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연합 훈련, 북-중 코앞에서 미 7함대의 무시무시한 첨단무기 과시…
한반도에서 ‘신냉전’은 시작되는가

글 안수찬 기자 ahn@hani.co.kr· 김보협 기자 bhkim@hani.co.kr 사진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지구는 모두 6개의 구역으로 나뉜다. 구역 간 경계를 이루는 6개의 실선은 가로와 세로로 지구의 바다와 대지와 창공을 갈라놓는다. 선과 면은 때로 위치를 바꾸는데, 순전히 그 주인 마음이다. 원래 5개 구역이었는데, 2008년 이후 남아메리카를 둘러치는 새로운 구역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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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21일 한-미 동해 연합훈련에 참가하기 위해 부산 해군작전사령부에 입항한 미 7함대 소속 항공모함 조지워싱턴

 

6등분한 세계의 바다, 11개 항모가 지배

선을 그어 면을 창조하고 이를 지배하는 주인은 미 해군이다. 미 해군은 서대서양(2함대), 동대서양(6함대), 동태평양(3함대), 서태평양(7함대), 중동(5함대), 남아메리카(4함대) 등을 토막내 각 함대에 나눠줬다(1함대는 1973년 3함대에 통합됐다). 바다만 지배하는 것은 아니다. 바다는 목줄이다. 해상력의 우세는 공중전·지상전의 압도로 이어진다. 세계의 바다를 나눠 맡은 미 해군은 창공을 장악하고 대지를 점령한다. 따라서 지구는 미 해군 6개 함대가 지배하는 구역의 총합이다. 미 해군은 2009년 1월 2차 세계대전 이후 해체했던 10함대를 재창설해 사이버전을 맡겼다. 이로써 미 해군은 현실공간은 물론 가상공간까지 장악했다.

그들이 지배하는 지구에는 11개의 점도 있다. 남극점·북극점은 낭만적 모험가에게나 쓸모 있다. 현대 인류의 목줄을 죄는 11개의 점은 미국 동부 해안에 6개, 서부 해안에 4개, 그리고 일본 동부 해안에 1개가 있다. 크게 보아 태평양 방면에 5개, 대서양 방면에 6개를 배치했다. 매일 제 구역을 돌며 으르렁대는 맹수처럼 11개의 점은 선과 면을 넘어 변화무쌍하게 움직인다. 지배자가 누구인지 세계인에게 환기한다. 푸른빛의 레이더 화면에서 그것은 점으로 자신을 표현하지만, 검은 눈동자를 들어 바라보면 거대한 섬이다. 11척의 항공모함은 인류 역사상 가장 거대하고 강력한 군함이다.

1972년 미국 버지니아주 뉴포트뉴스 조선소에서 ‘니미츠’호가 탄생한 이후 2009년까지 모두 10척의 ‘니미츠급’ 항모가 만들어졌다. 6200~6500명의 승무원이 올라탄 이들 항모는 만재배수량 9만~10만t 규모고, 높이는 24층 건물에 해당하는 74m다. 갑판 길이는 360m, 갑판 폭은 78m로 21개의 축구장이 들어갈 수 있다. 니미츠는 2차 세계대전 당시 태평양 함대 사령관의 이름이다. 나머지 9척은 미국 역대 대통령 또는 상원의원의 이름을 붙였다. 미국의 대통령·정치인·장군은 죽어서도 세계를 지배한다. ‘키티호크급’ 항모인 엔터프라이즈호는 다른 10척보다 규모는 작지만, 세계 최초의 원자력 추진항모의 표상으로 지금도 실전 배치돼 있다. 2015년에는 니미츠급을 능가하는 ‘제럴드포드급’ 항모가 새로 등장할 예정이다.  

 

함정·잠수함 20여 척, 전투기 200여 대 참여

다른 어느 나라도 이런 항모를 갖고 있지 않다. 옛 소련 시절 만들어진 러시아 최대 항모 ‘쿠즈네초프’는 니미츠급과 비교해 배수량은 3분의 2, 승무원은 절반 수준에 그친다. 그나마 러시아는 이 항모를 하나만 갖고 있다. 중국은 미완성작으로 남겨진 쿠즈네초프급 항모 ‘바리야그’를 수입해 개조하고 있다. 완성한다 해도 제 앞가림도 미처 못할 딱 한 척의 항모만 보유하게 될 것이다.

