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일보 전투형 야전부대를 가다-공군 특수비행팀 블랙이글 / 국방일보 2012.09.27

 

고속 밀착비행 성공 뒤엔 팀원들 간 깊은 신뢰 선발 이후에도 특수비행 자격획득 훈련 거쳐야 “에어쇼 보며 기뻐하는 관람객들이 최고 활력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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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와딩턴 에어쇼에 참가한 블랙이글이 구름을 뚫고 창공으로 솟아오르고 있다. 블랙이글은 와딩턴을 비롯해 리아트ㆍ
판보로 등 첫 번째 참가한 국제무대에서 최고의 기동을 선보이며, 2개의 최우수상과 1개의 인기상을 수상했다. 사진=편보
현 상사

 

공군 특수비행팀 블랙이글 편대가 내뿜는 우렁찬 엔진 소리가 들려오자 실외에 있던 장병들 모두가 하늘을 올려다보기 시작했다. 공군8전투비행단 장병이라면 블랙이글이 펼치는 에어쇼를 자주 접할 수 있지만, 보고 또 봐도 계속해서 시선을 끄는 힘이 있다고 한다. 첫 국제무대에서 2개의 최우수상과 1개의 인기상의 영예를 안으며 우리 공군과 국산항공기 T-50B의 우수성을 알린 주인공들을 만났다.  


낮게 깔린 구름이 선선한 가을을 부르는 가랑비를 뿌리는 가운데에도 공군 특수비행팀 블랙이글의 훈련을 향한 열정을 막지는 못했다.

 “블랙이글의 에어쇼는 구름의 높이에 따라 비행에 아무 제한이 없는 하이쇼(High show), 낮은 구름으로 인해 일부 수직기동을 할 수 없는 로쇼(Low show), 로쇼도 어려울 만큼 구름이 낮을 때 수평기동만 행하는 웨더쇼(Weather show) 등 3가지로 구분됩니다. 따라서 오늘 같은 날씨에도 충분히 에어쇼가 가능하지요.”

 블랙이글로 널리 알려진 239특수비행대대의 김영화(중령) 대대장이 기상상태에 따른 에어쇼 진행방법을 간단히 설명했다. 대대는 오후 훈련비행이 결정되자 준비를 위해 분주해지기 시작했다.

●팀워크가 에어쇼의 핵심

 30분 동안 이뤄지는 에어쇼에서 각 편대기들은 2~3m에 불과한 간격을 유지하며 시속 700~800㎞의 속도로 비행할 뿐만 아니라 기동 중 계속되는 중력 가속도를 견뎌야 하므로, 탁월한 조종기술과 고도의 집중력, 강인한 체력을 필요로 한다.

 이 때문에 블랙이글 팀원은 800시간이 넘는 비행 경험을 갖춘 4기 리더 이상의 전투 조종사 중에서도 기본·고등 비행훈련 성적 상위 30% 내라는 엄격한 조건을 충족하는 우수 자원들만이 지원할 수 있다. 하지만 비행실력보다 중시되는 평가요소는 바로 팀워크다.

 “엄청난 속도의 밀착비행을 실시하려면 팀원들 간의 깊은 신뢰가 필요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조종기술이 우수한 인원보다도 개개인의 인성을 중점적으로 살핀 뒤, 기존 블랙이글 팀원들이 만장일치로 채택한 사람만이 블랙이글의 일원이 될 수 있습니다.”

 팀워크를 강조하는 김 대대장의 말대로 블랙이글 조종사들은 실제로 가족보다 팀원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더 많다고 한다. 이들은 비행 전 브리핑에서부터 비행 후 비디오 분석과 디브리핑을 통한 토의에 이르기까지 조금이라도 더 완벽한 기동을 위해 모여서 논의하는 시간 외에도 식사와 운동, 취미까지 공유하며 팀워크를 다진다.

●철저한 자기관리도 중요

 어려운 선발과정을 거친 뒤에도 조종사들은 행사에 투입되기 전까지 7~8개월의 특수비행 자격획득 훈련을 통과해야 한다. 또 평소 웨이트 트레이닝과 러닝 등으로 꾸준히 체력관리를 하며,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기 위해 행사를 위한 출장 중에도 적절한 운동과 식단 조절, 충분한 수면 등으로 철저히 자기관리를 한다.

