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신문 기획 한국군무기 48 M&M 최영진 군사전문기자 zerojin2@seoul.co.kr
2005년 7월 12일 해군 역사상 가장 커다란 군함인 ‘독도함’(LPH-6111)이 진수식을 갖고 바다에 첫발을 내디뎠다.
보통 군함이 만들어지는 모습은 공개되지 않지만 독도함은 길이 199m, 일반 건물 17층 높이와 맞먹는 거대한 크기 덕분에 건조되는 모습을 숨길 수가 없었다. 결국 독도함은 수많은 시선과 집중적인 관심 속에 착실히 건조됐다.
진수된 지 2년여가 지난 2007년 7월 3일 독도함은 취역식을 갖고 정식으로 해군소속이 됐다.
이날은 변변찮은 군함 없이 창설된 해군이 1950년 4월 최초의 군함인 450t급 소형 초계함 ‘백두산함’(PC-701)을 도입한 지 57년 만에 아시아 최대의 군함을 보유하게 된 날이었다.
◆ 항공모함? 상륙함?
독도함이 공개됐을 때 일부 언론은 해군이 ‘경항모’를 도입했다고 오보를 내기도 했다. 이는 길이 199m, 폭 31m에 달하는 독도함의 널찍한 비행갑판 덕분이었다.
실제로 독도함은 비행갑판 외에도 우측에 치우쳐 있는 아일랜드(함교 구조물)와 선체 내부의 격납고와 연결된 엘리베이터 등 경항모의 특징을 그대로 갖고 있다. 하지만 독도함은 경항모가 아닌 ‘강습상륙함’이다. 이와 같은 형태를 전통갑판(全通甲板)형 군함이라 한다.
경항모는 수직이착륙이 가능한 항공기를 운용하는 군함을 말하지만, 강습상륙함은 해안에서 멀리 떨어진 바다 위에서 헬기와 소형 상륙정을 이용해 병력과 장비를 상륙시키는 군함을 말한다. 또 공격헬기를 이용해 화력지원을 펼칠 수도 있다.
물론 미 해군이 보유한 4만 t이 넘는 강습상륙함들은 각종 헬기와 함께 수직이착륙 전투기인 ‘AV-8B 헤리어II’(Harrier II)를 운용하기도 한다.
해군에선 독도함을 ‘대형 수송함’이라는 모호한 명칭으로 부르기도 하지만 함번에 포함된 ‘LPH’자체가 ‘랜딩 플랫폼 헬리콥터’(Landing Platform Helicopter)의 약자로 강습상륙함을 뜻한다.
하지만 다양한 상륙함을 보유한 미 해군의 분류를 따르면 독도함은 ‘LHD’(Landing Helicopter Dock)에 속한다. 독도함은 함미에 웰도크(Well Dock)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웰도크는 물이 차오르는 갑판으로, 소형 상륙정이나 상륙돌격장갑차를 발진시키게 된다. 평소에는 램프가 닫혀있지만 상륙정을 내보낼 땐 램프를 열고 배를 살짝 가라앉혀 물을 채우게 된다.
독도함은 이곳에 ‘솔개 II’(LSF) 2대를 탑재할 수 있다. 솔개 II는 최고 속도가 40노트(약 75㎞/h) 이상인 공기부양식 고속 상륙정으로 한번에 최대 55t의 화물을 운반할 수 있다.
헬기는 비행갑판과 웰도크 앞쪽의 격납고에 탑재되며 대형 엘리베이터 2대가 설치돼 헬기와 병력, 장비를 옮길 수 있다.
◆ 함명을 둘러싼 논란
독도함은 해군 최초의 전통갑판형 군함이며 최초의 강습상륙함이자 최대의 군함으로 건조됐다. 공기부양식 고속상륙정을 탑재하는 것도 최초였다. 당연히 그에 걸맞은 함명이 지어질 것으로 예상됐으나 의외로 ‘독도’를 함명으로 사용했다.
그동안 해군은 상륙함의 이름으로 운봉, 위봉, 고준봉, 비로봉 등 주로 산봉우리 이름을 써왔기 때문에 독도는 의외의 선택으로 받아들여졌다.
