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설 60돌 해작사 5전단 해난구조대 훈련현장을 가다

“어떤 악조건에도 `군인의 임무' 최선”침몰 선체·장애물 제거 수십미터 `풍덩' 체계적이고 강인한 교육훈련 뒷받침 캄캄한 바닷속 임무수행땐 긴장 팽팽 / 2010.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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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난구조대 배지민 중사와 김영목 하사가 잠수 스테이지를 타고 수중으로 들어가고 있다. 이들은 재난 현장에서 구조작전
을 원활히 수행하기 위해 필요한 표면공급잠수(SSDS)를 통해 수중에서 두꺼운 철판 절단훈련을 실시했다.

 오후 1시, 해군5전단 해난구조대 앞 부두. 352톤급 잠수지원정(YDT)에는 15명의 SSU 대원들이 분주하다. 고난도 심해잠수훈련의 일종인 SSDS훈련 준비에 한창이기때문이다.

 60년 전통을 자랑하는 최정예 SSU 임무는 항만이나 수로상에 침몰한 선체나 장애물을 제거해 수로를 개방하는 것. 또 해상에 조난당한 수상함, 잠수함 및 항공기 등을 인양하거나 승조원을 구조하는 것도 그들 몫. 특히 함정구조작전은 좌초선 이초(離礁), 침선 인양, 예인 등의 방법으로 신속히 항로를 개척해 후속 임무수행을 보장한다.

 폭염에 후끈 달아오른 다이빙 스테이션에는 헬멧, 잠수복, 기체공급라인(생명줄), 생환지원장치, 공기압축기, 수중카메라 등 안전 장비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다.

 이날 훈련은 대원들이 바닷속 구조 현장에서 철판 절단훈련을 숙달하는 것. 언제 어디서 발생할지 모르는 해난 사고에 대비한 훈련으로 배지민 중사와 김영목 하사, 황종문 중사가 나섰다.

 3명의 잠수사는 두툼한 습식 잠수복 위에 하네스와 10㎏짜리 비상용 실린더를 등에 멨다. 여기에 15㎏짜리 노란색 헬멧까지 착용하면 목은 물론이고 한 발자국도 떼어 놓기 힘들다. 흡사 달을 탐험하는 우주인 같다.

 이어 네 가닥의 생명줄이 가슴과 헬멧에 연결되고, 동시에 비누 거품으로 실린더와 헬멧에서 공기가 새는지 확인했다. 감독관이 “이상 없다”는 결정을 내렸고 1·2번 잠수사는 잠수 스테이지로 자리를 옮겼다. 크레인은 잠수사들의 헬멧이 물에 잠기자 잠시 멎었고, 잠수사들은 즉시 장비 수밀상태를 꼼꼼히 점검했다. 수상과 유일한 소통수단인 통신 및 헬멧 공기라인 점검을 일사불란하게 진행했다.

 장 소령은 “2중 3중의 안전장치는 대원들이 안심하고 임무수행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며“수십여 미터 수중에서 작은 실수가 자칫 소중한 생명을 앗아갈 수 있기 때문”이라고 귀띔했다.

 점검을 마친 배 중사와 김 하사는 분당 20미터 속도로 하잠했고, 캄캄한 바닷속에서 저질과 조류·수온·시정 등 4가지를 스테이션에 보고하자 즉시 작업 명령이 떨어졌다.

 배 중사는 조심스럽게 수중작업 현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동시에 김 하사는 보조요원으로 해저 20미터의 스테이지에서 주변 상황을 면밀히 살폈다. 김 하사의 임무는 생명줄 작업과 구조임무, 황 중사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 육상대기조.

 경험이 풍부한 배 중사는 헬멧의 라이트를 켜고 바닷속에서 10여 분 만에 10밀리 두께의 철판을 찾았고 곧바로 절단 작업을 진행했다. 배 중사가 캐리 케이블을 잡고 다이빙 스테이션에 “준비 완료”라고 보고하자 캐리 케이블에 산소와 24볼트의 전기를 공급해 케이블 끝에 불꽃이 점화됐다. 파란 불꽃은 용접봉이 타 들어가는 것처럼 캐리 케이블도 자신을 태우며 맹렬한 기세로 불꽃을 일으켰다. 캐리 케이블은 수중에서 철판뿐만 아니라 콘크리트·목재 등의 수중 장애물을 한순간에 무력화시키는 무서운 장비다.

 수중에서 배 중사는 능숙한 솜씨를 발휘했다. 바닷속에서 쇳물이 용광로처럼 튀어 올랐다. 작업을 마무리할 즈음 순간 한 덩어리의 쇳물이 배 중사 옆을 스쳤다. 이때 스테이지에서 지켜보던 김 하사가 움찔했다. 위험한 상황이었지만 10밀리 철판 1미터를 자르는 데 단 20초, 눈 깜짝할 사이 끝났다. 팽팽한 긴장감 속에 일련의 과정을 모니터로 바라보던 스테이지에서 박수 소리가 터져 나왔고, 수중 철판 절단훈련은 절정으로 치달았다.