지구를 구획한 선과 면은 미 해군 임의의 것이지만, 11개의 점은 국제 해양법에 규정된 권리를 갖는다. ‘유엔 해양법 협약’에 따르면, 군함은 “세계 어디를 가든 국가를 대표하는 ‘떠다니는 영토’”로서 “타국의 사법권에 복종하지 않는 면책특권”을 갖고 있고, “이에 대한 간섭 행위는 전쟁 행위로 간주”된다. 논리적으로는 모든 나라의 전투함이 같은 권리를 갖지만, 현실에서 이를 만끽하는 것은 미 해군뿐이다. 다른 나라는 먼 바다에 ‘떠다니는 영토’를 보낼 능력이 없다.

머리카락을 뽑아 수백~수천의 분신을 만드는 손오공처럼 11척의 항공모함은 수많은 전투함·전투기·상륙함·전투부대로 제 몸을 나눈다. 혼자 다니지 않고 언제나 ‘항모 타격전단’(CSG·Carrier Strike Group)을 구성한다. 항모 한 척에는 탑재기 80여 대가 있다. 이 하나만으로 어지간한 나라의 공군력을 능가한다. 2008년 현재 쿠웨이트가 보유한 공군 비행기는 전투기·지원기·연습기 등을 모두 포함해 98대다. 또 항모에는 이지스 순양함 1척, 이지스 구축함 2척, 공격형 원자력 잠수함 1척, 군수지원함 1척 등이 ‘기본 단위’를 이뤄 따라붙는다. 항모와 전투기를 엄호하는 동시에 독자적으로 작전에 임한다. 상황에 따라 더 많은 순양함·구축함·잠수함을 배치할 수 있다. 미 항공모함 타격전단은 접고 펼치는 신묘한 재주를 부린다. 점·선·면으로 구성된 미 해군의 기하학적 세계 전략은 현실의 바다에서 생물학적인 충격과 공포로 변모한다.

한국인들도 이를 체험할 수 있게 됐다. 7월25~28일 동해에서 한-미 연합 해상·공중 훈련이 펼쳐진다. 훈련명은 ‘불굴의 의지’. 누가 뭐래도 세계를 기어이 지배하려는 미 해군의 6개 함대 중 하나인 제7함대가 참여한다. 이번 훈련의 핵심은 7함대의 주력을 북한 코앞에서 펼쳐 보이는 데 있다. 한-미 육·해·공·해병 8천여 명과 20여 척의 함정·잠수함, 그리고 일본에서 날아오는 F22 랩터를 비롯한 200여 대의 전투기가 동원된다.

그러나 세계 최강이라는 미 공군의 F22는 이번 훈련에 오직 4대만 참여한다. 규모 면에서는 보병 등 20만 명이 동원됐던 과거의 ‘팀스피릿’ 훈련보다 훨씬 작다. 이번 훈련의 진정한 의미는 육군 또는 공군이 아니라 미 해군 7함대의 핵심 전력이 직접 한반도 주변 작전에 참여하는 데 있다. 해상 전력을 중심으로 북한은 물론 중국을 ‘초기에 제압하겠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것이다.

이지스함, 모든 미사일·비행기 요격

7함대는 미 본토를 떠나 전진 배치된 함대 가운데 가장 크다. 7함대 휘하 병력만 해도 50~60척의 전투함, 350여 대의 전투기, 6만여 명의 해군 및 해병대 요원을 아우른다. 7함대는 세 가지 공식 임무를 맡고 있다. △관할지역 합동군사작전 지휘 △관할지역 미 해군 병력 지휘 △한반도 방어다. 7함대는 일본 요코스카 기지 외에도 일본 사세보 기지, 미국령 괌 기지를 함께 사용한다. 요코스카 기지엔 11척의 항모 중 하나인 ‘조지워싱턴’호를 비롯해 항모 타격전단을 구성하는 순양함·구축함이 주둔한다. 사세보 기지엔 그 뒤를 이어 상륙작전을 펼칠 상륙함들이 주로 배치돼 있고, 괌 기지엔 원거리에서 정밀 표적 타격이 가능한 원자력 잠수함 3척이 대기하고 있다.

