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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현대 전쟁에서 지휘통제의 효과적 수단인 정보 통신기술의 발달은 전자 지휘통제 네트워크로 수천 ㎞ 떨어진 병력의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다. 시공(時空)을 초월해 전장상황을 공유하게 됨으로써 원거리 타격을 통해 적을 무력화할 수 있는 막강한 힘을 발휘하게 된 것이다.

 최근 미국이 9·11 테러 주모자 오사마 빈 라덴을 파키스탄에서 사살하는 군사작전을 백악관 상황실에서 시청한 것이나, 우리 해군이 소말리아 해역에서 해적에게 나포된 삼호주얼리호 선원을 구출하는 ‘아덴만 여명작전’을 합참 상황실에서 공유할 수 있었던 것도 정보통신 기술의 발전 때문이다.

사이버 공간은 `제5의 전장'

 전자통신 네트워크는 단순히 병력의 움직임뿐만 아니라 무인항공기(UAV)나 위성통신을 이용해 전장을 통제하는 단계까지 기술이 진화했다. 사이버 공간을 이용한 정보화시대의 새로운 전쟁이 ‘사이버전쟁’인 것이다. 그래서 유엔은 향후 제3차 세계대전이 벌어질 경우 이 전쟁은 사이버전이 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고, 미국도 2010년 국방검토보고서(QDR)에서 사이버 공간을 지상·해상·공중·우주에 이어 ‘제5의 전장’으로 분류했다.

 현대전에 있어서 정보통신 기술을 이용한 전쟁을 의미하는 용어는 정보전과 전자전, 사이버전, 해커전, 네트워크 중심전, 디지털 네트워크전, 소프트전, 정보작전, 정보·사이버전, 전자정보전, 전자·사이버전 등 다양한 용어로 사용되고 있다.

 정보기술 전쟁을 총괄하는 의미에서의 정보전 개념 정립은 미국의 리비키(Martin Libiki)의 이론이 유명하다. 리비키는 정보전을 그 특성과 목적별로 상세히 구분해 다음과 같이 7가지로 분류했다. ①지휘통제전(Command and Control Warfare)과 ②첩보전(Intelligence Warfare) ③전자전(Electronic Warfare) ④심리전(Psychological Warfare) ⑤ 해커전(Hacker Warfare) ⑥ 경제정보전(Economic Information Warfare), 그리고 ⑦사이버전(Cyber Warfare)으로 구분해 개념을 제시했다.

 리비키가 언급한 정보전 7대 분류 중 ①에서 ④까지는 광의적 의미에서 정보전 범주에 속한다. ⑤부터 ⑦까지의 3대 요소는 인터넷과 컴퓨터 네트워크가 발전한 이후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정보전 중 사이버전에 속하는 개념이다. 본격적인 사이버전쟁을 의미하는 전자전과 평시에도 빈발하는 사이버 테러에 모두 해당되나, 2가지 개념을 엄격히 구분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고 한다.

 리비키의 분류에 의거해 언급한 사이버전의 요소 이외에도 사이버전은 ‘사이버 공간에서의 전쟁’을 지칭하는 몇 가지 특별한 개념이 존재한다. ‘정보테러리즘’과 ‘시멘틱 공격(semantic attack)’ 그리고 ‘깁슨전(Gibson warfare)’ 등이 대표적이다. 정보테러리즘은 중국의 인육사냥이나 인터넷 인민재판으로 불리는 우리나라의 악의적인 개인 정보공개 사례가 여기에 포함된다. 시멘틱 공격은 피공격자 입장에서 봤을 때 시스템이 정상 작동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는 다른 결과가 나타나도록 만드는 것이다. 깁슨전은 우리나라에서 광우병 촛불시위 당시 일부 시위 주도자들이 여론조작과 선동을 위해 감행했던 사이버투쟁이 이 분류에 해당된다.

 전산망 마비·각종 정보 탈취

사이버전은 한마디로 컴퓨터 소프트웨어적 방법으로 적의 전산망을 마비시키거나 각종 정보를 탈취하는 전쟁기술이다. 사이버무기는 범세계적으로 연결된 통신망에서 운용되므로 실시간으로 작동되고, 가상 공간에서 원거리 공격이 가능하기 때문에 공격하는 측의 위험을 극소화하면서 공격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더욱이 사이버 공격은 비대면성과 익명성으로 공격 감지나 공격자 식별이 곤란하고 특정 대상이나 시간에 제한받지 않으며, 전·평시를 막론하고 공격이 가능하기 때문에 북한처럼 은밀하게 대남 혁명을 수행하는 집단에게는 최상의 무기인 셈이다.