해군은 이에 대해 “독도에 대한 국민들의 사랑과 해양수호정신의 고취하자는 취지에서 명명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후속함의 이름도 ‘마라도’와 ‘백령도’로 발표했으나 건조 계획이 취소되면서 이 이름들은 쓰이지 못했다.
하지만 우리나라가 독도를 군함의 함명으로 정하자 일본 측이 거세게 반발했다.
당시 호소다 히로유키 관방장관은 “내 이해를 넘어서는 일”이라며 비난했고, 외무성도 “독도 문제와 관련해 서로를 자극하는 일을 자제하기로 했고 이런 이름을 붙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일본의 입장을 전했음에도 사태가 이렇게 된 것은 매우 유감”이라고 강하게 항의했다.
산케이 신문은 독도함의 함명이 노무현 정권의 대일(對日) 강경자세를 반영한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일본의 이 같은 반발에 대해 당시 외교통상부는 “일본 정부의 문제 제기를 우리 영토주권에 대한 심대한 침해행위로 본다.”면서 “우리 정부는 독도에 대한 일본의 어떠한 부당한 주장도 단호하게 대처할 것”이라며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 능력발휘 못하는 독도함
헬기를 이용한 병력과 장비의 신속한 수송은 독도함의 핵심 임무다. 이를 위해 넓은 비행갑판이 있고 최대 7대의 헬기를 탑재할 수 있도록 격납고까지 갖추고 있다.
하지만 취역한지 3년이 다 되도록 독도함의 갑판은 비어 있다. 해군에는 상륙작전에 투입할 수 있는 헬기가 없기 때문이다. 전시에 독도함을 이용해 상륙작전을 펼쳐야 할 해병대 역시 별도의 헬기부대를 갖고 있지 않으며 헬기를 이용한 작전을 펼칠 때는 육군의 협조를 받고 있다.
상륙작전에 투입되는 헬기는 바다 위에서 장시간 운용이 가능하도록 기본적으로 방염처리를 해야 한다. 헬기같은 정밀기계는 소금기에 취약하기 때문이다.
또 야간이나 악천후에 지형지물이 없는 바다 위에서 정확히 배를 찾아올 수 있도록 전파지시계(TACAN)가 필수적으로 장착되며, 해상에 추락했을 때 기체를 물 위에 띄워 주는 부유장치(Float)도 달린다.
무엇보다 좁은 격납고에 들어가기 위해 기체의 일부나 로터가 접히도록 설계된다.
하지만 해군에서 이 같은 헬기는 대잠탐색용 ‘링스’(Lynx) 밖에 없다.
어쩔 수 없이 해군이 보유한 ‘UH-60P 블랙호크’(Black Hawk)헬기나 ‘UH-1H 휴이’(Huey) 헬기를 이용하고는 있으나 이들은 육상용이다.
이 헬기들은 방염처리는 되어 있지만 기본적인 구조는 육군의 것과 동일한 탓에 로터가 접히지 않아 격납고에 들어가지 않는다. 메인 로터가 한 쌍뿐인 UH-1H 헬기는 격납고에 들어갈 수 있으나 이 헬기는 퇴역이 예정된 노후 헬기다.
현재 독도함에 탑재할 강습헬기 도입사업은 추진되고 있지 않으며, 다만 국산 기동헬기인 ‘수리온’의 해상형을 탑재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하지만 지난해 국감 당시 지적된 것처럼 수리온의 해상형은 2018년 이후에나 탑재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돼 이 계획대로라면 독도함은 앞으로도 상당기간 헬기 없는 강습상륙함으로 지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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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도함 제원
만재배수량 : 약 1만 8000t
길이 : 199m
폭 : 31m
레이더 : 장거리 대공레이더(SMART-L), 3차원 대공레이더(MW-08), 대함레이더(SPS-95K), 항법레이더(SPS-100K) 등
전자전 장비 : 다게 채프/플레어 발사기, 소나타 SLQ-200K
무장 : 30㎜ 골키퍼 CIWS 2문, 램 미사일 21연장 발사기 1문
엔진 : 디젤엔진 4기(CODAD)
수송능력 : 헬기 7대, 전차 6대, 상륙돌격장갑차 7대, 트럭 10대, 야포 3문, 병력 700여 명
속도 : 최대 23노트
항속거리 : 약 18500㎞
승조원 : 약 330 여명
서울신문 M&M 최영진 군사전문기자 zerojin2@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