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은 아침부터 굵은 빗방울이 쏟아져 기자는 훈련이 취소되는 줄 알았다. 하지만 6명의 구조사들은 오히려 비를 반가워했다. 실제 상황에선 작전에 투입되기엔 더 없이 좋은 환경이라는 것이다. 또 이런 환경에 영향을 받지 않기 위해 구조사들은 고공강하, 잠수(Scuba), 산악행군, 빙벽등반 등 각 군별 특수부대들의 훈련을 모두 받는다.
기자도 체온을 보온할 수 있는 드라이슈트(Dry Suit)와 긴급잠수조끼를 착용하고 저수지물에 발을 담갔다. 하지만 낚시바늘, 쓰레기 등으로 가득찬 호수의 뻘은 한 걸음 걷기도 쉽지 않았다. 5m정도 전진하자 몸이 갑자기 뜨더니 발이 바닥에 닿지 않았다.
물속에서 일단 균형을 잃자, 그 순간 패닉 상황이 왔다. 물속에서 허우적대는 사이 긴급잠수 조끼에 달린 11kg 가량의 공기탱크는 몸을 아예 바닥에 눕혔다. 허우적대는 기자를 건져준 것은 항공구조 강용수 감독관(준위.준사관 91기).
강 감독관은 "구조사들은 깜깜한 곳에서 현관찾기, 앞을 볼 수 없는 수경을 쓴 채 수중탐색훈련을 한다"며 "동료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것도 구조의 중요한 미션"이라고 말했다.
저수지에 몸을 담근지 15분이나 됐을까. 온몸에 한기가 돌고 입술이 파랗게 변했다. 때마침 잠수를 마친 구조사가 수면위로 떠올랐다. 가상의 전투기 블랙박스를 회수한 것이다. 옷을 갈아입을 틈도 없이 40kg가 넘는 군장을 메고 길도 없는 산으로 이동했다. 부상 당한 조종사를 찾아 나서기 위해서다.
기자가 산까지 동행하려하자 강 감독관은 단호하게 말렸다. 땅을 파고 자는 등 일반인이 따라다닐 수 있는 일정이 아니라는 것이다. 어쩔수 없이 이들을 다시 만나려 다음날 오전 8시 저수지를 다시 찾았다. 마중나온 구조사는 조그만한 마을길을 오르더니 산길 옆 숲안으로 들어갔다. 산길을 이용하면 외부에 자신들이 노출된다는 것이다.
밤새 내린 비로 40도 경사의 산비탈은 미끄럼틀처럼 느껴졌다. 맨몸으로 1시간밖에 오르지 않았지만 숨은 턱끝까지 차 오르고 종아리에 통증이 몰려왔다. 하지만 구조사는 40kg군장을 메고도 숨소리가 평소와 똑같았다. 구조사의 체력에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
김광수 상사(부사후 163기)는 "구조사는 완전군장과 80kg의 성인을 메고 200m이상을 걸어야하는 체력테스트를 받는다"며 "지금은 이미 우수체력을 보유한 인원만 뽑지만 지원후 훈련을 시킨 2009년 이전에는 교육기간 중도탈락율이 38%나 됐다"고 말했다.
도착한 곳은 600m 높이의 만뢰산 정상부근. 전투기 조종사는 8m 높이의 소나무에 매달려 있었다. 다른 특수부대와 달리 구조사의 진가가 발휘되는 순간이었다. 6탐색구조비행전대 20여명의 구조사들 중 90%가 1급을, 10%는 2급 응급구조사 자격증을 갖고 있다. 1급은 심폐소생술 이외에 심각한 외상에 대한 응급처치도 가능하다.
구조사는 밧줄을 이용해 나무꼭대기에 올라 조종사의 상태를 살폈다. 혹시나 모를 척추손상을 막기 위해 목에 고정대를 바치고 서서히 끌어내렸다. 내려온 조종사는 다리와 팔에 골절 등 외상이 심각했다.
최성주 평가반장(원사.부사후121기)은 "조종사를 빨리 발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의식을 확인하고 그 자리에서 간단한 수술까지도 할 수 있어야 한다"며 "긴박한 상황에서는 낙하산에 매달린 채로 응급처치를 받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구조사는 메고 있던 구급장비함에서 멸균생리식염수를 꺼내 혈관에 주사기로 주입했다. 출혈이 심해 혈압이 떨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응급실 의사를 연상할 정도로 빠른 손놀림이었다. 현장에서 봉합수술도 곧바로 진행됐다.
조종사를 간이이동대에 옮긴 후 산 정상으로 이동해 구조를 요청했다. 30분후 HH-60 블랙호크 수송헬기가 모습을 드러냈다. 조종사는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헬기에 탑승했다.
우리나라의 공군구조사는 지난 2008년부터는 미군 구조도 전담하고 있다. 자국군의 안전에 대해선 지독할 정도로 챙기는 미군이 왜 한국군에게 자국 군인의 생명을 맡겼는지 이해가 갔다.
자료출처 : http://media.daum.net/politics/dipdefen/view.html?cateid=1068&newsid=20110603081113882&p=ak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