 맞을 텐데 군을 독식한다거나 수혜를 볼 거라는 주장은 지나친 우려다.”

―국방선진화추진위원회에서 3군 균형발전 차원에서 검토한 합참의장의 육해공군 순환 임명 방안이 국방개혁안에 포함되지 않았다.

“3군 균형발전은 군이 추구할 기본 방향이다. 하지만 합참의장의 순환 보직을 강제로 규정하거나 법으로 명시하면 적임자가 제한돼 통수권자가 임명권을 제대로 행사하기 힘들다. 합참의장을 포함해 모든 군 보직은 ‘누가 가장 훌륭히 임무를 완수할 수 있는가’ 하는 관점에서 고려돼야 한다.”

―상부지휘구조 개편으로 합참의장이 군령(작전지휘)과 군정(인사 군수 교육훈련 등)을 모두 행사하면 지휘 부담이 과도하지 않을까.

“합참의장에게 주어지는 ‘제한된 군정권’은 작전지휘에 필요한 최소한의 기능에 그친다. 오히려 의장에게 더 많은 권한을 줘야 한다는 의견도 있지만 각 군의 전문성과 균형발전을 고려해 최소한의 군정권만 주는 것이다. 지금은 합참의장이 10개의 작전사령부급 부대를 직접 지휘하지만 지휘구조가 개편되면 각 군 총장만 지휘하게 돼 부담은 더 줄어든다.”

―각 군 총장이 합참의장의 지휘 계선에 들어가면 직무 수행에 제약을 받고 실전에서 군 수뇌부 간 지휘충돌이 생길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합참의장과 각 군 총장의 관계는 누가 더 많은 권한을 갖느냐는 권한 배분의 문제가 아니다. 작전 효율성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각 군의 최고 전문가인 총장들이 합참의장의 위임을 받고 각 군을 작전지휘하는 게 맞다. 가령 실전에서 (합참의장과 각 군 총장 간에) 이견이 발생해도 합동작전의 큰 틀에서 (상부에서) 결심이 되면 따라야 한다. ‘군령여산(軍令如山·군령은 태산같이 무겁다)’이라는 말은 군의 기본이다.”

―내년 대통령선거와 북한의 강성대국 선언 등 안보 취약기를 앞두고 상부지휘구조 개편 등 국방개혁을 강행해선 안 된다는 지적이 있다.

“2012년에 모든 지휘구조가 바뀌는 게 아니라 2015년으로 예정된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일정과 연계해 단계적으로 추진된다. 전작권 전환 이후 한국군 주도의 전쟁수행 체제를 갖추려면 새 작전계획을 만들어 검증하고 전술지휘통제체제(C4I)도 구축해야 하는 등 물리적 준비기간이 필요하다. 이런 모든 여건을 고려할 때 지금이 지휘구조 개편에 착수해야 할 최적기라고 본다.”

―김성찬 해군총장과 박종헌 공군총장이 지난달 군무회의에서 검증과정을 거치고 제반 여건을 갖춰 국방개혁을 추진하자고 언급했는데….

“상부지휘구조 개편 과정에서 검증도 하고 제반 여건을 고려해 신중히 추진하자는 의견을 말씀하시는 분들도 있다. 상부지휘구조 개편은 가능한 범위에서 평가 검증을 하고 각 군의 여건을 충분히 고려해 단계적으로 추진될 것이다.”

―지난해 북한의 도발로 드러난 군의 문제는 지휘관의 능력과 자질이지, 지휘구조가 아니라는 지적이 있다.

“국방개혁의 상부지휘구조 개편안은 천안함과 연평도 도발 대처에서의 군의 잘잘못에서 비롯된 게 아니라 전작권 전환 이후 한국군 주도로 보다 효율적인 작전수행 방안에 대한 고민에서 시작됐다. 지난해 북한의 도발로 얻은 교훈들은 서북도서방위사령부 창설 등 지휘구조의 구체화 과정에 참고가 됐을 뿐이다.”

―지난해 11월 의장 취임 4개월 만에 연평도 도발을 보고받을 당시의 심경은 어땠나.

“천안함 폭침사건 이후 북한의 재도발에 대비해 나름대로 준비했고 그날도 해병대의 해상 사격훈련을 하면서 오전부터 대비태세를 상당히 높였다. 도발을 보고받자마자 단호히 응징하라고 지시했다. 당시 해병대의 포가 좀 더 정확하게 (북한 진지에) 맞았더라면 그렇게 커질 문제가 아니었다. 그게 좀 아쉬운 부분이지만 당시로선 40km 밖의 적 표적을 잘 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북한이 또다시 도발을 해온다면….

“지난해 도발 이후 일선 지휘관과 장병들이 남다른 의지와 각오로 임하고 있으며 그들의 눈빛도 확연히 달라졌다. 북한이 또 도발해온다면 가용한 육해공군 전력으로 도발 원점의 제거 등 철저히 응징하고 재도발 의지를 꺾어 놓는 것 외에 다른 것은 생각하지 않겠다.”

―의병장 청암 한봉수 선생이 할아버지로 알려져 있는데….

“육사 2학년 때 돌아가신 조부는 일제강점기의 의협심 강한 청년으로 3년 반 동안 의병을 하셨다. 그 영향으로 국가와 사회를 위해 대의를 지키며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자랐다. 육사에 들어와 군인의 길을 걷게 된 것도 조부가 바랐던 바였다.”

―평소 군 생활을 하면서 좌우명은….

“군인본분위국헌신(軍人本分爲國獻身·군인 본분은 나라를 위해 몸 바치는 것)과 ‘무인은 얼어 죽을지언정 곁불을 쬐지 않는다’는 말을 항상 되새긴다.”

윤상호 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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