» 미 해군의 항모 전단은 웬만한 국가의 군사력과 맞먹는다. 7월21일 조지워싱턴호 데이비드 라우스먼 함장이 기자들에게 항공모함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불굴의 의지’ 훈련에는 이들 7함대의 핵심 전력이 총동원된다. 조지워싱턴은 물론 매캠벨·존매케인·라센 등 이지스 구축함 3척과 원자력 잠수함 1~2척(어느 잠수함이 참여하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이 동해에 등장한다.

그 위용의 서막은 ‘이지스’(AEGIS)가 연다. 항모를 호위하는 이지스 순양함은 450km 이상 떨어진 목표물 1천 개를 동시에 탐지해, SM2 미사일로 20여 개의 목표물을 동시에 원거리 요격한다(순양함은 이번 훈련에는 참가하지 않는다). 이지스 구축함의 탐지 능력도 이에 못지않다. 400km 밖의 목표물 1천 개를 동시에 탐지·추적해 12~15개의 목표물과 동시 교전할 수 있다. 구축함은 육상 타격 능력도 갖추고 있어, 사정거리 900km의 함정용 토마호크 미사일까지 쏘아보낸다.

모든 일은 디지털의 속도로 순식간에 이뤄진다. ‘페이즈드 어레이 레이더’(SPY-1)는 전자적 탐색으로 목표를 포착한다. 수집된 데이터는 지휘결정·무기관제 시스템에서 종합 처리된다. 1천 개의 표적 가운데 먼저 요격할 수십 개의 표적을 골라 함포·미사일·어뢰를 발사시킨다. 모든 과정은 인간이 판단하기 전에 이지스가 먼저 실천한다.

한반도의 폭은 200~300km이므로, 행여 조지워싱턴호를 노리는 북한의 미사일·비행기가 있어도 대지를 떠나자마자 이지스 시스템에 의해 모두 요격당할 것이다. 오히려 구축함에서 날아드는 순항미사일이 주요 시설을 깡그리 쓸어버리는 것을 북한군은 지켜만 봐야 할 것이다. 그들은 정말이지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이제 조지워싱턴호에 탑재된 전투기의 시간이다. 전투기는 대형 엘리베이터를 타고 격납고에서 갑판으로 옮겨진다. 전자전(電子戰) 전투기인 EA-6B 프라울러가 먼저 이륙한다. 프라울러는 상대의 전파 탐지를 무력화한다. 1986년 미군이 리비아를 공습했을 때, 리비아군은 무엇이 제 머리 위로 날아오고 있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 미국의 전자전기가 방공 레이더를 무력화한 것이다. 리비아의 국가원수 카다피를 살린 것은 군사력이 아니라 천운이었다. 프라울러가 뜨면 북한 역시 마찬가지 신세가 될 것이다. 천운에 기대어 목숨을 구해야 할 것이다. 이번 훈련 때는 조지워싱턴호의 등장이 ‘공표’됐지만, 진짜 전쟁이 일어나면 이 항모는 아무 소리 없이 동해에 들어올 것이고, 프라울러는 들어온 자취를 모두 숨길 것이다.

동해에서 중국 본토까지 노릴 수 있는 토마호크

일단 상대의 눈을 가리고 나면, 전폭기가 날아오른다. 미 해군의 주력기는 F/A-18E/F 슈퍼호넷이다. 마하 1.8의 이 전투기는 ‘공대지’, 즉 하늘에서 지상을 폭격하는 것이 특장이다. 전투 반경이 2346km에 이르므로 남북 직선 길이 1100km의 한반도를 단숨에 훑어내릴 수 있다. 항모인 조지워싱턴호는 4개의 사출장치를 이용해 20초마다 전투기 1대씩을 날려보낸다. 총 80대의 전투기 가운데 50여 대에 이르는 전폭기는 번갈아 하루 150여 차례 지상 폭격을 퍼부을 수 있다. 항모에서 이륙하는 슈퍼호넷은 통상 3~4t 정도의 폭탄을 탑재할 수 있다. 순전한 산술적 계산으로는 대당 4t의 폭탄을 실은 슈퍼호넷이 하루에만 150차례에 걸쳐 600t의 폭탄을 한반도에 쏟아부을 수 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B29 폭격기 344대는 2400t의 폭탄을 도쿄에 뿌려 초토화시켰다. 적어도 10만명이 폭격으로 죽었다. 한반도는 ‘도쿄 대공습’에 버금가는 탄흔을 곳곳에 안게 될 것이다.

