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軍당국, 진상 조사
해병대에 이어 특공부대에서도 한 병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사망원인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가혹행위·성추행 정황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13일 육군 제2작전사령부 등에 따르면 지난 4일 오전 11시 40분쯤 경북 경산시 하양읍 201특공여단의 한 창고에서 이모(21) 일병이 철사로 목을 맨 채 의식을 잃고 있는 것을 동료 병사가 발견했다. 이 일병은 대구국군병원으로 옮겨졌다가 다시 대구의 일반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사흘 만인 7일 오전 숨졌다. 부대측은 "이 일병이 3일에 야간 당직 근무를 선 뒤 이튿날 오전 내무실에서 자다가 일어나 '샤워하러 간다'며 나간 후 창고에서 발견됐다"고 밝혔다.
이 일병의 어머니는 "헌병대 조사 과정에서 선임병들의 가혹행위와 성추행 정황이 밝혀졌다"고 말했다. "특공부대 배치 직후부터 선임병들이 귀엽다며 귀를 만지고 깨물고 해서 거부했더니 '엉겨붙는다'며 미워했다"는 것이다. 또 "2개월 전쯤 아들이 부사관 신청을 한 뒤부터 모 병장이 동료들에게 '곧 떠날 놈이니 잘해주지 마라'며 따돌렸다는 조사 내용도 확인했다"고 말했다.
당직을 섰던 지난 3일에도 문제가 있었다고 했다. 이 일병이 몸이 아파 모 병장과 근무를 바꾸고 난 뒤 병장이 "저 ○○는 고마워할 줄도 모른다. 잠자지 말고 걸레 38개 빨아놔"하며 꾸짖었다는 조사 내용도 있다고 말했다.
유족측은 "중·고교 때 반장·부반장과 대학 홍보 도우미를 맡을 만큼 적극적인 성격인데다 태권도 3단의 남자다운 아이인데 변을 당했다"며 "평소 휴가 나와서도 '힘들다. 괴롭다'는 말을 자주 했다"고 주장했다.
작년 10월 입대한 그는 훈련소에서 특공부대에 차출돼 올 1월 자대에 배치됐고 부대 내에서 신병을 교육하는 조교로 근무해왔다. 유족은 그가 숨진 지 이틀 뒤인 9일 부대측과 합의해 장례를 치렀다.
부대측은 "8월 중순쯤 조사결과가 나올 예정이며 (가혹행위 등) 결과가 나오면 관련자들을 엄중하게 처벌할 방침"이라고 밝혔다.<조선닷컴 대구=최재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