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신문기획 한국군 무기 49] 해병대와 함께 간다! 고준봉급 상륙함


한 때 해군의 구호는 ‘바다로, 세계로, 미래로’였다.

하지만 해군 소속의 어떤 군함은 여기에 한마디를 더 붙여 외치곤 했다.

‘바다로, 세계로, 미래로, 해병대 데리고’

해군에서 전해지는 우스갯 소리긴 하지만 여기에는 이 군함이 존재하는 이유가 그대로 드러난다. 이 군함은 전시에 적진의 후방에 해병대를 투입하기 위한 고준봉급 전차상륙함(LST)이기 때문이다.

고준봉급 상륙함이 상륙훈련을 할 때는 해병대와 함께 바다 위에서 생활하기 때문에 배 안에서 병사들 사이에 묘한 경쟁이 벌어지기도 한다. 해군과 해병대의 인연(?)때문이다.

해병대는 창설당시엔 육·해·공군 같이 독립된 군 조직이었지만 1973년에 해군에 편입되면서 해병대 사령부가 해체됐었다. 1987년에 해병대 사령부가 다시 창설되긴 했으나 편제상 여전히 해군 소속으로 남아있어 미묘한 감정의 차이가 존재한다.


◆ 최초의 국산 상륙함, 고준봉급 LST

고준봉급 상륙함은 우리나라가 최초로 건조한 대형 상륙함이다. 이전에는 미 해군이 사용하다 넘겨준 ‘운봉’(LST-671)급 상륙함이 주력으로 쓰였다.

운봉급 상륙함은 2차 세계대전 당시 노르망디 상륙작전에 쓰기 위해 1944년에 대량으로 건조했던 상륙함으로 우리나라는 모두 8척을 도입해 이 중 4척을 2000년대 중반까지 사용했다.

해군은 코리아 타코마(現 한진중공업)를 통해 1993년 6월 1번함인 ‘고준봉함’(LST-681)을 취역시키는 것을 시작으로 ‘비로봉함’(LST-682), ‘향로봉함’(LST-683), ‘성인봉함’(LST-685) 등 모두 4척을 건조했다. 코리아 타코마는 베네수엘라, 인도네시아, 태국 등에 비슷한 상륙함을 수출하기도 했다.

고준봉급 상륙함은 이전의 운봉급 상륙함과 달리 중형 헬기 1대가 뜨고 내릴 수 있는 비행갑판을 갖추고 있어 입체적인 작전 지원이 가능하며, 함수 램프 외에 함미에도 상륙돌격장갑차가 발진할 수 있는 램프가 있어 신속하게 병력을 투입할 수 있다.

또 소형 상륙단정(LCVP)도 4척이나 탑재하고 있어 직접 해안에 접안하지 않더라도 병력을 투입할 수도 있다.

수송능력은 약 1개 중대규모인 240여 명의 병력과 12대의 K-1 전차 혹은 14대의 KAAV-7A1 상륙돌격장갑차를 실어나를 수 있으며 함수에 장착된 노봉 40㎜쌍열포로 화력지원까지 할 수 있다.


◆ 해안까지 직접 실어나르는 LST

LST는 ‘Landing Ship Tank’의 약자로 전차상륙함 정도로 해석된다.

LST가 전차를 해안까지 실어나르는 방법은 간단하다.

병력과 장비를 실은 LST가 해안의 모래사장을 타고 올라간다. 이윽고 배가 멈추고 함수의 램프가 열리면 안에서 전투준비를 마치고 대기 중인 병사들과 전차가 쏟아져 나오게 된다.

LST의 장점은 많은 병력과 장비를 한꺼번에 실어나를 수 있다는 점이다.

해변에 직접 물자를 내려놓기 때문에 접안시설 같은 항만이 필요 없다는 점도 큰 장점이다. 이런 이유로 평시에는 대규모 접안시설이 없는 작은 섬이나 항구를 다니면서 물자와 인원 수송을 하게 된다.

실제로 고준봉급 상륙함은 항만시설이 없는 동티모르에 평화유지군을 파병할 때도 동원돼 능력을 인정받기도 했다.

하지만 전시에는 단점이 극대화된다.

LST는 내부에 많은 물자를 탑재하기 위해 선체의 형태가 전투함처럼 뾰족하지 않고 상선같이 움푹 파인 형태다. 속도와 기동성이 전투함에 비해 떨어진다는 뜻이다. 또 길이가 100m가 넘을 만큼 크기 때문에 방어하는 쪽에서 LST는 좋은 표적이 된다.

특히 해안포가 전부였던 2차 세계대전 때와 달리 지금은 정확하게 유도되는 대함 미사일이 널리 보급되어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면 해안까지 접근해야 병력을 상륙시킬 수 있는 LST는 생존성이 크게 떨어지게 된다.


이런 이유로 미 해군은 더 이상 LST를 사용하지 않는다. 대신 상륙함은 먼바다에 있고 헬기나 상륙돌격장갑차, 공기부양식 고속상륙정(LCAC)을 이용해 병력과 물자를 실어나르는 ‘초수평선 상륙작전’(Over The Horizon Amphibious Assault) 개념을 발전시켜왔다.

◆ 해군의 차기 상륙함

우리나라 해군 역시 현대전에서 LST의 생존성을 보장할 수 없음을 깨닫고 ‘차기상륙함’(LPX) 계획에 따라 2005년 ‘독도함’(LPH-6111)을 건조했다.

애초 독도함은 2척 이상 건조될 계획이었으나 예산상의 이유로 취소되고 그 대신 ‘차기 전차상륙함’(LST-II)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 계획에 따르면 해군은 2014~17년 사이에 4척의 4500t급 상륙함을 건조하게 된다. 사업의 명칭은 LST지만 공개된 자료상의 차기 전차상륙함은 ‘웰도크’(Well Dock)를 갖춘 ‘LPD’(Landing Platform Dock)의 형태를 띠고 있다.

웰도크는 물이 차오르는 갑판으로, 이곳에서 소형 상륙정을 발진시킬 수 있다. 상륙정을 발진시킬 땐 배를 살짝 가라앉혀 배 안에 물을 채우는 원리다.

상륙방식도 해안에 직접 접안하는 방식에서 탑재된 전차상륙단정(LCM)을 이용하는 방식으로 변경된다.


그러나 큰 비용을 들여서 개발한 공기부양식 고속상륙정인 솔개II(LSF-2)를 탑재할 수 없는 것으로 알려져 많은 비판을 받기도 했다.

LCM의 최고 속도는 20노트(약 37㎞/h) 안팎으로 50노트 이상으로 알려진 솔개II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해 생존성과 수송능력이 크게 뒤쳐지기 때문이다.


◆ 고준봉급 전차상륙함 제원

만재배수량 : 약 4300t
길이 : 112.5m
폭 : 15.3m
레이더 : 항법레이더(SPS-64) 등
전자전 장비 : 다게 채프/플레어 발사기, ESM
무장 : 40㎜ 노봉 기관포 1문, 20㎜ 씨-발칸 2문
엔진 : 디젤엔진 2기(CODAD)
수송능력 : 병력 240 여명, 전차 12대 혹은 상륙돌격장갑차 14대
속도 : 최대 16노트
항속거리 : 약 8300㎞
승조원 : 약 100여 명

서울신문 M&M 최영진 군사전문기자 zerojin2@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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