 구조대장 장 소령은 “누구도 상상할 수 없는 해양환경에서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어떤 악조건도 극복할 수 있는 고난도 SSDS 등 강인한 교육훈련이 필수”라면서 “바로 이런 풍부한 경험과 자신감을 배양하는 것이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바로미터”라고 말했다.

김용호 기자

가을 기운이 완연해진다는 백로(白露)가 눈앞이지만 폭염의 기세는 꺾일 줄 모른다. 군대, 그것도 지옥훈련을 거뜬히 극복한 ‘바다의 119’ 해난구조대원들이 불화로 같은 상황에도 불구하고 바닷속에서 굵은 땀방울을 쏟아내고 있다. 6·25전쟁이 한창이던 1950년 9월 1일 해군본부 함정국 예하 해상공작대로 창설된 해군작전사 5전단 해난구조대(SSU·Ship Salvage Unit)가 창설 60돌을 맞았다. 그동안 SSU는 국가 안보의 보루로서 한반도 주변 해역에서 간첩선 인양작전을 비롯해 신안 해저유물 발굴, 성수대교 붕괴사고 수습작전, 천안함 피격 사건 등 각종 수중 재난 현장에서 해결사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이들이 국민들로부터 신망을 받았던 것은 체계적이고 강인한 교육훈련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지난달 30일 SSU 구조대장 장형진(해사46기·41) 소령 안내로 표면공급잠수(SSDS) 훈련현장을 찾았다. 

■ SSU대원 교육과정은?

세계 최고 수준의 심해잠수 및 해난구조 능력을 보유하고 있는 해군 SSU 대원은 누구나 될 수 없다. SSU는 지옥훈련으로 ‘악명(?)’ 높은 양성과정과 전문교육과정 등 10여 개 과정을 거쳐야 탄생하기 때문이다.

 매년 1회 선발하는 장교, 부사관(초급·중급·고급), 병 등 다섯 개의 양성과정 중 해난구조대 핵심 전력인 부사관은 3개 과정으로 하사를 대상으로 하는 초급과정(23주), 중사를 대상으로 하는 중급과정(23주), 상사를 대상으로 하는 고급과정(12∼14주)을 거쳐 베테랑 잠수사로 육성된다. 병 잠수사 양성과정은 12주이고, 장교 양성과정은 23주다.

 교육기간에 해상 생존성을 높이기 위한 수영을 비롯한 잠수 능력을 기르고, 수중 용접·절단 및 폭파 이론·실습, 구조작전 계획수립 등을 익히며 임무수행 능력을 체득하게 된다. 이 과정을 이수하면 공기로 58미터까지, 혼합기체로 91미터까지 잠수가 가능하다.

 특히 전문교육과정에서는 잠수사의 ‘꽃’인 300미터까지 잠수를 가능케 하는 포화 잠수과정을 비롯해 심해잠수구조정(DSRV) 조종사 양성과정, 수상인명구조 요원 양성과정, 스쿠버(초급·고급) 등 특수분야 전문 심해잠수 인력을 양성하고 있다. 이러한 교육과정을 극복해야 비로소 수중구조작전을 수행한다. 작전에 투입되면 잠수 기법에 따라 기본적으로 스쿠버는 5명, 표면공급잠수(SSDS)는 15명, 포화잠수는 28명이 각 1개 팀으로 임무를 수행한다. 

■ 김진황 해군5전단 해난구조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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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난구조대 전 대원은 백령도 해역에서 천안함 구조작전을 전쟁 상황으로 인식하고 구조·인양 임무를 수행했습니다.”

 해군5전단 해난구조대장 김진황(47·해사40기·사진) 중령은 지난 3월 말 백령도 해역의 변화무쌍한 강한 조류와 낮은 수온, 칠흑같이 어두운 구조 현장을 전쟁터로 생각하고 충분한 안전망이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부하들을 투입할 때 가장 힘들었다고 회고했다.

 김 중령은 “미 해군은 조류가 1노트만 넘으면 수중작전을 하지 않지만 우리 대원들은 당시 3노트 이상에도 거침없이 바다로 뛰어들었다”면서 “바닷속에서 떨고 있을 선후배들을 신속하게 구조하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기울였다”고 역설했다.

 당시 스쿠버(잠수사) 요원 2명을 투입하기 위해 30여 명의 안전요원을 배치했다. 이러한 안전조치에도 불구하고 김 중령이 가슴 졸인 적은 한두 번이 아니다. 경험이 풍부한 베테랑 중·상사 위주로 작전에 투입했지만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해상 악조건으로 39명의 대원이 잠수병에 시달렸기 때문. 특히 SSU 대원들은 다이빙 개척자인 선배들의 다이빙 노하우를 전수받아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어떠한 악조건에도 국민의 재산과 생명을 지키는 데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다.

 김 중령은 “1998년 말 남해안으로 침투하다 격침된 북한 반잠수정을 수심 147m에서 인양해 기네스북에 등재됐으며, 서해훼리호 구조작전 등 국가 중대 재난 해결에 앞장서 왔다”고 밝혔다. 

  1. 바다의 119, 해군 해난구조대(SS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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