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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에도 불구하고 해군사관학교 2학년 생도들이 강인한 정신력과 체력을 배양하기 위한 극기훈련 일환으로 IBS를 머리에
이고 육상 기동훈련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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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계 군사실습 기간 중 2학년 생도들이 완전군장한 채 경남 통영상륙작전 전적지 일대를 90㎞ 장거리 행군하고 있다.
무더위에 지쳐 숨 쉬는 것조차 힘든 여름. 걸어 다니기만해도 땀이 비 오듯 쏟아지는데 잠도 안자고 훈련을 받아야 한다면 어떨까. 그것도 하루가 아니라 72시간 동안 강도 높은 극기훈련을 받아야 한다면? 야전성과 전천후 생존성 향상에 중점을 맞춘 해군사관학교 2학년 생도들의 극기주 훈련인 ‘특별한 여름나기’를 들여다봤다.편집자

▶협동심ㆍ단결심 배양…야전성 ‘철철’

지난달 28일 오전 해군특수전여단 앞 31부두. 가랑비가 내리는 가운데 군복 위에 카포크 재킷을 착용하고 군화까지 신은 해군사관학교 2학년 생도 135명이 극기주 훈련 일환으로 완전무장 구보보다 더 강도 높은 수영으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극기주 훈련은 2학년 생도들을 대상으로 강한 해군 장교로 양성하기 위해 특수전여단에서 사흘간(72시간) 잠을 자지 않고 수영과 IBS훈련 등을 강도 높게 진행해 불굴의 정신력과 단결심을 배양하는 훈련.
이날 오전 교육은 극기훈련 2일차로 카포크 착용 팀 단위 경쟁수영. 팀 단위 경쟁수영은 7명의 조원 중 한 사람이라도 손을 놓으면 실격. 여생도까지 포함해 18개 조가 31부두에서 조원들의 명예와 자존심을 건 한판 승부가 펼쳐졌다. 출발 휘슬이 울리자 31부두에는 한 그루의 벚꽃을 피우듯 하얀 물보라가 일었다.
모두가 손에 손을 잡고 배영으로 하는 팀, 심지어 팔짱을 끼고 수영하는 등 이색 팀도 눈에 띄었다. 팀단위 경쟁수영은 호흡이 맞지 않으면 전진할 수 없는 것이 특징.

기러기 떼처럼 긴 대형은 좀처럼 움직이지 않고 제자리에서만 맴돌았다. 오히려 높은 파도에 휩쓸려 해안가로 밀려날 위기에 처했다. 순간 조원들은 움츠렸던 힘을 한꺼번에 토해냈고, 이때 미세한 움직임이 감지됐다. 다시 한번 힘을 모아 용수철처럼 튕기자 앞으로 전진하기 시작했다. 이에 자신감을 얻은 생도들은 “하나 둘 하나 둘” 구령에 맞춰 해안을 벗어났다.
출발 휘슬이 울린 지 제법 긴 시간이 흘렀고, 그 사이 장맛비는 여우비마냥 오락가락했다. 1등에서 18등까지 순위가 결정됐다. 생도들 사이에 희비가 엇갈렸다. 순위가 매겨진 만큼 대가도 따르는 법.
도대체 얼마나 힘들었길래 차가운 바다에서 수영을 마치고 나온 생도들의 이마에 투명하고 굵은 땀방울이 송글송글 맺혔다. 고된 훈련으로 밤을 꼬박 새운 생도들은 오전 팀 단위 경쟁수영으로 에너지를 몽땅 소진해 손가락 하나 꼼지락할 수 없을 지경.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도들의 눈앞에는 ‘아주 특별한(?) 점심’이 기다리고 있다. 사흘 동안 진행되는 무수면 극기훈련에서 실내 식사는 언감생심, 꿈도 꾸지 못한다.
 
▶무한경쟁 원리 접목 “식사는 곧 전투다”

특수전여단 교육대 연병장은 2학년 생도들의 거대한 노천 식당으로 변했다. 이날 점심 메뉴는 먹음직스러운 볶음밥에 총각김치, 호박나물, 계란프라이, 핫바 등 일식 4찬.
식사 시간에도 무한경쟁 원리가 접목됐다. 팀 단위 경쟁수영 우승 조에겐 우아한 오찬이, 꼴찌 조에게는 가혹한 점심이 기다리고 있었다. 밥 먹는 시간까지 전투 현장이나 다름없다.

1등 조는 볶음밥과 반찬을 식판에 받아 숟가락으로 밥을 먹는 ‘호사(?)’를 누렸다. 밥맛 또한 꿀맛이다. 2등부터 4등까지는 패덜(노)에 밥과 반찬을 받아 연병장에 앉아 손으로 먹었고, 5등부터 13등까지는 패덜에 밥을 받아 비가 내리는 연병장에 서서 손으로 먹었다.

바닷물에 흠뻑 젖은 전투복에서 흘러 내리는 짭짤한 소금 맛이 느껴졌다.
14등부터 18등까지는 85㎏이 넘는 IBS를 머리에 이고 패덜에 밥을 받아 힘겹게 먹는 모습이 안타까웠다. 이보다 더 야전성이 강화된 ‘예비 장교들’ 훈련은 이제까지 본 적이 없다.
비를 맞으며 점심을 먹는 생도들의 눈빛에는 어떤 어려움도 극복하겠다는 강한 정신력과 함께 다음에는 꼭 1등하겠다는 비장한 각오가 느껴졌다.

홍동순(22) 생도는 “조원이 일치 단결해 다음에는 꼭 1등해서 편안하고 우아하게 밥을 먹고 싶다”면서 “좀 힘들기는 하지만 이 과정만 무사히 이겨내면 다른 어떤 훈련도 쉽게 극복할 수 있을 것 같다”면서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특여단 교관들은 생도들이 식사 후 식곤증을 쫓는 ‘저승사자’ 같은 존재다. 한순간도 생도들이 눈을 붙일 틈을 주지 않았다. 몇몇 생도가 조는 기미가 보이자 고개 숙인 생도는 조는 사람으로 간주한다는 불호령이 떨어졌다.
쉴 틈도 없이 오후 일과에 돌입했다. 외줄오르기 등 5시간 동안 강도 높은 수상장애물 극복훈련이 이어졌고, 저녁에는 무거운 카포크를 착용하고 고출산 망해봉 산악행군, 담력훈련으로 생도들은 단결력과 협동심을 키웠다. 

 3일차에는 IBS 해상기동훈련(12㎞)·육상기동훈련(3㎞)을 비롯해 UDT체조, 단체 구보, IBS육상경기, 목봉체조, 장애물 극복훈련으로 무수면 극기주 훈련의 대미를 장식했다.
조원들은 사흘 동안 똑같이 행동하고, 똑같이 먹고, 똑같이 움직였다. 극기훈련에는 휴식이 없다. 훈련장으로 이동할 때는 IBS를 머리에 이고, 현장에 도착하면 패덜링과 IBS산악기동 등 고난도 훈련을 강행했다.
체력보다 강인한 정신력으로 극복해야 하는 극기주 훈련에 임하는 2학년 생도들의 눈빛에는 ‘어떤 임무도 수행할 수 있다’는 강한 승부욕으로 가득 찼다.

<저작권자 ⓒ 국방일보> 김용호 기자   yhkim@dema.mil.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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