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악레펠 훈련 중인 생도. 아파트 10층 정도의 아찔한 높이지만 암벽을 박차고 뛰어내리는 생도의 모습에서는 전혀 두려움 |
기초장애물 훈련장에서 한 생도가 이를 악물며 25m 길이의 외줄 타기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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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오후 경북 군위의 육군3사관학교 화산 유격훈련장. 생도들이 빨간 모자를 눌러 쓴 교관의 구령에 맞춰 하강 자세를 잡느라 진땀을 흘리고 있다.
“양발은 11자 어깨 넓이로 벌립니다. 왼손 손등은 하늘 방향으로 쭉 펴고, 무릎도 완전히 폅니다. 준비 됐습니까? 준비됐으면 보고합니다!”
“보고, 31번 교육생, 하강 준비 끝!”
“하강” “하나 둘 셋! 하강!”
이날 훈련은 아파트 10층에서 15층 높이의 암벽인 R-1에서 R-7 코스에 맞춰 줄 하나에 의지한 채 이뤄지는 산악레펠 강하훈련이다. 왼손은 쭉 뻗고 오른 손은 허리 뒤로 한 자세로 줄에 매달려 버티기조차 쉽지 않다. 조교가 시범을 보일 때는 “줄 잡고 내려오는 건데 뭐, 저것 쯤이야…”했는데 직접 매달려 보니 장난이 아니다. 아래를 보니 아찔하다.
그래도 그동안 코스를 돌아다니며 몇 차례 연습한 탓인지 두려움 없이 뛰어내린다. 일부는 조교 못지않은 솜씨를 자랑한다. 오늘은 평가가 있기에 다른 때보다 진지하다.
다른 한편의 기초장애물 훈련장에서는 “유격 자신”을 외치는 고함소리가 쩌렁쩌렁하다. 이곳의 과정은 50m 길이의 두 줄·세 줄 타기와 25m 길이의 외줄 타기, 그리고 수직봉·수직줄 오르기. 안전망 아래에서는 훈육장교 이송식(34·학군39기) 대위를 비롯한 교관 요원들이 줄을 타는 생도들을 격려하고 요령을 숙지시키느라 정신 없다. 다들 목이 쉬었다. 끊임없이 반복되는 훈련에 생도들의 입에서는 단내가 난다. 군복은 땀범벅이 된 지 오래다.
이번 훈련에는 250여 명의 생도가 참가, 4개 조로 나눠 유격을 진행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 6일 40㎞의 행군을 통해 유격장에 도착했다. 유격훈련은 2주간 실시되며, 1주차에는 일반 유격훈련인 기초장애물 극복과 산악장애물 극복, 수상 담력 헬기레펠 과정을 거친다.
2주차는 종합유격 과정으로 진행된다. 생존, 침투·습격, 매복, 도피·탈출, 은거지 활동 등으로 진행되며, 이때는 은거지를 노출하거나 조교에게 은거지가 발각되면 가차없이 감점을 받는다. 말 그대로 사소한 비전술적 행동도 대충 넘어가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특히 이번 유격훈련에는 새롭게 개편된 교육체계에 따라 유격 자격증이 부여돼 훈련장을 더욱 뜨겁게 하고 있다. 반드시 취득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군문에 몸을 담은 이상 남들보다 뛰어난 체력은 필수이기에 이를 취득하기 위한 생도들의 노력은 치열하다. 기초 42개 과제 중 19개, 종합 23개 과제 중 10개 과제가 평가대상. 평가는 A+·A·B·C·D·E·F·불합격의 8개 단계로 구분되며 90% 이상의 과목에서 A 이상을 이수해야만 자격증이 주어진다. 즉, 기초 과제의 경우 17개 과제에서 A를 받아야 한다.
이미 지난달 25일부터 실시한 1제대에서는 현재 30여 명 이상이 자격증을 취득한 것으로 잠정 분석된 상태다. 현장에서 생도들의 유격훈련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유격대장 홍준엽(37·학사29기) 소령은 “생도들 전부가 유격 자격증 취득에 도전할 정도로 열의가 높다”며 “이번 2제대에서도 1제대와 같은 비슷한 인원이 배출, 총 60여 명 이상이 유격 자격증을 획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서창식 생도 연대장은 “이번 하계군사훈련은 생도들의 야전성 강화를 목적으로 체력과 정신력을 갖춘 생도들만이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더 강하게, 더 혹독하게 준비했다”면서 “생도들은 극한상황을 극복해 나가는 과정을 통해 나를 이기는 극기의 정신과 함께 어떠한 난관도 헤쳐 나갈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4학년 생도들은 지난 1일부터 19일까지 3주간에 걸쳐 공수 731기로 공수훈련을 받고 있다. 이번 공수훈련 중 자격 강하에는 문경훈 생도의 부친인 문석준 중령(계룡대 근지단 감찰실장)과 박철호 생도의 부친인 박성 원사(1공수여단 행정보급관)가 동반 강하했다. <이주형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