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정보학교 담력훈련장 - 귀신… 뱀… 무덤… ‘恐怖무한’ 145m 나 지금 떨고 있니? / 2005.02.25
“걸음아, 나 살려라.” 육군정보학교의 담력훈련장 코스를 막 빠져 나온 이효준(23) 이병은 거친 숨을 몰아쉬며 이마에 송골송골 맺힌 식은땀을 닦아 냈다. 키 195cm, 몸무게 102kg의 거구인 이이병이 차가운 날씨 속에서도 연방 식은땀을 흘리게 만든 이곳은 바로 육군정보학교의 담력훈련장. 장병들의 담력을 기르고 강인한 정신력을 배양하기 위해 마련된 군내 유일의 ‘공포 체험’ 훈련장이다. 인간의 공포심 중 위험과 신체의 고통을 극대화하는 유격·공수 훈련과 달리 ‘귀신’이라는 원초적 소재로 공포를 유발하는 것이 이 훈련장의 특징이다. 담력훈련장은 놀이동산에서 볼 수 있는 ‘귀신의 집’에서 모티브를 따왔다. 구불구불 이어져 미로처럼 펼쳐지는 총 길이 145m의 훈련장 안에는 겨우 앞을 내다볼 수 있는 한 줄기 빛만 들어온다. 미로 곳곳에는 소복을 입은 처녀귀신과 피를 흘리는 해골들이 장치돼 있다. 정교하게 얽힌 줄을 건드리면 곳곳에서 움직이는 귀신들이 튀어나와 간담을 서늘케 한다. 게다가 어둠 속에 숨어 있던 7명의 조교들이 다리라도 잡아당길 때면 웬만큼 대담한 장병들도 혼비백산하기 일쑤다. 안 그래도 쪼그라붙은 간을 더욱 작게 만드는 것은 ‘전설의 고향’ 음향팀도 울고 갈 으스스한 음향 효과. 쉬쉬 부는 바람 소리와 간혹 들리는 여자의 비명, 동물의 울음소리가 뒤섞인 알 수 없는 소리들이 끊겼다가 이어지기를 반복한다. 이뿐만 아니다. 놀이동산 ‘귀신의 집’과의 차별성은 이제부터다.
입구부터 가로·세로 70cm 정도의 작은 구멍을 통과해야 하고 1.5m 깊이의 물 웅덩이를 통나무에 의지해 건너야 한다. 가슴까지 오는
담장들도 곳곳에 설치돼 있어 장병들의 발걸음을 더욱 더디게 한다. 뛰어넘고, 기고, 매달리는 각종 장애물은 실전 정보 수집 상황에서 일어날 수 있는 다양한 상황을 체험케 하고 공포감이 극대화된 상태에서도 침착함을 잃지 않게 하기 위해 고안된 장치들이다. 두려움에 가득 찬 장병들이 혹시나 발을 헛디딜라 안전사고에 대한 대비도 철저히 했다.
“장애물이 있는 구간구간에 무전기를 가진 조교들이 배치돼 있습니다. 좁은 공간을 통과해야 할 경우에는 블랙라이트나 스포트라이트 같은 야광 기구를 설치해 뒀습니다.” 조교 황현석(27) 상병의 설명이다. 외나무 지대·묘지 지대·괴음 지대·뱀 지대·서낭당 지대 등 13개의 테마로 이뤄진 모든 코스는 모두 혼자 통과해야 한다.
훈련 전 단체로 공포 영화를 시청하고 입구에 들어서기 직전까지 안대를 착용케 한 것도 공포심을 극대화하기 위한 방안 중 하나다. “평소 겁이 없는 편이어서 별것 아니겠지 하고 생각했는데 귀를 때리는 으스스한 소리와 시커먼 어둠 속에서 각종 장애물을 헤치고 나아가려니 정말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고 양시은(22) 이병은 말했다. 1990년 6월 처음 설치된 이후 정보병과 장병들의 든든한 배짱을 기르기 위한 훈련장으로 사용돼 온 담력훈련장은 처음에는 병사들만 훈련받았으나 지난해부터 훈련 대상이 정보병과의 전 간부까지로 확대됐다.
이 밖에 2002년에는 태릉선수촌 국가 대표 양궁 선수들이 단체로 훈련받은 것을 비롯해 해병대 UDT 대원, 국가정보원의 정보 요원, 인근 고등학생까지 외부 위탁 교육생 신청이 끊이지 않고 있다.
<국방일보 글=홍은설·사진=김태형 기자 anomie@dema.mil.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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