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내역 담긴 민간인 수첩이 뇌관 … 22일 홍 모 소장 구속돼
유낙준 사령관도 수첩내역 추궁받아 … "이번 기회에 수술해야"

 

지난 23일은 38년만에 '상륙작전'을 해병대의 주임무로 명시하는 국군조직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 해병대 창설의 정체성을 보장받은 날이다. 해병대가 인사·예산에서도 해군으로부터 독립해 오랜 숙원이 이뤄진 뜻깊은 축제의 날이었다.

그러나 이날 상당수 해병대 장성들은 불안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유낙준 해병사령관을 음해하는 이행각서를 퍼뜨린 혐의를 받고 있는 민간인 김 모씨의 수첩에 해병대 장성들의 이름이 줄줄이 기록돼 있고, 일부는 선물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기 때문이다.

해병대 지휘강화를 위한 법률안이 국회를 통과하기 하루 전인 22일, 합참 전비태세검열실장을 지낸 홍 모 소장은 유 사령관을 무고한 혐의로 구속영장이 재청구돼 결국 구속됐다. 홍 소장은 김씨 수첩에 선물을 받은 것으로 기록돼 군 검찰의 집중 추궁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군 관계자는 "군 검찰이 압수한 수첩을 조사해보니 20일 구속된 박 모 소장(전 해병 2사단장)보다 홍 소장이 김씨에게서 선물을 받는 등 더 가까운 관계인 것으로 드러났다"면서 "홍 소장을 주범격으로 해서 구속영장을 재청구하게 됐다"고 밝혔다.

유 사령관도 김씨의 수첩에 기록된 사실에 대해 군 검찰의 조사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10일께 유 사령관에 대해 방문조사를 실시한 군 검찰은 진급로비설과 관련한 의혹을 수사하면서 수첩에 적힌 김씨와의 관계를 추궁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다른 군 관계자는 "김씨는 당초 홍 소장보다 유 사령관과 더 친밀한 관계였다"면서 "무슨 일로 두 사람의 관계가 틀어져서 홍 소장을 통해 유 사령관을 음해했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이 관계자는 "해병대 병 출신인 김씨가 전임 이 모 사령관과의 친분을 이용해 해병대 장성들에게 접근했다"면서 "김씨가 행세를 하고 다녀 해병대 간부들 사이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다"고 덧붙였다.

지난달 국방부 검찰단은 10억원대 사기 혐의로 잠적중이던 김씨의 자택과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상당히 방대하면서도 해병대 장성들과의 관계를 낱낱이 기록한 김씨의 수첩 두권 분량을 확보한 것으로 밝혀졌다.

군 관계자는 "압수된 수첩에는 해병대 장성들에게 준 자잘한 선물까지 적혀있을 정도로 상세한 내용을 담고 있다"고 말했다. 김씨의 수첩이 해병대 장성들을 곤혹스럽게 만드는 뇌관이 되리라는 것이다.

군 검찰 관계자는 '언제까지 수사할 것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말할 수 없다"고 밝혀, 추가 수사가 진행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20일 박 소장의 구속기소에 이어 22일 홍 소장을 구속했기 때문에 통상 군 검찰은 해병사령관 음해사건의 수사를 마무리해야 한다.

음해사건의 단초를 제공한 김씨는 유 사령관이 3억5000만원을 주고 진급했다는 이행각서 외에도 민간인 박 모씨를 통해 양곡업자들에게서 17억원을 거둬 여권 핵심실세의 측근에게 제공했다는 인사로비설을 박 소장과 홍 소장을 비롯한 해병대 장성들을 접촉해 퍼뜨린 것으로 드러났다.

군 관계자는 "민간인 한 사람에 의해 거의 대부분의 해병대 장성들이 농락당한 것은 창피한 일"이라면서 "이번 기회에 해병대에 문제가 있는 부분이 드러나는 만큼 모두 수술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내일신문 홍장기 기자 hjk30@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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