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몸은 조국의 것…命 있을 때까지 살아남는다 / 국방일보 2011.07.25 김철환기자

 

지난 20일 공군사관학교 인근 강하훈련장. 지루한 장마가 끝나고 눈이 부실 정도로 파랗게 갠 하늘을 노랗게 수놓던 공사 3학년(61기) 사관생도들의 낙하산이 점점 커지면서 지상과 가까워졌다. 지면에 거의 다다른 생도가 긴장한 듯 다리를 바짝 모으고 무릎을 살짝 굽혀 올렸다. 곧이어 온몸으로 구르듯 착륙한 생도 주변으로 뽀얗게 먼지가 피어올랐다. 성공적인 착지였다. 가만히 있어도 굵은 땀방울이 송글송글 맺히는 한여름 더위를 강한 훈련과 뜨거운 열정으로 이기는 공사 3학년 생도들의 하계군사훈련 중 공중생환훈련 현장을 찾았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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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군사관학교 3학년(61기) 생도들이 지난 20일 공중강하훈련을 위해 HH-47 치누크 헬기에 오를 준비를 하고 있다.
“공수! DZ! 단결! 에어본! 파라웨이!”  이날 난생처음 700m 상공에서 뛰어내려 본 3학년 생도들이 구호를 외치며 집결 지점으로 속속 모여들었다. 이들의 표정에서는 자신감과 의기양양함이 배어 나오고 있었다.

 지난 4일부터 시작돼 22일 수료식을 끝으로 3주간의 대장정을 마친 공사 하계군사훈련 기간 동안 생도들은 학년별로 지상과 수중·해상·공중 등 각종 환경에서 생환훈련을 받았다.

특히 3학년 생도들은 여러 생환훈련 중에서도 가장 공군답다고 할 수 있는 공중생환훈련을 통해 공중 근무자로서의 기본소양을 갖추고, 자신감과 정신력을 키웠다.  공군8126부대에서 이뤄진 3주의 교육기간 동안 생도들은 단 두 번의 공중강하를 위해 지상에서 낙하와 착륙 동작, 낙하 조종법 등을 끊임없이 연마했다. 1주차에는 기본 강하법을 익히기 위해 공수체조와 장구·낙하 동작을 중심으로 숙달했고, 2주차에는 사람이 가장 공포심을 느낀다는 10m 막타워(Mock Tower) 훈련을 집중적으로 받았다.

실제 공중강하훈련은 거의 막바지인 20일과 21일에 각각 HH-47 치누크 헬기와 C-130 수송기를 이용해 진행됐다.

지상훈련 중 낙하산 접지동작(PLF : Parachute Landing Fall)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는 김대성 생도는 “PLF에 목숨이 걸려 있다고 생각하고 힘들어도 열심히 했다”며 “공중강하 날짜가 다가올수록 생도들 모두 PLF 연습에 대한 열의가 높아지는 것이 느껴졌다”고 말했다.  

착지 동작 숙달에 목숨 걸다

강하 당일. HH-47 치누크 헬기의 로터에서 발생한 바람이 먼지를 흩날리는 가운데 공중강하를 할 생도들이 비장하게 헬기를 향해 걸어갔다. 양수훈 생도는 이때 너무 긴장한 나머지 어떻게 헬기에 올랐는지 기억나지 않는다고 털어놨다. “앞서 탑승한 동기들의 뒷모습이 아주 늠름해 보였다는 것과 비장한 각오를 했다는 것만 생각난다”는 그는 “하지만 분명히 기억나는 것은 헬기 문이 열리고 뛰어내리기 직전 느낀 뭉클한 감동”이라고 전했다.

 이날 날씨는 쾌청했지만 바람이 거센 편이라 공중강하에 쉬운 여건은 아니었다. 낙하 지점(DZ : Drop Zone)에서 훈련을 통제한 8126부대 박진수 원사는 “간신히 훈련이 취소되지 않을 정도의 강한 바람이 불고 있다”며 “풍향과 풍속도 고도에 따라 들쭉날쭉하고 회오리바람이 불기도 하는 등 불안정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박 원사는 “실전이 닥치면 악조건 속에서 강하할 일이 얼마든지 생길 수 있다”며 “오늘 같은 환경 속에서도 훈련을 해 봐야 실제 어려운 상황도 극복할 능력을 얻게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의 어려움은 거센 바람뿐만이 아니었다. 훈련기간 내내 생도들을 괴롭혔던 폭우가 착지 예상지역 곳곳을 움푹움푹 파 놔 위험성을 더한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날 훈련은 성공적으로 진행됐다.  

강풍에도 성공적 공중강하

약 700m 상공의 헬기에서 6명이 이탈해 낙하산이 펴지는 것이 조그맣게 보였다. 점프한 생도들이 거센 바람 속에서도 안전한 착지를 위해 낙하산 방향을 조절하는 것이 눈에 띄었다. 지상에서는 방송을 통해 생도들이 서로 간의 충돌 없이 안전하게 착지할 수 있도록 방향 등을 끊임없이 지시해 주고 있었다. DZ에 정확히 착지한 생도부터 속속 집결지로 모여들었다.

 강하 후 집결지에 모여 있던 허환 생도는 “너무 높이 올라가니까 오히려 막타워보다 고공에 대한 공포감은 덜했지만, 뛰어내리자 땅이 쑥쑥 솟아 올라오는 느낌이 들어 정신이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점프한 직후 2~3초간 갑자기 정적만이 흐르는 것이 공중에 나만 존재하는 듯한 느낌이 들어 최고였다”는 소감을 밝혔다.

이번 하계군사훈련에서 공사61기 3학년 생도들은 쉽지 않은 여건 속에서도 부상자 한 명 없이 성공적으로 공중생환훈련을 마쳤다. 훈련을 주관한 이언희(중령) 8126부대장은 “긴장되는 생애 첫 강하였을 텐데 모든 생도들이 항공기 이탈부터 착지·집결에 이르는 모든 과정을 매끄럽게 잘해 냈다”며 “3주간의 강도 높은 훈련을 통해 향후 공중 근무자로서 갖춰야 할 기본 자질뿐만 아니라 자긍심과 강한 정신력까지 얻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공군사관학교 하계군사훈련은? 
공군사관학교의 하계군사훈련은 생도들이 군인으로서 갖춰야 할 지식과 능력을 습득하는 것과 더불어 공중 근무자에게 요구되는 하늘과 땅, 바다에서의 생존 능력을 배양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다. 1학년 생도들은 행글라이딩과 패러글라이딩으로 비행 적성을 함양하고, 2박 3일간 주야간으로 진행되는 지상생환훈련을 통해 인내심과 극기력, 유사시 작전지속 능력을 갖춘다. 또한 수중생환훈련장에서 기본적인 수영법과 수상에서의 생환 방법도 배운다. 2학년 생도들은 유격훈련으로 체력을 증진하고 해양훈련장에서 해양 생리의 이해와 바다에서의 적응·생환 능력을 향상시킨다. 3학년 생도들은 공중강하를 중심으로 공중생환능력을 배양하고, 4학년 생도들은 각종 군사훈련에서 후배 학년을 직접 지휘·통솔하며 초급장교의 자질을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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