 김 대대장은 금욕적이고 절제된 자기관리 가운데 최고의 활력소는 에어쇼를 보며 기뻐하는 관람객들이라고 밝혔다.

 “영국에서의 에어쇼를 비롯해 수많은 행사를 성공적으로 해낼 수 있었던 것은 조종사 개개인이 책임감과 의무감을 갖고 자기 관리와 훈련에 매진한 결과입니다. 영국에서 우리 블랙이글을 응원해주기 위해 에어쇼 현장을 찾은 교민들이 태극기동을 보며 눈물을 흘리시는 걸 봤을 때 우리가 수행하는 임무에 대한 최고의 보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검은 독수리 건강, 우리가 지킨다-블랙이글 239정비중대

블랙이글이 창공으로 비상하기 위한 한 쪽 날개를 조종사들이 맡고 있다면, 다른 한 쪽 날개를 책임지는 것은 바로 정비요원들이다.

 블랙이글이 사용하는 전용 항공기 T-50B는 국산 초음속 훈련기 T-50에 편대기 위치 확인과 기동분석을 위한 다수의 핀 카메라와 비지블 라이트(Visible Light), 스모크 발생장치 등을 추가한 특수기체다. T-50B는 에어쇼에서 급격한 기동을 많이 펼칠 뿐만 아니라 정밀한 근접비행 등 고난도 기술을 선보여야 하므로 면밀한 정비작업을 통한 최고의 성능 유지가 중요하다.

 “T-50 계열은 기본적으로 우수한 항공기이기 때문에 자기진단시스템(BIT)을 갖추고 있어 항공기 이상 유무를 쉽고 빠르게 파악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급강하와 급상승, 급선회 등 항공기에 부하가 많이 걸리는 기동을 선보이면서 주로 사용되는 스피드 브레이크와 조종면은 면밀한 점검이 필요합니다.”

 239정비중대의 국중국(준위) 정비감독관은 블랙이글 편대기 가운데에서도 특히 중력 가속도가 많이 걸리는 기동을 펼치는 5, 7, 8번 기를 더욱 중점적으로 본다고 말했다.

 정비요원들은 블랙이글과 일반 비행대대 정비의 가장 큰 차이점으로 이동정비를 꼽았다. 블랙이글은 혹서기와 혹한기를 제외하고 지속적으로 이어지는 에어쇼 일정을 감안할 때 연간 5~6개월의 기간을 모기지가 아닌 타 지역에 전개해 임무를 수행한다. 이때 낯설 뿐만 아니라 여건이 열악할 수도 있는 정비환경 속에서도 T-50B가 최고의 상태를 유지하게 하는 것이 블랙이글 정비요원들의 역량이다.

 특히 이번 영국 국제에어쇼 참가는 모기지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곳에서 이뤄진 이동정비였으며, 정비요원들에게는 새로운 도전이었다.

 국 정비감독관은 대한민국과 완전히 다른 환경에서 분해와 재조립을 거친 항공기를 잔고장도 없이 지키는 것이 보통 일이 아니었다고 밝혔다.

 “영국은 비도 많이 오는데 노천주기를 해야 하는 상황이 많았어요. 그리고 환경이 깨끗해서 그런지 곤충이 많아 하룻밤만 지나도 항공기 여기저기에 거미줄이 쳐져 있을 지경이었습니다. 그걸 매일 제거하고, 좁은 틈새로 곤충들이 파고들지 못하게 하기 위해 비행을 마친 후에는 매번 모든 틈을 테이프 등으로 막았어요.”

 이우영(대위) 239정비중대장은 영국 에어쇼의 성공적 참가를 뒷받침했다는 보람과 함께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으로 와딩턴 에어쇼를 꼽았다.

 “영국 와딩턴 에어쇼에서 블랙이글이 최우수상 수상자로 선정되고 조종사들이 시상식장에 들어가 있는 동안 갑자기 폭우가 쏟아지기 시작했어요. 그때 정비요원들이 억수 같은 비를 맞으면서도 해냈다고 웃고 기뻐하며 항공기를 안전하게 옮겨 정비에 전념하는 모습을 보고, 이런 열정적이고 믿음직한 정비요원들이 있기에 블랙이글 조종사들이 마음 놓고 창공을 누빌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김철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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