» 미 해군 7함대 소속 주요 전함

융단폭격보다 더 위력적인 것은 ‘정밀폭격’이다. 위성의 안내를 받아 스스로 표적을 찾아가는 순항미사일 토마호크는 핵잠수함과 이지스 구축함에서 동시에 발사된다. 미군은 걸프전 등 중동에서 토마호크만으로도 상대를 충분히 제압했다. 북한이라고 다르진 않을 것이다. 7함대 소속 ‘로스앤젤레스급’ 핵잠수함은 상대에게 탐지되지 않고 적진 깊숙이 들어가 잠항 상태에서 1200km 밖의 표적을 향해 토마호크를 쏘아올린다. 사정거리가 한반도 남북 길이를 능가하므로, 굳이 ‘적진 깊숙이’ 들어갈 필요도 별로 없다. 제주도 앞바다에서 북한 전 지역을 겨냥할 수 있다. 동해에서 중국 본토까지 표적으로 삼을 수 있다. 잠수함에는 12개의 토마호크 미사일이 있다.

하늘에서 정지작업을 마쳤으므로, 해병대의 상륙은 그리 바쁘지 않을 것이다. 7함대 소속 기뢰전 소해정이 주변 해역의 기뢰를 탐지해 파괴하면, 다목적 강습상륙함(LHD)이 북한 연안에 접근한다. 중형 항공모함에 버금가는 규모의 상륙함에는 전차 5대, 장갑차 25대, 트럭 68대, 헬기 42대가 실려 있다. 또 다른 상륙함(LSD·LPD)에서는 장갑차 60여 대, 전투병력 500~800명이 내린다. 그런 상륙함이 계속 해안을 드나들 것이다. 이것으로 7함대는 바다와 창공을 넘어 마침내 대지를 지배한다. 이번 훈련도 마찬가지지만, 실제 전쟁에서는 일본과 한국에 배치된 미 공군 정예기, 한국이 보유한 아시아 최고 수준의 순양함·구축함·잠수함, 그리고 한-미 합동 지상병력이 7함대의 전력에 가담한다.

 

이명박 정부 출범 직후부터 예견된 훈련

“‘예외적으로’ 이렇게 많은 전력이 투입된 동해 훈련은 처음 있는 일”이라고 박선원 미국 브루킹스연구소 초빙연구원은 말했다. 그가 보기에 이번 훈련은 “기간·규모·성격 등에서 지나치게 감정적인 것”이다. 한국 합참은 지난 7월20일 “북한의 도발에 단호하게 대처하겠다는 결연한 동맹 의지를 강조하기 위한 것”이라고 이번 훈련을 설명했다. 천안함 사태에 대한 ‘대응’의 차원이라는 뜻이다. 북한도 발끈하고 있다. 7월23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아세안지역포럼(ARF)에서 북한 대표단의 리동일 외무성 군축과장은 “조지워싱턴호가 참가한 이상 한-미 연합훈련은 더이상 방어훈련이 아니며 북한의 주권과 안보에 반하는 것”이라며 “미국의 군사조처에 대해 물리적 대응이 있을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다.

그러나 이번 훈련은 이명박 정부 출범 직후부터 어느 정도 예견됐다. 2008년 11월, 한국해양전략연구소와 미국해군분석처가 ‘중국 해군의 증강과 한-미 해군 협력’을 주제로 공동 학술회의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미국 쪽 참석자들은 중국의 해군력 증강이 “미국의 군사적 이점을 상쇄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며 크게 우려했다. 한국 쪽 참석자들은 “강화된 한-미 해군 연합 훈련”이 필요하고, 특히 “서해에서의 정기적 연합 훈련 및 연습”을 “중국에 공개해”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훈련은 동해뿐만 아니라 서해에서도 전개된다. 중국의 반발을 의식해 항모 조지워싱턴호를 서해 대신 동해에 배치한 것을 제외하면, 2년 전 한-미 군부 인사들의 구상은 ‘불굴의 의지’ 훈련에서 그대로 실현됐다. 공교롭게도 미 해군의 니미츠급 항모들은 이명박 정부 출범 직후인 2008년 2월(니미츠호)·7월(로널드레이건호)·10월(조지워싱턴호)에 걸쳐 한국에 입항했다. 대형 항모들이 한국을 집중적으로 찾은 것은 이때가 처음이었다. 거듭된 입항이 훈련 참가에 앞선 정지작업이 아니었는지 의심되는 대목이다.

