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한발의 어뢰로 적함 잡는다 / 국방일보 2012.09.13
승조원들이 실제 잠수함과 같은 장비로 조종훈련을 하고 있다. |
손원일급 잠수함 |
관찰관들이 모의 어뢰발사 훈련을 감독하고 있다. 부대제공 |
보이지 않으면서 엄청난 위력으로 상대국을 두렵게 하는 무기체계. 우리가 보유한 대표적 비대칭 전력 잠수함이다.
지난 1999년 서태평양 훈련에서 해군의 이천함이 발사한 어뢰 1발로 1만1000톤의 미 순양함 오클라호마시티를 20여 분 만에 수면상에서 사라지게 한 사실에서 보듯이 그 위력이 상상을 초월한다. 우리 잠수함은 운용 5년 만에 태평양을 횡단하고, 각종 해외훈련에서 ‘One Shot, One Hit, One Sink’라는 미 성조지의 1면 기사처럼 세계가 주목할 뛰어난 성과를 올렸다.
이에 대해 미 해군 코네츠니 태평양잠수함 사령관은 “미 해군이 100년 동안 이룩했던 성과를 한국 해군은 10년 만에 달성했다”고 극찬했다.
다음달 1일은 잠수함 운용 20주년이자 9잠수함전단 창설 17주년이다. 초창기 잠수함부대 지휘관들은 ‘꿈, 도전, 창조’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세계 최고의 승조원만이 이 문을 통과할 수 있다’ ‘잠수함은 100번 잠항하면 100번 부상해야 한다’ 등을 비전으로 제시했다. 부대는 짧지 않은 역사 속에서 단 한 건의 인명 손실이나 장비 손상 없이 세계가 놀랄 만한 성장을 일궈냈다.
▶대한민국 유일의 잠수함 부대
부대는 잠수함 도입이 결정된 후 1987년 잠수함 사업단을 구성하고 1992년 10월 1일 대한민국 최초의 잠수함인 장보고함의 도입으로 시작됐다.
초기 5전단 예하의 57잠수함전대로 있다가 1995년 10월 1일 9전단을 창설해 지금에 이르고 있다. 현재 전단 예하에 91·92·93·95전대 및 909전대를 두고 있다.
부대는 현재까지 세계적으로 긴장도가 높은 한반도 해역에서 300여 회에 달하는 작전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했을 뿐만 아니라 총 19회에 달하는 해외훈련을 통해 태평양·인도양 등 원양에서도 우수한 작전능력을 확인했다.
2008년에는 ‘잠수함 안전운항 100만 마일 기록수립’이라는 쾌거를 이뤘으며, 현재까지 안전운항 약 150만 마일을 유지하며 세계적 수준의 잠수함 운용능력 보유국으로 인정받고 있다.
150만 마일은 지구 204바퀴를 항해한 것과 같은 거리다. 이는 작전임무와 해외 파견훈련 등 전후방 각지에서 부여된 임무를 100% 완수해 이룩한 성과로, 적극적이면서 안전한 잠수함 운용을 통해 전 세계에 한국 잠수함 부대의 우수성을 입증하고 한국 해군과 국가위상을 드높였다.
특히 오는 25일부터 28일까지 부산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세계 20여 개국이 참가하는 ‘아시아·태평양 잠수함 회의’를 부대 주관으로 개최하는 등 세계 최고의 재래식 잠수함 운용국으로서의 위상을 높일 예정이다.
부대는 지난해 장보고함 인수 이후 19년 동안 무사고 작전운용 20만 마일이라는 대기록을 달성했다.
통상 잠수함은 1년에 1만 마일 내외의 배 항행 거리를 보유하므로 20만 마일은 잠수함이 20년 동안 무사고 안전 항해와 부여된 작전임무를 성공적으로 완수했음을 의미한다.
특히 어선, 어망, 해상교통량 다수 등 한반도의 복잡한 해상환경에도 20년간 잠수함을 안전하게 운용해 단 한 건의 안전사고도 발생치 않은 점은 세계적으로 사례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매우 의미 있는 성과다.
