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 헬멧을 착용하지 않을 때 착용하는 모자가 전투모다. 장교들의 경우 예모·근무모·전투모의 구별이 있지만 의장병 등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일반 병사가 착용하는 모자는 기본적으로 전투모뿐이다. 일상생활이나 외출시 착용하는 것도 바로 이 전투모다.
창군 초기부터 1967년까지 육군에서는 전투복을 작업복, 전투모를 작업모라고 불렀다. 지금도 일선 부대에서 전투모 대신 작업모라는 용어를 흔히 사용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우리 육군이 최초로 착용한 작업모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군에서 야전모(field cap)라고 부르던 것을 그대로 차용한 것이다. 형태는 원통형으로 모자 상단의 앞면이 뒷면보다 낮은 것이 특징이다. 1954년에 전투복의 복제는 변경됐지만 작업모의 형태는 종전과 변함이 없었다.
1956년 무렵부터 멋을 내기 위해 작업모 윗부분에 철사를 넣어 표면을 빳빳하게 만든 변형 작업모가 대대적으로 유행했다. 이것은 정식 제식품이 아니라 민간 군장품 판매업소가 임의로 개조, 판매한 것이다.
‘육군 복제사’ ‘한국군 복식 변천사’ 등 육군과 국방부 연구 기관의 자료에는 이 56년형 작업모에 대해 “당시 한국에 주재하던 미 고문관들이 작업모 속에 두꺼운 종이를 넣어 빳빳하게 만들어 착용한 것을 보고 흉내낸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1962년 4월27일 각령 700호에 의해 군복 복제가 새롭게 정해졌다. 이때 변형된 작업모를 정식 제식품으로 인정하게 된다. 사제 모자가 제식 모자로 추인되는 특이한 사례였던 셈이다.
1971년 2월25일 전투모의 다자인을 전술 행동에 편리한 형태로 변경했다. 이때의 전투모는 앞면을 3등분으로 분할하고 윗부분은 둥글게 봉접했으며 뒷면은 봉제선이 없는 완전한 원통형 모양이었다. 이 71년형 전투모는 고대로부터 우리 선조들이 착용하던 사모(紗帽) 모양을 감안, 디자인한 것이라고 한다.
1970년대 후반 표면을 비닐 재질의 포직물로 만든 사제 전투모가 대대적으로 유행했다. 이런 사제품의 범람을 막기 위해 다시 한번 전투모의 재질과 디자인이 변경됐다. 83년 12월31일 대통령령 제11314호에 의거, 운동 모자 형태의 모자를 전투모로 채택한 것.
이 전투모의 재질은 폴리에스테르와 레이온 재질의 화섬혼방을 겹으로 해 제작한 것이다. 형태는 여섯 개의 삼각형 조각을 모자의 상단 중앙 부위에서 결합시킨 모양이었다.
이 전투모는 84년 1월1일부터 적용되다가 90년 11월23일 전투복이 얼룩무늬 위장색으로 변경됨에 따라 형태는 그대로 두고 색상을 얼룩무늬로 바꾸었다. 이것이 현재까지 사용되고 있는 전투모다.
예모와 달리 전투모는 실용성에 최우선을 두고 디자인하는 것이 원칙이다. 하지만 사제 전투모가 범람한 과거의 사례를 보면 나름의 멋을 찾으려는 장병들의 욕구도 마냥 무시할 수 없을 것 같다. 실용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 멋있는 디자인을 창출하는 노력도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국방일보 김병륜 기자 lyuen@dema.mil.kr>
|