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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준  준장
해군인천해역방어사령관

 

인사가 곧 만사다. 2012년 중령 진급 선발위원회 위원장으로 임명됐다는 소식을 듣고 나는 개인적으로는 대단한 영광이지만 동시에 막중한 책임감과 부담감을 느꼈다.

 선발위원 소집 직후 위원장을 비롯한 심사위원 모두가 기수·학연·지연 등 사심을 버리고 공명정대하게 심사를 할 것임을 서약하고 숨이 막힐 듯한 긴장감 속으로 빠져들어 심사를 시작했다.

 심사위원들은 미래 해군을 책임질 중견간부를 선발함에 도덕적 품성과 업무수행능력, 잠재역량, 군인적 자질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전투적 사고를 견지한 군사전문가를 선발하는 데 그 어느 때보다 심혈을 기울였다.

 특히 항상 전장에서의 승리만을 생각하고 준비하는 전투부대 근무자, 수차례 진급에 비선됐음에도 불구하고 오직 군에 충성하고 국가를 생각하며 성실히 근무하는 진급 적기 경과자, 무공수훈 및 해외 파병 등 해군 위상제고에 기여한 자를 우선으로 배려해 심사했다.

 이번 심사에서도 2003년부터 도입된 전산화된 진급관리업무체계가 큰 역할을 했다. 모든 인사기록을 계량화하고 전산 입력해 쉽게 서열을 확인할 수 있었으며, 과거의 모든 근무평정 결과와 내용을 클릭 한 번으로 조회할 수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서로 비교 대상이 되는 대상자들은 한 화면에 모든 자료를 비교해서 전시해 줘 심사가 편리하고 쉬웠다. 이러한 전산화된 시스템은 공정하고 객관적인 진급심사에 도움을 줄 뿐만 아니라 심사에 걸리는 시간을 단축해 보다 다양한 각도에서 인재를 검증할 기회를 부여하기도 했다.

 계량화된 서열과 전산체계의 지원이 있었지만 우리는 실상 매일 밤을 새우다시피 했다. 이는 유능하고 훌륭한 장교를 선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해진 공석 때문에 탁월한 자력을 가졌음에도 선발에서 제외해야 하는 정말 가슴 아프고 힘든 결단을 내려야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힘든 과정에서도 우리 위원들은 해군에서 그동안 채택해 오던 4심제가 매우 효과적이며 신뢰할 수 있는 시스템이라는 점을 확신할 수 있었다.

 이번 심사에서 1차 진급심사 대상 기수인 해군사관학교 49기의 경우 3개 추천위원회에서 동시 또는 부분 추천한 대상자가 10명 중 9명으로 같은 결과를 나타냈다.

 이는 밤낮 없는 심사에도 심사위원 간에 기수·학연·지연에 얽매이지 않고 객관적인 자료와 합리적인 토론을 통해 모든 위원이 그 결과에 동의했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우리 심사위원 모두는 이번 진급심사를 진행하면서 대다수의 대상자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군인으로서의 사명감과 명예심으로 최선을 다해 근무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면서 우리 해군의 밝은 미래를 기대할 수 있었다. 그러나 공석의 제한 때문에 훌륭한 인재임에도 선발하지 못한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이번 심사에서 비선된 자에게는 위로를, 선발된 자에게는 축하를 드리며, 모두가 변함없는 모습으로 해군의 구성원으로서 국가와 군을 위해 헌신·봉사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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