 따라서 북한의 사이버전은 북한이 전쟁 또는 전쟁에 준하는 의도를 갖고 정보통신망이나 기반 시설에 불법 침입해 교란 또는 마비·파괴시키거나, 정보를 절취·훼손해 자신들에게 유리한 상황을 조성하고자 하는 일체의 전자적 공격행위라고 규정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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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3월 4일 북한 해주·개성 지역 군부대에서 GPS 교란전파가
발사된 것을 보여주는 그래픽. 연합뉴스

 

 북한이 차후에 재래전과 함께 자행할 것으로 예상되는 전쟁은 전자전과 사이버 공작이 대표적이다. 전자전은 위성위치정보시스템(GPS) 교란이나 전자기 펄스(EMP) 폭탄이 주로 이용된다. 사이버 공작은 사이버 심리전과 정보수집, 사이버 통일전선 구축, 사이버 테러와 사이버 간첩교신 등 다양하다.

 북한군의 대표적인 사이버전 공격 수단으로는 러시아로부터 도입해 성능을 개량한 ‘GPS 재머(Jammer)'와 현재 개발 중인 ‘전자기 펄스’(EMP:Electronic-Magnetic Pulse) 폭탄 등이 있다. 이 가운데 개량형 GPS 재머는 북한군이 가장 많이 활용하는 무기다.

GPS 재머·EMP탄이 대표적

 2010년 8월 서해 일대에서 항공기와 선박의 GPS가 매일 1∼2시간씩 간헐적으로 수신되지 않는 현상이 나타났다. 당시에는 원인 불명이었으나 전파 장애가 북한군의 전자전 공격에 의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실제로 러시아가 개발한 GPS 재머라는 배낭 크기의 GPS 전파 방해 장비가 2003년 이라크전 때 미군의 첨단 유도 미사일을 교란시켜 작전에 차질을 빚은 적도 있다. 북한은 오래전 러시아로부터 이 장비를 도입한 뒤 개량형을 만들어 중동 지역 등에 수출도 추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11년 3월 4일 수도권 서북부 일부 지역에서 발생한 GPS 수신 장애 현상도 북한 지역에서 발사한 GPS 교란전파 때문이었다. 북한이 전파를 교란한 오후 4시쯤부터 한동안 GPS를 활용한 휴대전화 시계가 맞지 않거나 통화 품질이 저하되는 현상이 일어났다. 이 교란전파 발신지는 군사분계선(MDL)과 인접한 해주와 개성 지역의 군부대로 알려졌다. 교란전파가 5~10분 간격으로 간헐적 발사된 것으로 미뤄 북한이 해외에서 도입한 GPS 전파교란 장비를 시험한 것으로 추정된다.

해주·개성 지역이 발신지

 북한은 현재 평양~원산 축선 이남에 전자전 수행을 전담하는 기지 수십 곳을 운용 중이고, 50~100㎞ 범위 내에서 GPS 전파교란을 할 수 있는 차량 탑재 재밍 장비를 러시아로부터 도입해 군사분계선(MDL) 인근 지역에 배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다 한국의 전파탐지가 가능한 중서부 지역과 평양 인근에 전자정보 수집 기지와 전파방해 기지를 설치해 운영하는 등 전자전 능력을 지속적으로 향상시키고 있다. 최근에는 한반도 전역에 해당하는 400㎞ 이내 GPS 수신기의 사용을 방해할 수 있는 신형 24W급 교란장비를 러시아에서 도입했다는 첩보도 있다.

GPS 재머는 전파 수신을 방해할 뿐만 아니라 가짜 신호를 보내 선박이나 항공기가 위치를 잘못 인지하게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북한은 전자기파로 컴퓨터와 통신장비를 마비시키는 EMP 폭탄도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개발 중인 EMP 폭탄은 컴퓨터와 전자·통신기술에 크게 의존하는 첨단 전술지휘통제(C4ISR) 체계와 정밀유도무기, 산업능력의 핵심인 전력(電力) 기능을 일순간에 무력화시킬 수 있다.

 EMP폭탄은 적 항공기와 미사일 공격에 대한 방어는 물론 적의 정치·경제·군사적 핵심시설을 마비·교란하는 공세적 목적에도 사용할 수 있다. 이런 위력 때문에 북한은 EMP 무기에 상당한 매력을 느끼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이버戰 대비책 서둘러야

 2008년 미 하원 EMP 소위원회는 “북한이 EMP탄을 개발해 미국을 위협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북한이 러시아·파키스탄·중국 과학자들과 함께 북한에서 EMP 무기를 연구하고 있으며, 이미 상당한 수준의 EMP 기술과 관련 무기를 보유했거나 몇 년 안에 무기개발을 완료할 것으로 전망했다. 2009년 6월 북한의 EMP 폭탄 개발은 상당히 진행됐으며, 이를 이용한 공격 가능성도 있다는 언론보도도 있었다. 북한에 의한 사이버전쟁이 가상의 상황이 아닌 현실로 나타날 수 있는 것이다.