» 이명박 정부가 들어설 때부터 미국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대규모 합동 군사훈련을 계획했다. 7월21일 시민단체 회원들이 한-미 연합훈련 반대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따라서 7함대의 동해 훈련 참가는 미국의 세계 전략과 이명박 정부의 단기 전술이 맞아떨어진 결과로 볼 수 있다. 중국을 견제하려는 미국으로선 한반도 주변에서 펼치는 대규모 해상훈련이 절실했고, 천안함 사태에 ‘맞불 ’을 놓지 못했다고 보수세력에게 비난받았던 이명박 정부는 이런 요구에 적극 화답한 셈이다. 그래서 김종대 <디앤디포커스> 편집장은 이번 훈련을 천안함에 의한 ‘나비효과’에 비유했다. 천안함 사태가 동아시아 미-중 갈등 구도를 포함하는 “큰 질서의 변화로 귀결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 귀결은 신냉전 또는 변화된 냉전의 개막이다. 박선원 연구원은 이번 훈련이 “오히려 중국의 독자적 대규모 해상 훈련을 촉발하고, 동아시아 지역에서 신냉전을 불러올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김종대 편집장은 “중국과 러시아도 비슷한 규모의 훈련을 하게 될 텐데, 그렇게 되면 열강끼리 서로 첨예한 자극을 주고받으면서 세계 군사력의 전시장으로 한반도를 활용하게 될 것”이라고 봤다.

기왕에 지구를 분할 지배해온 미 해군은 2010년 7월, 드디어 동해에 들어와 그 힘을 과시하게 됐다. 미국은 2006년 국가안보전략(NSS) 문서에서 “우리가 세계를 조정해야지, 세계에 의해 조정돼서는 안 된다”고 공언했다. 한국은 그 세계를 조정할 힘이 없다. 강대국이 각축하는 신냉전의 시대가 오면, 그 여지는 더욱 좁아질 것이다.

 

“미-중 대립 심화되면 한반도가 희생양”

노무현 정부에서 외무부 장관을 지낸 송민순 민주당 의원도 최근 한반도를 둘러싸고 동북아시아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흐름을 불안하게 보고 있다. 송 의원은 최근 한-미 양국 외교·국방 장관의 ‘2+2 회의’를 앞두고 자신의 홈페이지에 ‘한-미 동맹, 성공하고 있는가, 2+2 회의를 위한 제언’이란 제목의 글을 썼다. 주요 부분을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지금 동북아에서는 대립 분위기가 가중되고 있다. 한반도는 미-중의 전략적 이익이 부딪히는 선상에 위치하고 있다. 미-중 간 전략적 균열이 깊어지고 해양과 대륙의 지판이 비틀어지면 늘 한반도가 그 첫 번째 희생이 되어왔다. 우리의 지정학적 위치와 역사의 교훈은 그대로 있다. 미국과 중국은 서해-동지나해-대만해협-남지나해를 서태평양의 현장대치선으로 하고 있다. 대치선상인 서해와 동지나 해상의 파고를 높이는 데 한-미 동맹이 앞장서야 할까.”

한-미 동맹의 전략적 이익은 언제나 대한민국의 전략적 이익과 일치하는가. 한반도와 주변 해역이 세계 강대국들의 최첨단 무기 전시장이 된다면, 수시로 전쟁을 대비한 가상훈련, 즉 전쟁 연습이 벌어진다면 우리는 무엇을 얻고 무엇을 잃게 될까. 보수와 진보의 이념적 차이를 떠나 우리가 가야 할 길은,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이다. 냉전시대의 재현이나, 강대국들의 이해관계에 나라와 백성의 운명을 내맡기는 식의 21세기판 얄타체제는 길이 아니다. 세계를 조정하지는 못할망정, 세계에 의해 원치 않는 방식으로 조정당하지 않을 국가안보 전략을 우리는 가지고 있는가. 지금, 미국 항공모함인 조지워싱턴호보다 훨씬 더 큰 판이 움직이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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