▶승조원의 우수성과 교육훈련의 중요성
잠수함은 밀폐된 채 수중에서 운용되는 특성상 승조원 개개인의 역량과 책임의식이 함 전체의 운명과 직결된다. 따라서 잠수함의 운명은 승조원에 의해 좌우된다. 장교·부사관을 불문하고 잠수함 부대가 우수한 자원을 필요로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선발된 인원들도 6개월간의 기본 양성교육을 거쳐 잠수함에 보직하고, 이후 다시 6개월간 승조원 자격부여(SQS) 과정을 거치도록 하는 것은 그만큼 전문성과 사명감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육상훈련은 전술·음탐청음·조종·소화방수·기관체계실습장 등 5개의 훈련시설에서 실시하고 있고, 항해장교와 부사관은 수상 및 수중 표적에 대한 공격절차를 숙달하고 음탐청음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음파탐지 교관인 909전대 서동준 원사는 “귀로만 듣고 적을 소리로 찾아야 하는 음파탐지사는 잠수함의 눈과 귀”라면서 “장비교육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마음가짐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실전과 같은 훈련에 임하고 있는 장보고함 전투정보관 배종경 중위는 “부여된 임무에 대해 100% 완수하는 ‘무적 장보고함’의 전통을 이어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2015년 잠수함사령부로 격상
2015년 부대는 잠수함사령부로 격상돼 규모와 위상이 신장될 것이다. 시설과 인력 등 한층 더 강화된 부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추진 중인 장보고-III 사업은 3000~4000톤급 중형 잠수함을 도입할 계획이다.
이를 보유하게 되면 기존의 214급(1800톤) 잠수함과 함께 본격적으로 고성능 잠수함 시대를 열게 되는 것. 또 부품과 장비의 국산화를 최대한 추진하고 있어 기술적으로도 진일보하게 될 것이다.
우리 군이 가진 거의 유일한 전략무기이자 ‘해군의 한 방’이라 할 수 있는 부대는 구성원들의 자부심이 높은 부대다. 아울러 좁은 잠수함의 ‘한통속’에서 생활하면서 적과 싸우는 전우애가 남다른 부대이기도 하다.
오늘도 부대는 지난 20년의 자랑스러운 역사를 발판으로 앞으로 20년의 영광을 만들어 나갈 예정이다.
[인터뷰]전단장 윤정상 준장-“승조원이 부대 자랑이자 보이지 않는 해군의 힘”
윤정상(준장·사진) 9전단장은 “부대는 20년 동안 단 한 건의 사고도 없이 세계 최고의 운용능력과 안전성을 갖췄다”면서 “해군의 방패와 창으로 주어진 역할을 완수하는 승조원의 역할이 크다”고 밝혔다.
잠수함은 수중의 사방이 밀폐된 공간에서 임무를 수행한다. 문제가 발생해도 외부의 지원을 받기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승조원들은 항상 대비태세를 갖추고 긴급상황 발생 시 조건반사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이를 위해 윤 전단장은 “승조원 모두는 잠수함 전문가가 돼야 한다”며 “철저한 정비와 관리로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부대는 예하에 교육훈련 전대를 두고 전술·조종훈련과 안전을 위한 소화·방수훈련 등을 중점적으로 시행하고 있으며, 잠수함 유지·관리에 필요한 전문지식과 기술을 끊임없이 단련하고 있다. 무엇보다 윤 전단장은 전투임무 위주의 ‘잠수함 3대 주요일과’인 승조원 교육훈련과 전술토의, 잠수함 정비 및 종합정비관리제도(PMS), 승조원의 전투 체력 단련을 중점으로 두고 지휘하고 있다.
작지만 강한 잠수함은 깊은 바닷속 중요한 ‘길목 지킴이’라는 윤 전단장. 그는 “대한민국 국가안보의 핵심 역할을 한다는 자부심을 갖고 ‘필사즉생 필생즉사’의 각오로 단 한 번의 기회를 승리로 승화시켜 부여된 임무를 완수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조아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