 북한의 전반적인 인터넷 인프라가 상당히 낮은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북한군의 사이버 공격 능력을 과소평가할 수 없는 이유다. 북한의 사이버 전쟁에 대한 대비책을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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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사이버 테러와 정보전 관련 조직도. 연합뉴스

 

 북한의 사이버 공작은 사이버 심리전과 통일전선 구축, 사이버 정보수집, 디도스(DDoS)와 스턱스넷 공격 등의 사이버 테러와 사이버 간첩교신 등 다양하다. 사이버 심리전은 북한이 해외에 서버를 둔 친북 인터넷 사이트망을 구축해 북한체제를 미화하고, 김일성·김정일 우상화 및 대남 심리전 공작에 적극 활용하는 것이다. 북한의 대남공작 부서인 통일전선부가 주도한다.

특히 이들 부서는 이른바 ‘댓글 팀’을 운용해 국내에 조작된 정보와 여론을 확산시켜 남남갈등을 부추기고 있다. 또 공개 게시판과 토론방 등에 고의로 정부기관이나 주요 인사에 관한 악성루머를 유포해 곤경에 빠뜨리기도 한다.

대남공작 부서인 통일전선부가 주도

 사이버 통일전선 구축은 북한이 사이버 공간을 이용해 광범위한 통일전선 구축공작을 강화하는 것이다. 북한이 구사하는 통일전선전술의 핵심은 ‘우리 민족끼리와 민족공조’다. 북한은 ‘민족’을 내세워 국내에 친북반미(親北反美) 전선을 구축하고, 이를 통해 주한미군 철수나 친북세력 확산을 추구하고 있다.

 사이버 정보수집은 북한이 직접 대상자를 접촉하기보다 대남 공작부서 담당자가 평양이나 해외 거점의 데스크에 앉아 매일 매시각 한국의 주요 국가 기관망과 상용 포털망에 접속해 조직과 관련한 동향 자료들을 손쉽게 수집·탐지하는 것이다.

 디도스 공격이나 스턱스넷(Stuxnet:국가 주요 기반시설을 공격하는 컴퓨터 바이러스) 등 사이버 테러도 자행하고 있다. 북한은 2009년 ‘7·7 사이버대란’을 일으켰고, 올해 3월에도 국내 40여 개 공공망에 대한 디도스 공격을 자행한 바 있다. 특히 지난 4월에 발생한 농협 전산망에 대한 테러도 북한의 소행임이 밝혀졌다.

 한편으로 사이버 미사일로 불리는 스턱스넷의 개발 여부도 면밀히 주시하면서 대응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지금까지 국내에서 스턱스넷이 1만 건 가까이 발견됐으며, 스턱스넷에 감염된 PC도 1300대에 이르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안철수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7월부터 올해 4월까지 10개월 동안 국내에서 스턱스넷 웜의 감염 시도 건수가 9768건으로 집계됐다.

 만일 불순한 목적을 가진 세력이 스턱스넷을 개발해 국가 기간시설을 공격할 경우, 농협 전산망 마비사태와는 비교할 수 없는 대혼란이 일어날 것이다. 현재까지 스턱스넷의 공격방식을 포함해 언제, 누구에 의해, 어떤 경로를 통해 감염되는지조차 파악할 수 없는 것은 물론 대처방안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북한이 이를 개발해 군사적 공격용으로 사용하게 되면 혼란은 핵폭발보다 더 무서운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을 것이다.

 사이버 간첩교신은 국내에 직파된 간첩이나 고정 간첩들로부터 인터넷을 통해 간단하게 대북보고나 지령을 하달받는 것이다. 최근에는 사이버 드보크(Syber Debok)를 이용하거나 비밀 메시지를 이미지·오디오·비디오 또는 텍스트 등 커버라 불리는 다른 미디어에 숨겨서 전송하는 스테가노그라피(Staganography) 같은 첨단 수단도 활용하고 있다.

디도스·전산망 테러도 북한 소행

 사이버심리전 부대들이 해외에서 직접 개설·운영하고 있는 ‘우리 민족끼리’나 ‘조선인포뱅크’ 같은 십여 개의 공개적 사이트들 외에도 교묘한 수법으로 북한의 직영 사이트로 접속하게 만드는 비공개 심리전용 사이트들도 존재한다. 이들 친북 사이트에 무의식적으로 또는 호기심으로 접속하면 자연스럽게 친북 의식화될 소지가 농후하다. 특히 인터넷에서 ‘코리아’로 시작되는 인터넷 사이트는 대부분이 북한 관련 홈페이지다.

 북한이 사이버 전력증강을 시작한 게 벌써 20여 년이 됐다. 2000년까지는 정보전 전략의 기본적인 틀을 마련했고, 이라크전의 경험과 교훈에 기초해 이를 발전시켰다. 2002년 이후에는 북한 내 인트라넷에서 충분한 훈련과 경험을 축적하면서 끊임없이 새로운 해킹 수법과 도구를 개발하고 있다.

 북한이 이번에 구사한 디도스 공격이나 농협 전산망 해킹 등은 향후 북한이 자행할 높은 단계의 대형 사이버 테러의 예고편에 불과함을 잊지 말아야 한다.


<윤규식 육군종합행정학교 교수·정치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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