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3사단은 지난 5월부터 특별한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대대별로 지원·배속부대까지 모두 참가한 가운데 5주간 진행하는 야외종합전술훈련이 그것. 이번 훈련은 무려 5주 동안 연속으로 진행된다는 것 외에 장병들을 야전적 기질과 호전성이 충만한 전사로 육성하는 데 필요한 다양한 장치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훈련 참가자들의 상황이나 편의가 아닌 ‘실전성’에 초점을 맞춰 진행되는 3사단 야외종합전술훈련 현장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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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3사단 장병들이 야외종합전술훈련에서 실전적인 공격전투사격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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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전성’을 바탕으로 진행되는 야외종합전술훈련을 통해 전투프로로 거듭나고
 있는 육군3사단 병사가 날카로운 눈빛으로 가상의 적진을 주시하고 있다.

 지루한 장마가 주춤하면서 또다시 무더위가 기승을 부린 지난 5일 강원 철원의 백골종합훈련장. 공격전투사격이 한창인 이곳에서 병사 분대장이 약정된 수신호로 명령을 하달하자 분대원들은 일사불란하게 각개약진한 후 포복, 신속하게 탄창을 결합하고 사격을 시작했다.

 이 사격은 두 가지 측면에서 특별하게 다가온다. 정해진 사로(射路)에서 통제관의 명령에 따라 사격하지 않고 야지에서 각개약진 후 사격하는 데다 소대장이 아닌 병 분대장이 명령을 하달한 것. 모두가 실제 전투 상황에서 어떻게 사격과 명령하달이 이뤄질 것인가를 염두에 두고 채택한 전투 방식이다.

 그동안 안전문제로 사로를 벗어나기 힘들었지만 3사단은 실전적 훈련을 위해 과감한 시도를 선택했다. 대신 안전통제 간부를 곳곳에 배치했고 사격 직전 탄창을 결합하는 방식으로 위험에 대비했다.

 병 분대장의 명령하달도 다른 부대에서는 보기 힘든 광경. 하지만 분대가 가장 기본적인 전투단위인만큼 실전에서 병 분대장의 명령하달은 꼭 필요하다고 보고 훈련에 포함시켰다. 분대장도 병사다보니 처음 ‘육성지휘’ 때는 입도 떼기 힘들었지만 일주일 정도 훈련을 거치자 거침없이 명령을 하달할 수 있게 됐다.

 3사단의 야외종합전술훈련에는 이처럼 관행이나 훈련자의 사정보다는 ‘실전상황’에 방점을 찍은 내용들이 허다하다. 5주간의 훈련기간만 해도 그렇다. 최근 육군 대대급 훈련은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4박 5일간 이뤄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전투상황이 꼭 닷새만 지속될 수는 없는 법. 전장 상황에서 제대로 씻기 힘들고 문화적 혜택도 받기 힘든 가운데 전장의 마찰과 극한 상황을 느껴 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훈련기간을 늘려 잡았다.

 진백골부대 손강(중령) 2대대장은 “실제 전장은 아니었지만 전쟁지속 능력의 한계를 절실히 느꼈고 많은 피로를 경험했다”며 “지휘관으로서 어떻게 해야 전투원들의 피로도를 낮추고 전투지속 능력을 보장할 수 있는지 고민하는 좋은 기회였다”고 털어놨다.

 늘어난 훈련기간이 가져온 변화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우선 대대·중대의 방어·공격 위주였던 기존 훈련과 달리 분대 전투의 비중이 확 높아졌다. 분대장의 지휘 능력은 물론 병사의 각개전투 능력이 향상된 것은 불문가지(不問可知).

 숙영지 편성 방식도 달라졌다. 겨울이 아닌 데도 참호를 파듯 50㎝ 정도 땅을 파서 텐트를 치고 있다. A형 텐트를 치면 텐트 윗 부분만 살짝 나올 정도다. 금창국(대위) 중대장은 “무더위에 땅을 파는 작업이 힘든 것은 사실이지만 실전에서 포격에 의한 피해를 줄이는 데 반드시 필요한 만큼 숙영지는 물론 지휘소까지 평균 50㎝ 정도 땅을 파서 조성했다”고 설명했다.

 덕분에 새로운 풍속도도 생겨났다. 마대를 이용해 지휘소의 책·걸상을 만들게 된 것. 땅을 파면서 나오는 흙을 마대에 담고 쌓아 가구 대용으로 쓰면 출동·복귀 때 무거운 가구를 옮길 필요가 없는 데다 파 낸 흙을 별도 장소에 옮길 필요도 없기 때문이다.

 지원·배속부대도 모두 훈련에 참가하는 것 역시 신선한 충격이 됐다. 정해진 절차에 따라 진행하던 기존 훈련과 달리 지원·배속부대도 전장에 있다는 인식 아래 보병대대의 훈련에 적극 동참하게 된 것. 화학지원대가 인체제독소 설치·운용훈련을 하면서 보병대대원들에게 온수 목욕을 지원하는 것이 가장 좋은 예. 의무근무대는 평소와 달리 강한 훈련으로 염좌·골절 등 부상자들이 속출하는 상황에 직면하면서 전장 상황을 가늠해 볼 수 있다.

 정비대대와 보급수송대대도 각각 근접정비지원, 추진보급훈련을 자체 전술훈련과 병행해 보병대대의 전투근무지원 역할도 함께 수행하고 있다. 행사지원 위주로 운용되던 군악대도 전투임무 위주로 운용되고 있다. 훈련 중 대휴식 기간으로 설정된 2주차 토·일요일에는 소조밴드를 운용해 장병 위문활동을 하고 훈련 복귀나 부대별 행군 때는 연주로 장병들의 사기를 고양하는 것. 연주 횟수가 증가하고 때론 새벽에 출동하느라 피곤한 것이 사실이지만 ‘전장에서 군악대란 이런 임무를 수행하는구나’라는 것을 군악병에게 심어줄 수 있는 둘도 없는 기회가 되고 있다.

 또 활동량이 늘어나면서 소비되는 쌀의 양도 두 배로 늘어나고, 의약품 소비량이 4배로 뛰는 등 장기간 훈련으로 인한 각종 전투지원상의 변화는 전투소요를 예측해 볼 수 있는 소중한 계기가 되고 있다.

 물론 장병들의 복지에도 만전을 기하고 있다. 훈련이 진행될수록 세면·세족·세탁 등 가장 기본적인 생활의 불편은 물론 강도 높은 훈련으로 인한 정신적·육체적 부담도 커지기 때문이다. 전투의지와 사기를 높이기 위해 5주 훈련 중에도 병사들의 정기휴가는 계획대로 시행하고 간부들에게는 복귀 후 닷새간의 위로휴가를 부여하고 있다.

 훈련에 가장 모범적으로 참가한 1개 소대는 포상과 함께 사단 휴양소에 입소할 수 있는 특전도 주고 있다. 대대장 재량으로 황금마차를 운영하는 것은 보너스. 부대 주둔지로 복귀할 수 없어 종교행사는 군종장교가 순회하거나 각 종파별 군종병이 진중에서 종교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삼팔선최선봉돌파부대 이완주(중령) 3대대장은 “전투는 언제, 어디서, 어떠한 형태로 발생할 지 전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강한 정신력과 체력, 조건반사적인 전투행동 등이 요구된다”며 “이번 훈련은 어떠한 악조건도 극복하고 우발상황에도 즉각 대응조치가 가능한 진정한 전사, 전투프로를 양성하는 좋은 기회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국방일보 / 김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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