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갑 국립중앙의료원장
"외상(外傷)전문인 군(軍)병원이 군인은 물론 총 맞은 민간인도 치료해야 할 판에, 지금은 총 맞은 군인마저 갈 군병원이 없어 민간병원에 가서 치료받고 있으니, 말이나 되는 얘기입니까."
박재갑<사진> 국립중앙의료원장이 14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최근의 군의료 문제를 조목조목 지적했다. 그는 "일선 사단장들이 군병원에 입원한 장병 부모들한테 무슨 전화를 제일 많이 받는 줄 아느냐? 우리 아이 민간병원에 가게 군병원에서 빼달라는 전화"라면서 "이러다간 돈 있는 집 장병은 죄다 민간병원으로 가고, 가난한 집 아이들만 군병원에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원장은 수년 전부터 군 의료체계를 획기적으로 선진화시키려면 이른바 '국방의학원'을 만들어 교수급의 군의관을 대거 양성하고, 군의료 컨트롤 타워(control tower·사령부)로 활용해야 한다는 방안을 제안해 왔다.
―군병원을 민간에 위탁하여 '삼성서울병원'이나 '아산병원'처럼 만들겠다는 얘기가 나온다.
"그럴 거면 뭐 하러 휴전선을 군인이 지키나? 경비회사에 맡기면 되지. 공군 조종사는 뭐 하러 돈 들여 키우나? 민간항공사 조종사 빌려 쓰면 될걸…. 군의료는 단순히 질병 치료만 하는 곳이 아니다. 전문외상 치료, 화생방, 생물학적 테러 등 전쟁에 대비하고 승리하기 위해 필요한 다양한 의료 전문가들이 있어야 한다."
―그렇다고 국방의학원 같은 의과대학이 꼭 필요한가.
"우리나라에서 우수한 병원은 거의 모두 대학병원이다. 한국 사회에서 대학교수 직함을 주지 않으면 실력 있는 의사를 끌어 올 수 없다. 이게 현실이다."
―예산(4000억원 소요 추정)이 너무 많이 든다는 지적도 있다.
"군인과 군인 가족이 자긍심을 느낄 만한 괜찮은 군병원 하나는 있어야 하지 않겠나. 미국은 대통령이 아프면 군병원을 찾는데, 우린 뭔가. 55만 군인의 자존심 문제다. 군함 하나 만드는 데도 5000억원 쓴다. 군 인력을 활용하면 병원 운영 비용이 대학병원의 절반밖에 들지 않는다."
박 원장은 "앞으로 대통령이나 장관, 장군은 건강검진을 서울대병원 같은 데 가서 받지 말고, 국군수도병원에 가서 받아야 한다"며 "국가 지도층이 군의료를 신뢰해야 국민과 군인이 따른다"고 말했다.<조선닷컴 김철중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